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요즘 한반도 관련 주제에서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김주애’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입니다. 북한매체들은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 이라는 최고의 호칭을 써가며 띄우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를 둘러싼 ‘후계자’설이 나오고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4대 세습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제 겨우 10대인 그가 공식 후계자로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 어린 나이여서 앞으로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과 남성중심사회인 북한에서 여자가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김정은이 ‘4대 세습’을 못 박은 이상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민들은 북한 김정은이 미국의 무인기 공격을 피하기 위해 딸과 동행한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4대 세습’이 미칠 영향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11월 18일, 김주애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이 공식 매체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 형’발사 장소에 나온 겁니다.
당시 여론은 김정은이 어린 딸을 데리고 놀이공원이나 가족여행을 가지 않고 위험한 대량 살상 무기 시험 현장에 나온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정은의 딸은 그 후에도 화성-17 형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기념촬영식장에도 나타났고,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연회장에도 등장했습니다. 나이 지숙한 북한군 장성이 90도로 깍듯이 허리굽혀 인사하는가 하면, 가슴에 훈장을 주렁 주렁 단 장성들에 둘러싸인 채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주애가 후계자로 점찍혔다는 분명한 신호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분석도 나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 속에서는 ‘후계자’ 논란의 주제로 되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북한이 4대 세습으로 가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김주애로 낙점되었다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김 씨 일가는 미리미리 4대 권력 세습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고요. 물론 그게 아닐 수도 있죠. 왜냐면 김정남도 모두 다 후계자로 생각하고 했었는데요. 그게 아니었잖아요.
그렉 총장은 “김주애로 알려진 딸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후계자로 보기에는 아직도 많은 변수가 있다”면서 “현재 나이 40에 불과한 김정은이 후계자를 서둘러 결정해야 할 어떤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은도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되었을 때가 24살에 불과했다”며 “김주애에게 눈길을 돌려 뭔가를 노리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남성위주 사회이지만, 이른바 ‘백두혈통’ 계열의 여성이 후계자로 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주애도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4대 세습 권력 과정에는 또다시 엄청난 숙청과 투쟁이 만연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렉 사무총장 :김정은의 대숙청이 너무 사악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권력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권력 기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숙청이 그렇게 많았겠죠.
그는 “4대 권력세습 국가는 확실하게 인권 유린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렉 사무총장 :인민들이 70년 넘게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없지 않았습니까? 4대 권력 세습까지 된다면 더욱더 참여가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만약에 4대까지 간다면 당연히 북한 사람들의 인권과 인간 생존안보 상황이 더욱더 악화될 거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권영세 남한 통일부 장관은 27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둘러싼 후계자설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직 후계자로 보는 건 조금 이르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김주애에 대한 한국정부의 견해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Bridge music>
한편, 탈북민들 속에서는 남성위주 사회인 북한에서 여성이 후계자가 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미국 중서부에 거주하는 탈북민 한모씨의 말입니다.
한 씨 : 이제 열 살 조금난 딸한테 세습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고요. 세습이 될 수도 없고 북한에서 여자가 지도자가 될 수가 없지요. 그렇게 된다면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같은 거는 없어져야 되지요. 그게 만약에 권력의 라이벌이 되면 끝나버린 겁니다.
한모씨는 김정은의 딸 등장은 최근 일본에 배치된 미국의 최신예 무인기 ‘MQ9’와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한 씨 :내가 볼 때는 세습이 아니라 'MQ9'이 일본에 배치되지 않았습니까? 그게 미국에서 (김정은이)자기를 죽일까 봐딸을 데리고 나오는 거예요. 인간방패이지요.
지난해 11월 21일 일부 일본 언론들은 일본 가고시마현 가노야 항공기지에 미군 무인기 MQ9 9대가 배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중국의 대만 위협과 한반도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의 최신 공격용 무인기(드론)가 일본에 일시 배치된다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한씨는 이 무인기 배치가 김정은이 딸을 데리고 나온 시점과 비슷한 시기라며,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씨 :미국도 옆에 자식이 있으면 김정은을 죽일 수가 없는 거예요. 미국 영화도 보면 그렇잖아요? 그 놈을 죽여야 되는데 옆에 국민들이 있으면 피해 볼까봐 못 쏘는 거예요. 그래서 김정은도 딸을 방패로 데리고 나온 거 같은데 내가 볼 때는 그래요. 뭐 10 살짜리를 후계자로 만든다는 게 말도 안 되지요.
미군 무인기MQ9은 이라크 전쟁에서 맹위를 떨친 프레데터(Predator), 즉 영어로 포식자라는 이름을 가진 MQ1 무인기의 최신 개량판입니다. 이 무인기는 한번 떠서 8,500km를 비행할 수 있고, 32시간동안 하늘에 떠있을 수 있습니다. 고도 15킬로미터 상공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발견하기도 어렵고, 소음도 없고 명중률도 매우 높아 ‘하늘 위 암살자’ ‘침묵의 암살자’ 등으로 불립니다. 2020년 1월 미국에 적대적이던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카셈 술레이만이 이 무인기 공격에 의해 암살됐습니다. 당시 가셈 술레이만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본인 확인은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미국 본토 타격을 목표로 화성 15형, 17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광란적으로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민들은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고, 한때 김정은 암살 여론도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는 김정은의 암살을 다룬 영화 ‘The interview’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테러리스트들과 그 지원세력에 대한 미국의 무인기 공격 사례를 알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을 방패삼을 정도로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사는 탈북민이 주장한 겁니다.
한 씨 :몇년전에 이란군 사령관을 해치웠지 않나요? 그MQ9이 지금 북한 가까이에 가있어요. 미국 같은 것은 그럴걸 못 쏘거든요. 그런 자식이 같이 다니면요, 그래서 자식이 재롱을 피우는 겁니다. 자식 귀하면 자기 운명보다 더 귀하겠어요?
일본 언론들은 가고시마현 가노야 항공기지에 배치된 미군 무인기 MQ9 가 북한 핵위협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발사할때마다 일본 열도를 향해 쏘기 때문에 일본 여론은 반북 정서로 들끓고 있습니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예방적 차원에서 도발의 근원을 도려내는 것도 정당 방위의 개념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2022년 발간된 ‘일본 방위백서’에는 중국이 일본의 최대 위협이고, 그 뒤로 북한과 러시아가 잇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딸 공개를 ‘4대 세습’ 확정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모씨는 “최근 식량난으로 굶어죽는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데, 김정은의 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씨 : 북한 백성들이 쳐다 볼 것 같지 않아요. 북한 사람들이 굶주려 아사 하는데 그 딸내미 살 찐 거 봐요. 김정은이 살 찐 거 보고 그림 자체가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거든요. 북한 백성들이 볼때는요.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 김정은의 딸 등장 배경과 ‘4대 세습’이 인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