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북한 자주권의 ‘이중적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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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브)와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대량살상 무기까지 동원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 백 명의 민간이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중에는 어린이와 임산부도 포함돼 있어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침략’으로 규정하고 규탄하고 있는 때에 북한은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있습니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대해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우려할 때마다 ‘자주권에 대한 침해’라는 주장을 펴왔던 북한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는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위선적인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탈북기자가 본 인권 시간에 이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 CNN 녹취 > : 우크라이나 병원에 대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 폭발음…

미국CNN방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엠네스티는 러시아군이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된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과 진공폭탄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어, 파괴 반경이 넓어 많은 민간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10여미터 깊이로 파헤쳐진 폭탄 구덩이가 보여주듯, 러시아의 진공 폭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게 하는 장면도 공개됐습니다. 러시아의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어린이 사망자가 늘고 있습니다.

AP통신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한 장의 사진은 많은 사람을 분노케 했습니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부상당한 6살 소녀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의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숨을 거둔 사진 이었습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 소녀는 동네 슈퍼마켓에 갔다가 폭격을 당했습니다.

아버지는 딸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왔고 의료진들은 그를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결국 아이는 숨졌습니다. 창백해진 채 축 늘어진 아이의 얼굴, 얼굴과 손에 피범벅이 된 아버지 모습, 소녀를 살려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의사들은 취재진에게 “푸틴에게 아이의 눈빛과 울고 있는 의사들의 눈을 보여줘라!”고 소리쳤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를 비롯한 국제인권단체들은 러시아가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으로 병원이나 학교를 공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레스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21일, 러시아 침공 이후 어린이 150명이 숨지고, 학교 400곳과 병원 110곳 이상이 파괴됐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해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탈북 난민 안드레이 조씨는 러시아 국민이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서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안드레이 조 : 러시아는 워낙 큰 땅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침략을 해야 할 명분 자체가 없어요. 왜냐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실지로 같은 언어를 쓰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러시아에 많이 들어가 살고 러시아 사람들도 우크라이나에 많이 가 살고 이렇게 친형제처럼 지내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잘 지냈어요. 우리 남북한과 같은 문화이거든요. 소련이 해체된 다음에 독립을 했어도 러시아 국민들과 우크라이나 사람들 사이에 감정이 좋거든요. 그런데 푸틴 대통령이 순수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목적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은 굉장히 잘못 된 것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안드레이 조 : 푸틴이 집권하면서 이전 소련 가맹공화국들이 자꾸 서방 쪽으로 가니까, 자신이 왕따당하는 느낌이고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것 같으니까 침공한 것 같아요. 크림 반도를 비롯해서 그 주변을 합병하고 이것은 순수 푸틴이 개인적인 정치적인 이해 관계 때문이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고 해서 러시아 국민들이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는 아무 이득이 없어요. 사실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그렇고 러시아 사람들도 서로 사실 전쟁을 원하지 않거든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행위는 그동안 북한이 미국과 서방을 비난해온 ‘제국주의적 행태’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영토확장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제국주의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BBC와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가 2~3일 동안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제거하고 친러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러시아는 겉으로는 우크라이나와 정전 회담을 벌이면서도 뒤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지도부 제거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로 댄 ‘특별군사작전’도 주권국가에 대해서는 성립될 수 없는 억지라고 안드레이 조씨는 지적합니다.

안드레이 조 : '특별군사작전'이면 특별한 테러리스트나 그런 상대를 놓고 특별군사작전을 하는 것이지, 어디 국가를 상대로 특별군사작전 하는 게 어디에 있습니까, 예를 들어 핵을 건설한다면 핵기지만 때리는 것이지 아파트를 파괴하는 것은 완전히 침공이지 않나요?

러시아는 당초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미명하에 우크라이나 군사시설만 파괴하고 시민들은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병원과 학교 등 민간인 시설들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사상자들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북한은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두둔하고 있습니다.

17일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적 및 문화적 협조에 관한 협정체결’73주년을 맞아 양국의 친선을 과시했습니다.

신문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러시아의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는 거론하지 않은 채, “오늘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을 짓부수고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는 길에서 두 나라 인민은 공동보조를 맞추며 지지와 연대성을 강화해나가고 있으며 이 길에서 친선의 유대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이 말하는 ‘자주권’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모순되는 위선적인 태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한 것은 완전히 위선적이고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일 유엔에서 채택된 결의안에는 “러시아의 2월24일 ‘특별 군사작전’ 선언을 규탄한다”고 되어 있고, “무력 사용 또는 위협으로 얻어낸 영토는 합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이 결의안은 유엔회원국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됐습니다. 결의안 채택 결과가 공표되는 순간 유엔 총회장의 다수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했지만, 북한을 포함한 5개 나라는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현재 러시아와 부쩍 가까워진 중국마저 기권표를 던지는 등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북한이 러시아를 지지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든 상관없이 유엔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지지를 얻어 추가 대북제재가 이뤄지지 않도록 ‘방패막’ 역할을 계속 해주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지적했습니다.

말끝마다 주권국가의 ‘자주권 옹호’를 외치던 북한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러시아의 침략을 두둔하는 이중적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번 국제적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지금까지 rfa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