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의 인권문제는 1990년 대 이전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살길을 찾아 탈북한 북한 주민들에 의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반인도 범죄에 해당하는 중죄임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북한인권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얼마전 남한에서 출범한 북한인권침해센터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 16일 서울에서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북한인권침해지원센터를 공식 출범시키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신영호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은 인권침해지원센터 출범 계기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신영호 NKDB 이사장: 북한인권 상황을 조사 기록하면서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것만으로 과연 북한인권 ‘지킴이’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자괴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북한인권침해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활동에 나서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의견을 모으고, 명칭을 공모하는 등 여러 준비과정을 거쳐 NKDB북한인권피해센터를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이 단체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탈북민들의 인권침해 사실을 조사하고 기록해오던 사업을 넘어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지원도 추진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윤승현 초대 NKDB인권침해지원센터장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윤승현 NKDB인권침해지원센터장 인터뷰 녹취: 2020년에 국군포로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대한민국 법원에서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또는 북한을 이탈하는 과정에서 침해 받은 피해에 대한손해배상청구는 충분히 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 센터장은 “탈북민을 포함해 북한인권피해자 4만명과 인권침해 사례가8만건에 달한다”며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신영호 이사장은 2004년부터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매년 남한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을 인터뷰하여 통합인권침해사례 데이타베이스(자료통합열람실)를 구축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센터장은 “(북한인권침해에 책임 있는 개인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까 하는) 실효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일단 판결을 받아 놓는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면서 “북한인권 개선의 큰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0년 대한민국 법원이 6.25 전쟁 때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한 탈북 국군 포로들이 북한 당국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북한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인권피해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는 게 인권법 전문가들의 시각인 것입니다.
이 판결을 토대로 남한의 법률전문가들과 북한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권침해지원센터는 앞으로 북한인권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 및 육체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법률 지원활동을 벌인다는 겁니다.
인권 침해, 반인도범죄는 발생 시기와 장소에 상관없이 어느 국가에서도 재판할 수 있는 보편 관할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2014년 유엔의 공식기구로서는 처음으로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가 북한정권이 유례 없는 최악의 반인도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결론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수백명의 탈북민들과 국군포로 납북자들을 인터뷰하여 북한 주민들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성분에 의한 각종 차별, 주거 거주 이전의 자유, 생명권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자의적 구금과 고문 처형과 정치범수용소 수감, 납치 및 강제 실종 등 인권침해를 당한다는 사실을 보고서에서 상세하게 밝혔습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들의 공개 증언을 들어 보시겠습니다.
6.25 전쟁 때 월남한 할아버지 때문에 평안남도 북창 18호 관리소에서 28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김혜숙 씨는 북한인권단체 ‘NK WATCH’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렇게 증언합니다.
탈북자 김혜숙 씨(NK WATCH 제공): 안전원이나 보위원들이 우리 이주민들을 보면 오라고 손가락 질을 합니다. 그래서 가면 ‘앉으라’고 하면 우리는 무릎을 끓고 머리를 숙이고 앉는 자세가 어린 아이나 어른이나 (관리소에서는) 다 알고 있어요. 이렇게 앉으면 대가리를 들고 아가리를 벌리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땅에 뱉을 침도 안 뱉고 우리 이주민들 입에다 뱉는 겁니다.
김 씨는 마흔 넘어서야 겨우 18호 관리소를 벗어났지만, 아직도 여동생 둘과 남동생은40년 넘게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했습니다.
북한 꽃제비 출신의 김필주 씨도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증언입니다.
김필주 씨(NK WATCH 제공): 그 6개월 남짓한 시간 속에서 참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공개처형도 봤고, 제 바로 옆에서 저보다 바로 두 살 어린 여자애가 굶어 죽는 모습도 봤었고, 사람이 죽을 때 목숨은 붙어 있는 데 파리가 먼저 달라 붙더라구요. 눈과 코 입 귀 등 구멍이라고 생긴 곳에는 파리가 먼저 달라붙는 것을 저는 당시 몰랐는데 그날 저녁에 그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을 했습니다. 그렇게 훔쳐 먹어보기도 하고, 주어먹어보기도 하고, 사람이 총에 맞는 것도 보기도 하고 또 실제 사람이 죽어는 숨이 넘어가는 장면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인권이란 말조차 몰랐던 탈북민들은 외부 세계에 나와서야 자신들이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받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한 손해 배상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앞서 대한민국 법원이 탈북 국군포로 두 명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북한과 김 위원장이 공동으로 각각 2천1백만 원씩 (미화 2만달러)지급해야 한다고 확정한 바 있기 때문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사단법인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의 도움으로 탈북 국군포로 5명이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법적 다툼 속에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메쉬 포카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부소장은 북한인권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 전략 구축을 위해 시민단체, 탈북민 등과 일련의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인권침해지원센터의 출범이 북한인권 사건에 대한 사법적 접근에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발족된 북한인권침해지원센터는 탈북민들과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등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법률지원 활동을 개시할 예정입니다.
이 센터는 우편이나 팩스, 직접 방문, 그리고 북한인권침해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인권침해 사실을 접수 받고, 사건 접수가 이뤄지면 법률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상담, 행정적 지원도 이뤄지게 된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에 따라 탈북민들의 피해보상청구 접수도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한의 정착한 탈북민 김동남씨는 북한 보위부에 끌려간 아들의 강제 실종 사건과 자신이 겪은 성분 차별로 인한 침해에 대해 손해보상청구를 할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NKDB 인권침해지원센터는 모금을 통해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인권 피해자들로부터는 수임료를 받지 않는 즉,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인권침해센터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북한당국의 인권유린 행위를 멈출 수 있게 하는 예방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지금까지 남한에서 북한인권침해센터가 출범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