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북한 막말 포고문 ‘범죄와 전쟁’ 선포

지난달 17∼1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 모습.
지난달 17∼1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 모습. (/연합)

0:00 / 0:00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최근 북한이 포고문을 발표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식량부족 등으로 북한 내부에 절도, 강도 등 각종 무질서가 발생하자, 단속의 고삐를 죄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북한 포고문은 “법기관들은 범죄의 동기와 목적, 형태, 대상에 관계없이 범죄에 해당한 행위를 한자들을 모조리 색출하고 법적 칼날로 가차없이 징벌하여 사등뼈를 꺽어놓을 것”이라고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도 펴냈습니다.

“사등뼈를 꺽는다”는 말은 외부사회에서는 잘 쓰지 않던 표현입니다. 포고문을 본 탈북민들은 북한의 내부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번 포고문을 집행하는 과정에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 포고문이 나온 배경과 북한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사회안전성이 지난 2월 22일 6개 항으로 된 포고문을 발표했다고 남한의 조선일보가 보도했습니다. 보통 포고문은 전쟁이나 재난을 당한 국가나 지역에서 군 통치권자가 지역 주민들에게 공포하는 문서로, 그 대상의 사람들에게 의무나 책임을 강제하는 성격의 공문입니다.

현재 세계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이러한 포고문을 발표하지 않고 법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들은 법 이외에 포고문 같은 공문을 상시 발표하고 있습니다.

포고문 제목은 “사회주의 제도의 안전과 인민의 생명재산을 침해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되어 있습니다. 아마 북한 청취자분들도 공공장소 건물벽이나 장마당에 붙인 이 포고문을 보셨을 겁니다.

이 포고문은 반체제 행위나 북한 권력기관원들에 대한 폭력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1항에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불안과 공포를 주고 사회적 안정을 심히 파괴하는 범죄행위는 우리 제도자체를 위협하는 의식적이며 극악한 반체제 책동”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당정책을 시비중상하거나 그 집행을 태공, 지연시키는 행위, 혁명가요의 가사를 외곡하여 부르거나 불순하고 이기적인 목적으로 유언비어를 내돌리는 행위와 같은 반당행위, 반체제 행위를 한자들은 가차없이 쳐갈긴다”로 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얼마전 함경북도 주민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남한의 탈북민 김모씨는 “요즘 북한에서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도처에 도적과 강도 행위들이 빈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회가 어수선해지자, 이를 통제하기 위해 북한이 엄포를 놓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모씨 :지금 내부적으로사람들이 자꾸 아사하고, 먹을 게 없고 나라에 의견을 가지게 되면 자동적으로 사상적으로 변질이 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반당 반혁명 행위가 자꾸 나올까봐 공포를 놓는거죠. 그 포고문 자체가 소름이 끼치지 않습니까?

다음으로 포고문에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 내부에서 노동당과 정권기관 보위부, 안전원 등 법기관 일군들에 대한 폭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겁니다.

포고문은 “당, 정권기관, 법기관 일군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폭력행위를 하거나 투서, 락서행위를 한자, 난동을 부리는 자들은 당과 제도에 대하여 독을 품고 의식적으로 반당적, 반혁명적 행위를 한자로 보고 무자비하게 징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 내부에 권력기관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말했습니다.

김승철 대표 : 이미 전부터 계속 있던 것이고, 그 증상이 지금 많아지는 겁니다. 제가2010년대 후반 부터 남한에 오는 탈북민들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해요. 큰 도시에서 오는 탈북민들에게 물어보면 1년에 2~3번 정도 나타났다고 하는데, 해주나 남포같은 경우에는 엄청나게 많다는 소리지요.

한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과거에는 북한이 주민들의 생계형 범죄 등을 차단하기 위해 포고문을 발표해왔는데, 이번에는 처벌수위가 강도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하 김성민 대표와 포고문이 왜 시점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인권단체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질문 :이번 포고문이 발행된 배경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김성민 대표 :북한이 과거 포고문에서도 끊임없이 인신매매 그리고 강간 마약 이런 문제들을 다루어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체제 위협 차원에서 포고문을 발표했는데, 그만큼 북한 체제가 지금 맞닥뜨린 위험 수위가 높다, 그리고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었을까 하고 긴가민가라고 했던 부분들도 있는데, 이번에는 그 포고문 내용의 구체성이라든가 처벌 수위를 봤을 때 북한 내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를 알 수 있고 그리고 외부로부터 정보가 북한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봐요.

질문 :포고문에서는 반당 반체제 행위에 대한 가차없는 처벌을 강조했는데요. 왜 이 조항을 강조했을까요?

김성민 대표 :포고문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사안들이 과거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에 저희들이 깜짝 놀라게 된 것은 북한 당국이 정말 소스라쳐 놀랄 만큼의 조직적인 형태의 체제 위반 현상, 반체제 행동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런 것들을 봤을 때 북한 주민들에 대해 우리가(외부사회)에서는 흔히 이런 말을 하잖아요. "정말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고 우물 안의 개구리들처럼 맹목적인 충성 경쟁이나 하면서 정신적인 노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금껏 저희들이 이야기해 왔는데, "이젠 달라졌구나. 정말 저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김정은과 북한 당국이 깜짝 놀랄 만한 소스라치는 그런 행위들을 할 수 있는 그런 북한 주민들이다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질문 :과거 포고문에서는 주민 생계 문제와 국가재산 낭비 등 경제문제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왜 반체제 행위에 대한 처벌이 담겼을까요?

김성민 대표 : 특히 "사상적으로 썩을 때로 썩은 혁명에 극악한 원수 이 나라 공민이기를 그만둔 인간 쓰레기"라고 소위 "체제 위협 분자"들을 적시하면서 "법기관들은 범죄의 동기와 목적 행태 대상에 관계없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자들을 색출하고 법적 칼날로 가차없이 징벌하여 사등 뼈를 꺾어놓을 것이다"고 했는데 이건 내가 봤을 때도 좀 김정은과 북한 당국자들이 "이거 정말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회가 위험할 수 있다,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를 현실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런 포고문을 내지 않았나 싶어요.

질문 :사등뼈라는 것은 '척추'를 의미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잘 안쓰는 말인데요. 혹시 이런 포고문을 외부 사회에서 본적이 있습니까?

김성민 대표 :없지요. 국제사회 통틀어도 이런 무시무시한 난잡한 이런 포고문은 본 적이 없어요. 또 과거에 북한이 포고문 해봐야 식량을 훔치거나, 국가 재산을 파괴하거나 해서 이런 것들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형식의 포고문이 있었지 사등뼈를 분질러 놓는다는 식의 어마어마하고 무지막지한 폭언을 낸 적이 없지요.

질문 :국제사회나 북한인권활동가들이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김성민 대표 : 이 포고문을 통해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가 있어요. 하나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지금껏 4대 세습 소리가 나올 정도로 세습 독재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더는 못 살겠다라고 했을 수도 있고요. 한국에 나와 있는 탈북민들이 끊임없이 북한 주민들의 민주주의 의식 그리고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을 해오지 않았어요? 박상학 대표나 이민복 대표가 대표적으로 삐라를 북한 주민들의 계몽을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리고 대북 방송인 자유아시아방송(RFA)나 미국의 소리 방송이나 아니면 민간 대북 방송들이 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면 오늘의 북한 주민들이 알 수가 없어요. 그렇게 철저하게 통제시키고 내부 정보를 차단시켰는데 이 차단의 장벽을 뚫는 외부 활동들이 없었으면 이게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면 그것들을 여기서 그만들 것인가?

소위 문재인 정부가 소위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 완전히 막았으니까 법적으로 막았으니까 그만둘 거냐 절대로 아니죠. 저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하고요. 우리 대북 방송에 사실 취지가 뭡니까? 북한 주민들을 사람답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이 작업을 우리가 멈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고 좀 더 강력하게 공정하게 하면 할수록 북한 주민들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를 확실하게 느끼고 내가 잘못된 사회에서 잘못된 체제에서 살고 있구나에 대한 반성과 자각적인 행동을 하게 될 거고요. 김정은 독재 체제에는 타격이 될 것이다고 생각됩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북한이 포고문을 발표한 배경과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당면 활동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정영입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