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세계인 열광하는 ‘사랑의 불시착’ 북한에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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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 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10일 남한의 연예계 톱스타들의 결혼 소식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습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남한 텔레비전 연속극(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의 주연배우인 현빈과 손예진 씨입니다.

그동안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인 역을 수행해온 이들은 정작 실제 연인 관계로 발전하며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 겁니다.

특히 두 사람은 ‘사랑의 불시착’에서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남북 분단의 벽을 넘는 사랑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 훈훈한 화제로 세계인에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CNN방송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과 일본, 영국 등 외신들도 잇따라 이들의 결혼 발표 소식을 보도하고 있지만, 북한만은 딴 분위기입니다. 북한이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한 남한 드라마를 ‘반동 문화’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들의 결혼 발표와 왜 북한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KBS 녹취>: 연예계에 또 한 쌍의 톱스타 부부가 탄생합니다. 배우 현빈, 손예진 커플의 깜짝 결혼 소식 만나보시죠. 현빈, 손예진 씨가마침내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두 사람은 어제 오후 각자의 SNS에 직접 쓴 손편지를 올려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방금 들으신 것은 남한 연예계 톱스타 현빈, 손예진씨의 결혼 발표 소식을 전하는 남한 KBS텔레비전 방송의 일부 내용입니다.

현빈씨는 소속사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아껴주시고 큰 관심과 사랑을 주셨던 팬분들에게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을 먼저 알려드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라고 결혼 소식을 전했는데요.

손예진 씨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 남은 인생을 함께 할 사람이 생겼다”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라고 적었습니다.

이들은 공개 열애를 하기 전 여러차례 열애 설에 휩싸였지만, 그때마다 부인하다가 결국 연인 관계임을 밝혔고 결혼까지 발표하게 된 겁니다.

이들은 텔레비전 연속극(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남북 금단의 선을 넘어 사랑을 나눈 것으로 해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습니다.

윤세라 역을 맡은 손예진의 톡톡 튀는 매력과 북한 엘리트 장교 역을 맡은 현빈의 과묵 함과 넘쳐나는 인정미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나오는 두 사람의 대사를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사랑의 불시착 녹취>:

리정혁 : 집이 어디요?

윤세리 : 서울시 강남구청…더 이상의 상세 주소는 곤난합니다.

리정혁 : 멀텐데…

이 드라마는 어느 날 패러글라이딩(활공기) 사고를 당해 38선 군사 분계선을 넘어 북한 지역에 불시에 착륙하게 된 남한 재벌 2세 패션업계사장 윤세리와 그 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된 북한 군관 리정혁의 절대 극비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습니다.

윤세리 : 아, 무슨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해요?

리정혁 : 이곳은 군사 분계선 38도선 비무장지대요.

윤세리 : 사고였어요. 어쩔 수 없는…

리정혁 : 좋소. 기케(그렇게) 설명하시오. 조사 받을 때…

2019년 개봉된 이후 ‘사랑의 불시착’은 대표적인 K-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퍼졌습니다. 2020년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일본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0년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 톱 10’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등에서 ‘사랑의 불시착’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인도 매체는 ‘사랑의 불시착’이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고, “한국 드라마 속에는 희망이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매체는 주요 시청 층인 여성들의 “코로나 시기 한국 드라마 중독 증세가 강해졌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K드라마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14세에서 68세 사이 900명 중 90%가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넷플릭스를 통한 K콘텐츠 시청량은 전년 대비 4배, 유럽에서는 2.5배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해외 활동은 위축되었지만, 남한 배우들의 해외 진출은 늘어나고 해외 광고 모델을 대거 꿰찼다고 연예계는 평가합니다.

요즘 한국의 K팝 못지않게 K드라마가 뜨고 있습니다. 남한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0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 드라마 수출량은 2억7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2016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북한이 한류를 ‘반동문화’로 배격하는 것과 대조되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북한에도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가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남한의 일간지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유트브 채널에서 밝혔습니다.

<유튜브 녹취>: (주성하 tv)요새 청소년 교양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많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걸리는 것을 보면 사랑의 불시착이 제일 많고요. 그만큼 사랑의 불시착이 북한을 흔들어 놓았다는 의미입니다.

북중 국경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사랑의 불시착’을 북한 간부 자녀들이 몰래 보다가 북한당국에 단속됐다는 내용입니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접했던 탈북민들에 따르면 20~30대 북한 청소년들 속에서는 남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말투를 모방하고, 연예도 남한 젊은이들처럼 한다고 말합니다. 남한에 정착한 50대 탈북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탈북민 50대 남성: 한국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집에서 라든가 야외 나가서 남들이 보지 않는데 서 당시 한국 드라마에서 하는 것처럼 똑 같이 하지요. 인간생활에서 첫 자리에 놓을 게 사랑이고, 특히 젊은 시절에는 자기가 어떤 기회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이처럼 한류가 북한 젊은층으로부터 각광을 받게 되자 북한은 2020년 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한류 차단에 본격 나섰습니다.

남한의 대북전문매체 데일리엔케이가 입수해 공개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27조에는 “남조선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남조선문화가 반영된 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류입, 류포한자는 정상에 따라 5년부터 15년까지의 로동교화형에, 남조선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를 류입, 류포한 경우에는 정상에 따라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하며 집단적으로 그것을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하였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 되어있습니다.

북한당국은 ‘남한 말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남한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국회에 밝힌 데 따르면 북한에서 남편을 ‘여보’ 대신 ‘오빠’, 남자친구를 ‘남동무’ 대신 ‘남친’, ‘창피하다’ 대신 ‘쪽팔린다’라는 말을 쓰면 “혁명의 원수”라고 규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북한은 왜 전세계 인들이 열광하는 한국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할까요?

이와 관련해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이 한류가 들어오면 북한 김정은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나기 때문에 기를 쓰고 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 원래 김정은이 후계자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강하게 통제하는 것은) 한마디로 김정은이 정말 자신감이 없고, 체제가 불안해지고 여기에 대한 초조감이라고 봅니다.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어렵게 자란 20~30대를 방치할 경우, 김씨 일가의 지지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극도에 달했다고 김성민 대표는 지적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청년교양보장법’을 채택하고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반하는 청년들을 처벌하고 가정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했습니다.

2월 7일 노동신문은 “현시기 제국주의자들의 반사회주의책동은 정치, 군사, 경제와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매우 교묘하고 악랄하게 감행되고 있다”며 “착취와 압박에 대하여 말로만 듣고 전쟁의 시련도 겪어보지 못한 새세대들이 혁명대오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현실은 계급 교양의 도수를 부단히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속적인 통제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당국은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사랑의 불시착’ 을 주민들이 보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지금까지 진행에 정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