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올 초부터 북한에서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걱정스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어도 배 고픈 것과는 타협할 수 없다” 맞는 말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다 해결한 문제를 왜 북한은 매년 먹거리 때문에 고생하는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해를 잘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가장 초보적인 인권 중 하나가 생명권입니다. 살자면 먹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70년 이상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하다는 징후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남한 공영방송 KBS 보도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KBS 녹취: 2/6일자>:북한이 중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두 달 만에 다시 소집합니다. 농사 대책을 단일 안건으로 올려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북한 노동신문은 2월 하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소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제는 인민들이 먹는 문제, 즉 농사 대책 논의 입니다. 농사문제를 다루기 위해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두달만에 다시 소집 하는 것도 그만큼 식량난이 “초미의 문제”로 떠올랐다는 신호로 된다고 이 매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특히 남측 기업들이 입주했던 개성공단이 가동되던 시기에는 ‘부촌’으로 불렸던 개성시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남한 연합뉴스는 전했습니다.
북한도 내부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는 점을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이를 암시하는 내용들을 보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는 1월 31일자 기사에서 “국가우주개발국, 대외보험지도국의 정무원들은 조국과 인민이 겪는 어려움과 애로를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가정들에 저축하였던 여유량곡을 애국미로 헌납하는 아름다운 소행을 발휘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도 성, 중앙기관 간부들이 국가에 양곡을 헌납한 사례를 보도하고, 노동신문도 “인민군대를 사랑하고 원호하는 기풍이 온 사회에 더욱 차넘치게 하자”고 식량 지원을 독려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하고 있는 북한 내부 주민들도 애국미 헌납운동, 인민군대 지원물자 모금 현황을 전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은 “협동농장 노력자(농민)는 일인당 15킬로그램, 연로자는 10킬로그램, 학생들은 3~5킬로그램씩 애국미로 바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애국미는 해방후 토지를 처음으로 분여받은 북한 농민들이 국가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무상으로 쌀을 바쳤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말입니다. 이와 함께 올해 2월 8일 건군절을 맞아 인민군대 지원금도 걷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남도 주민은 자유아시아방송에 “각 세대별로 5천원씩 인민군대 지원금 명목으로 걷어들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돈이 없는 가정은 쌀을 내도 된다고 포치(하달)되었다는 겁니다. 이 같은 현상은 김정은 집권 이후 실시된 포전담당제 효과가 나타난 이후 볼 수 없었던 광경입니다. 포전담당제는 협동농장 분조를 가족단위 규모로 쪼개 농사를 지어 국가와 농민이 7대3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조치가 도입된 이후 장마당에서는 쌀값이 안정되고 굶어죽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북한이 식량을 대거 수입하면서 지난해 북한 농사가 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는 겁니다. 최근 연합뉴스는 북한이 중국을 통해 올해6월까지 50만톤의 식량을 수입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을 통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안남미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안남미는 북한에서 “불면 날아가는 쌀”이라고 부르는 선호도가 낮은 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안남미를 들여가는 이유는 싼 가격에 대량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 수확량을 451만톤으로 전망했는데, 그 전년에 비해 18만톤 감소한 숫자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올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와 대북전문매체 등을 인용해 북한식량 재고량과 가격 등을 토대로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이 1990년대 대기근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외부 사회에서는 1990년대 대기근 시기 북한에서 약 1백만명이 아사했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탈북민들은 아사자가 그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강냉이를 수입하기 위해 북중 국경지방 무역업자들에게 문의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북중 국경지방의 무역 소식통은 “최근 북한 무역일꾼들이 화물열차로 강냉이를 보내달라는 문의가 많아졌다”면서 “강냉이는 중국에서 수출통제품이어서 상무부 허가 없이는 일절 나가지 못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중국도 옥수수가 모자라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매해 수백만톤의 강냉이를 수입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도 어려운데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리 없다는 게 무역업자의 반응입니다. 무역업자는 “강냉이를 주식으로 재배하는 북한에서 강냉이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그래서 무역업자들 속에서는 작년도에 밀농사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1년 12월 27일 열린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주식을 옥수수에서 흰쌀밥과 밀가루로 바꾸겠다”며 밀농사를 장려하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의 북한 전역에서는 강냉이밭은 물론 논밭과 남새밭에도 밀을 대대적으로 심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은 “작년에 북한에 가뭄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장마가 시작되면서 날씨가 좋지 않았다”며 “원래 밀은 비를 맞을 경우 싹이 나오고 썩는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에 밀가공과 보관시설 등이 열악하기 때문에 설령 밀을 수확했더라도 썪는 등 손실이 컸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또 북한이 밀 농사 경험을 쌓아가면서 점진적인 방법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지시로 단번에 진행됐기 때문에 농업일꾼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추진된 사업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브릿지 음악>
그러면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북한 수의사출신의 농축산 전문가 조현씨는 자유아시아 방송에 농사에서 자율성이 기본이라고 지적합니다.
조현씨 : 당연히 자율성입니다 .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협동농장의 특징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필요한 것을 자신들이 선택하고 결정해서 협동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겁니다 . 그리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 수익을 동시에 나눠 갖습니다 . 하지만 북한은 겨우 노동당 지도자 한 사람이 결정해서 과제를 내려 먹이잖아요. 북한의 협동농장은 농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 아니라 노동당의 집행기관 농민을 동원시키는 독재기구로 전락됐죠.
농사는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제일 잘 압니다. 어떤 땅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고, 물을 어디서 끌어와야 하고, 종자는 어떤 종자를 심어야 수익을 잘 낼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농민들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당이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농민들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농사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웬만해서 국가가 농사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다만, 홍수나 큰 장마가 져서 농민들이 피해를 입거나, 쌀이 너무 생산되어 가격이 폭락할 때는 국가가 식량을 더 많이 구매하여 농민들의 수입을 보장할 때에야 개입하는 정도입니다. 미국이나 한국 사람들은 배급이라는 걸 모르고 있습니다. 상점이나 마트에 가면 먹을 것이 넘쳐나기 때문에 굳이 국가가 배급을 주지 않아도 인민들은 잘 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출신 남한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처럼 협동농장을 해체하면 먹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 러시아도 중국도 , 민주국가가 아니지만 , 두 나라 모두 농업에서는 식량 생산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을 넘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 걸림돌은 바로 협동농장과 같은 중국은 협동농장과 비슷한 인민공사를 해체했고 , 러시아는 소련 시대 콜호스를 해체했습니다 . 지금 두 나라 국민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 식량을 수출함으로써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 인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식량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