<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올해 북한 겨울은 유난히 춥숩니다. 백두산 날씨가 영하 40도를 오르 내리는 맵짠 추위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이른 바 '백두산 대학'이라고 하는 백두산 답사에 나서고 있다고 북한 텔레비전이 영상과 함께 소개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혹한기에는 동상, 동사자 등을 우려해 대부분 관광지의 문을 닫거나, 얼음 덮힌 고산지대에 대한 등산을 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북한에서는, 영하 40도를 오르 내리는 혹한기에 해발 2천700미터가 넘는 백두산를 답사하는 기이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백두산을 김정일의 고향집으로 성역화 하고, 전체 주민들에게 답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게 된 탈북자들은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벌어지고 있는 광란적인 백두산 대학은 북한 주민의 초보적인 인권을 무시한 "노예화의 일환"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기상수문국은 지난 1월 8일 백두산 지구의 기온이 영하 46도를 기록해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기상 캐스터 녹취>: 내일 기온이 제일 낮은 지방은 백두산 지구로서, 영하 46도 정도이겠고, 기온이 제일 높은 지방은 홍 지방으로서 영하 6도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지난 1월 5일 북한 텔레비전은 허리를 치는 눈길을 헤치며 백두산 등정에 나선 북한 주민들을 방영했습니다.
<조선중앙TV/1월 5일> :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추위도 느껴 보아야 선열들의 강인성, 투쟁성, 혁명성을 알 수 있고...
북한 텔레비전의 표현대로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강추위속에 주민들이 백두산 등정에 나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전 북한 김정은의 백두산 대학 발언에 따른 조치입니다.
당시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현송월,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 등을 대동하고 말을 타고 백두산을 등정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혁명의 지휘성원들이 수령님과 장군님을 닮은 견실하고 유능한 정치활동가들로 자기자신들을 철저히 준비하고 무장하려면 백두산혁명전적지답사를 통한 《백두산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노동신문은 전했습니다.
특히 답사를 여름에 하지 말고 추운 겨울에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칼바람을 직접 맞아보아야 한다는 기이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때부터 북한에서는 평양과 전국의 도시군 노동당 간부들과 인민군 군관 등 선발된 계층을 위주로 백두산 대학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씨 권력세습의 명분과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백두산이 김일성 항일빨치산의 무대였고, 김정일이 태어난 곳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선전하는 백두산은 크게 과장되었다고 러시아 벌목장에 파견됐다가 탈북해 현재 미국에 정착해 사는 한모씨는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한모씨: 무슨 백두산에서 태어나요? 러시아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오니까, 러시아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해요. 내 김정일이 이름까지 다 아는데요. 김 유라 일리이치요. 그게 왜냐면 아버지 이름이 김일성이니까, 김정일의 이름을 일리이치라고 지었어요.
질문: 러시아 사람들이 그걸 이야기 했습니까?
한모씨: 한국 말로 된 신문에 있었어요. 거기에 다 나왔어요. 김일성이 어떻게 북한에 들어왔는지 다 나옵니다. 러시아 감옥에 있던 것을 끌어내더군요.
질문: 그런데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까지 백두혈통으로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모씨: 그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그건 정당화 할 수 없지요. 북한이라면 몰라도요.
마지막으로 백두산으로 가고 싶은 의향이 있는지 묻자 한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모씨: 김일성 때문에 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요. 김일성이 혁명투쟁 했다는 것도 거짓말이니까, 그런데 백두산 천지도 있고, 백두산 돌도 있다니까, 가보고 싶은 욕망은 있지요.
백두산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뿌리로, 민족의 영산이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일은 후계자로 부상하면서 백두산을 김일성의 항일투쟁 무대로 대대적으로 둔갑시켰고, 1941년에 자신이 러시아의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과장시켰다는 사실은 여러 문헌들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증언에 따르면 김일성은 1980년대 백두산을 김정일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면서 백두산 밀영에 김정일의 고향집을 차려놓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백두산 밀영고향집은 북한 주민들이 반드시 가봐야 하는 성지순례지와 같이 인식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백두산 답사는 보통 4월부터 9월말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겨울로 바뀐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은 왜 이 추운 겨울에 백두산 대학을 나오라고 주민들에게 강요할가요?
김정은이 백두산 대학을 다니라고 지시한 것은 미북 핵협상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국제적 고립속에서 출로가 없는 김정은은2020년을 '정면돌파의 해'로 선포하고 주민들의 정신 무장을 위해 백두산 등정을 지시한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아무리 북한의 숨통을 죄어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고, 자력갱생, 자력자강으로 버티겠다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영양실조에 걸려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초근목피하며 굴하지 않았던 항일빨치산들을 따라배워 허리띠를 더 조여매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백두산 답사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초특급 비상방역지침을 내리고 주민들에게 무리지어 모임을 하거나, 잔치, 생일 등 먹자판을 벌이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심지어 국경을 몰래 넘어 밀수하는 주민들을 찾아내 사형에 처하고, 국경으로 무단 접근하는 사람들을 사살까지 할 정도로 살벌한 방역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백두산에로의 등반을 여전히 중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도 동상자가 발생해 혹한기 백두산 답사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남도 함흥지방에 대해 잘 아는 북한 내 협조자는 "백두산 답사 지시가 나온 이후 전국의 시군 노동당 간부들과 청년 동맹 간부들이 줄지어 백두산에 갔다가 동상에 걸렸다"면서 "그래서 지금은 저마다 가지 않겠다고 회피하는 상황"이라고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시당에서는 공장 기업소별로 백두산 답사자 인원수를 채우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고, 각 단위에서는 할당된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가겠다는 사람들에게 1인당 3만원~5만원씩 돈을 모아준다"고 말했습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김정은이 권력 세습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거짓말로 드러난 백두산 성지론을 또다시 펴고 있다고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김성민 자유북한 방송 대표: 백두산은 아주 북한에서 상징적으로 김일성, 김정일이 없던 고향집도 백두산에 만들어 놓고, 교과서까지 위조하면서 백두산을 강조했고, 그리고 김정은도 소위 자기가 백두산의 혈통을 이어받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라고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백두산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실제로 출생 자체도 김일성에게 조차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백두산을 강조할 수록 자신이 백두산의 혈통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꼴이기 때문에 백두산을 이야기 하고 있고, 특히 이번에 백두산 대학이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백두산으로 몰아넣고 있는데, 이건 사실 북한 사람들이 아직도 무지해 있기 때문에 그 추운 속에서 왜 우리가 왜 행군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단 말이지요. 상징적으로 말도 안되는 데도 말입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을 무지막지한 백두산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김대표는 계속하여 북한이 말하는 '백두산 대학'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렇게 지적합니다.
김성민 대표: 그래서 북한에서 중고등 학생들, 대학생들, 북한의 간부들, 평범한 주민들이 소위 선발되어 백두산을 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직도 북한이 무지한 사회이고, 이 무지몽매한 것을 이용해서 김정은이 자기 통치를 강화하려는 행태이고 방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속에서 백두산 답사를 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데 대해 전해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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