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의 식량상황이 악화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과 잠수함 탄도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하는 가 하면 지난해에는 러시아에서 말 50마리를 수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편, 전세계 배고픈 사람을 완전 없앤다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에 식량을 무상 제공할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해도 그 안에 사는 주민들의 생명권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탈북 기자가 본 인권> 시간에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남한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북한의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 연합뉴스 보도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대량 아사는 아니지만 올해 들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입니다. 지난해말부터 북한이 내부적으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애국미 헌납’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중국을 통해 식량을 대량 수입하는 등 식량부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함경북도 주민들과 연락하고 있는 남한의 탈북민 김씨도 “지난해 북한의 농사 작황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북한 당국의 식량통제도 강화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짐승 사료로 들어온 것을 주민들에게 공급한다고 합니다. 쌀이 없어서 지금 아사자가 많이 발생하는 형편이 예요. 그리고 쌀도 이젠 시장에서 불법으로 조금 몰래 비싸게 팔면 검찰까지 동원되어 몰수하고, 우선 장마당 쌀 가격이 오르면 주민들 속에서 혼란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검찰, 시당, 인민위원회가 집중적으로 나서서 불법 거래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해요.
북한 소식을 외부에 전하는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도 자유아시아방송에 혜산시와 청진, 회령, 무산 등 국경지방에서 식량난 때문에 힘들다는 내부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고, 비교적 잘산다고 소문난 신의주 지방에서도 취약계층이 굶어 죽고 있다는 정보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른바 ‘보릿고개’라고 부르는 3월에 들어서면 더 식량난이 심각해져 전국적으로 아사자가 늘어날 수 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세계인도주의 기관은 북한에 지원의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쿤 리 세계식량계획 아시아태평양지부 대변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는 북한의 국경이 개방돼 세계식량계획의 지원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고열량 고영양의 특수 식품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고열량 식품은 몸에 열을 발생하는 칼로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음식을 말하고, 고영양 제품은 칼로리를 낮지만 영양소가 높은 과일과 야채, 수산물 등에서 만든 식품을 말합니다. 북한은 2020년 2월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한 후 아직까지 완전 개방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자기네 평양 상주인원들도 철수 한 상태이지만, 북한과 계속 연락을 유지하면서 식량지원이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북한도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식량계획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영세 남한 통일부장관은 지난 15일 “북한이 WFP 측에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WFP는 기본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서 의견이 안 맞아 진전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세계식량계획에 식량원조를 타진했으나, 분배의 투명성 보장 때문에 일이 진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권 장관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과 유엔아동기금(UNICEF) 총재를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한 바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지원을 받으려면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는 지 살피는 해외 요원들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북한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외부의 모니터링, 즉 분배 감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고 탈북민 김동남 씨는 말했습니다.
김동남 씨 :예전에도 우리 있을 때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군대들이 군복을 벗고 들어가서 가져가고, 그게 발견되면 군대 차를 멀리에 세워놓고 가까운 거리에서 이적해서 군대들이 다 뽑아가지 않았습니까?
<브릿지 음악>
북한 청취자분들은 “도와주려면 그냥 도와주지 왜 그 과정을 감시해야 하는가?”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유엔의 지원은 대부분 정부나 기업, 개인들의 기부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명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지원은 무료이지만, 분배과정에 대해 후원자들에게 투명하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은 코로나를 명분으로 자국내 체류중이던 국제기구 요원들을 전부 철수 시켰기 때문에 현장에서 분배를 감시할 인원들도 없습니다. 때문에 국제사회가 식량을 제공하고 싶어도 북한이 감시 요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줄 수 없다는 겁니다.
<브릿지 음악>
그러면 세계식량계획은 왜 북한에 식량을 무상으로 지원해주고 있을까요?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제로 헝거: 즉 지구촌에 굶주리는 사람이 전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계 최대 인도주의 기관입니다. 단순히 식량을 배분하는 것 뿐 아니라 전쟁과 내전, 태풍과 해일 등 재난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코로나가 창궐했던 2020년에도 420만톤의 식량과 21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북한은 1995년부터 25년째 세계식량계획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남한은 1960년대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지금은 원조하는 나라로 발전했습니다. 지난해 7월 남한을 방문한 데이빗 비줄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구호식량과 자금을 후원하는 유일한 나라로 발전했다며 기아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국은 1964년부터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유엔기구에서 식량 지원을 받았으나, 1984년에는 원조를 더 이상 받지 않고 지금은 원조를 주는 국가로 되었습니다. 한국은 2018년부터 ‘대한민국-WFP한국 쌀 원조 사업’을 통해 예멘,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에 매년 쌀 5만톤을 공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국 쌀을 먹고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8억명 이상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굶주리고 있으며, 1억3,000만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직면해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이 기아 선상에 놓인 사람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탈북민 김동남 씨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원조가 이루어지자면 먼저 국경이 열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동남 씨 : 농사가 작년에 안되었다고 해요. 중국에서 쌀이 들어가야 되는데, 요즘에 평양시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데 지방이야 말할 것 있겠어요? 북한 주민들은 빨리 중국 문이 열려야 중국에서 강냉이가 들어오든지 먹을 게 들어와야 먹고 살겠는데, 지금 사료를 공급해서 먹인다니까 어떻게 돼요?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면서 주민들의 배고픔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73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 미사일 비용은 한 기당 2000만~3000만 달러입니다. 물론 북한에서는 미사일 제작에 드는 인건비와 시설비를 따로 계산하지 않더라도 미사일 부품과 연료 등은 외국에서 수입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와 올해 발사한 각종 미사일 비용을 5억 달러에서 8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 돈으로 국제곡물시장에서 쌀 100만톤을 구입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없다고 김동남 씨는 말합니다.
김동남 씨 :북한은 자기네 방어력을 가진다고 하면서도 식량에 대한 것은 말도 안하지요. 그리고 주민들은 아니 먹을 것도 없는데, 미사일 쏠 테면 말겠으면 말고 상관하지 않아요.
인간 살상무기-탄도미사일 발사에 수천 만금을 허공에 날려보내는 북한, 그 속에 사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 세계 인도주의 기관들은 따뜻한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