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이를 인정하는 사회적 관심이 더해진다면, 내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이런 질문은 성소수자와 같이 우리 주변에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존재하는 소외 계층이 가져보는 바램입니다. 미국과 남한을 비롯한 자유국가에서는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나는 동성애자다"고 커밍아웃, 즉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사례는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남한에 정착한 함경북도 청진 출신 60대 장영진 씨가 영국 공영방송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쓰레기 자본주의 문화'라고 비판하면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동성애자-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지만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외부 세상에서는 인권 차원에서 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같은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장씨와 같은 성소수자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알지 못하고, 또 억제된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감이 없고, 부끄러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복수의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BBC방송에 소개된 탈북남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북한의 성소수자 실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3월 21일 영국 공영방송BBC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탈북남성 장영진 씨 사연을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 북한에서 온 동성애 작가, 새로운 사랑의 출발선에 서다" 입니다.
장 씨가 어느 휴양지에서 작은 쪽배를 타고 수줍게 웃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아래에는 "60대에 접어든 장 씨는 이제 새로운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고 씌어져 있습니다.
장 씨는 지난해 봄 인터넷 온라인 성소수자 만남 공간을 통해 한국계 미국인 민수 씨를 만났고, 그의 초대를 받아 지난해 6월 미국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정식 부부가 되기 위해 미국에서 변호사를 통해 배우자 비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올해 62세의 탈북 남성이 미국에 사는 교포 남성을 만나 합법적인 결혼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진짜인가 하고 의문을 갖는 분도 있을 겁니다. 혹시 어떤 분은 이런 이야기에 대해 즉각적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분도 있을 겁니다.
북한이 선전하는 대로 '썩어빠진 사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동성애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것도 오늘날 외부 현실입니다.
"북한에서 결혼을 했는데 첫날밤부터 아내 몸에 손을 대기 싫었다"는 장 씨.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몸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북한에서 병원을 엄청 다녔고, 심지어 청진 국가 병원까지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더 이상 아내와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장씨가 이혼을 시도했지만, 이 마저도 병원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못하게 되었다고 그는 BBC 방송에 털어놓았습니다.
결국 북한에서 살 수 없어 그는 지난 1997년 탈북을 했고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가 남한에 갔을 당시엔 한국에서 조차 동성애란 개념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남한의 네이버 지식백과 사전에 따르면 성소수자(sexual minority)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양성애자, 동성애자, 무성애자, 제3의 성 등을 포함하며 성정체성, 성별, 신체상 성적 특징 또는 성적 지향 등과 같이 성적인 부분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일부 나라들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어 장씨가 미국의 민수씨와 결혼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장씨가 민수씨와 결혼하게 되면 이들은 미국에서 살게 됩니다.
그럼 북한의 동성애 실태는 어떨까요?
남한과 미국에 나온 복수의 탈북민들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회견에서 북한에도 '중성'이라고 하는 성소수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환자로 분류되거나 무시된 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의사를 지낸 탈북여성은 "북한에서 발표하지 않아 그러지 주민들 속에는 성소수자가 있다"면서 "남자 성향의 여성들, 특히 잠자리에서 여성이 남성처럼 행동하거나, 여성의 성대를 가지고 있는 남성, 여성처럼 부끄럼을 잘 타는 남성, 소심한 성향의 남성 등은 중성일 가능성이 높아 상담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는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할 때도 의사들이 남자와 여자의 성을 검사하고, 비정상일 때는 군에서 면제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일련의 조치는 있지만, 이를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탈북민들은 북한에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남한의 탈북민간단체 '나우'의 지철호 팀장의 말입니다.
지철호 팀장: 동성애 이야기는 못 들어봤고요. 그쪽에 용어 자체가 없지 않습니까, 용어가 있다 해도 비사회주의적인 문화이고,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엔 유교문화가 엄청 강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거나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00같은 소리를 하는가 하고 당과 수령만을 바라봐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반동이 되는 것이지요.
심지어 동성애자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고 함경북도 출신의 김동남씨는 말했습니다.
김동남: 예를 들어 소문으로 어느 누가 지금 남자와 변태처럼 좋아한다고 하면, 완전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지요. 북한에서는 그런 사람을 49호(정신병동) 대상자라고 하지요.
실제로 북한에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사례도 있습니다. 세계 동영상 사이트 유트브에 출연한 두 탈북 남녀의 대화를 잠시 들어 보시겠습니다.
Youtube녹취: 그 두만강인가, 아무튼 북한이 보이는 국경지대 쪽에 군인 두 명이 진하게 키스를 하는 사진이 찍혔어요. 둘이서 키스하는 모습이 찍혔어요. 아, 북한에도 저렇게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있구나, 한국 와서야 알게 되었어요.
이처럼 북한에는 동성애자나 성소수자라는 말은 없지만 북한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이들이 꼭 존재할 것이라는 게 외부의 관측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조사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 자체가 동성애 사실에 대해 잘 모르는 데다 북한당국이 동성애 존재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접근이 어렵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4년 4월 22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작성에 주된 역할을 한 마이클 커비 전 오스트랄리아(호주) 대법관의 성정체성까지 문제 삼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커비 위원장이 "40여년간 동성연애로 추문을 남겼다"며 "이른바 법관의 감투를 쓰고 한 짓이 있다면 자기나라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동성결혼의 법화를 위해서 미쳐 돌아간 것뿐"이라고 매도했습니다.
호주 대법관 출신의 커비 위원장은 1999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동성애자를 비롯한 소수자 인권 보호에 앞장서왔습니다.
한편 그렉 스칼라티우 미국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동성애를 범죄시하는 북한의 경직성 때문에 접근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렉 스칼라티우: 북한에서 탄압이 원래 심해서 동성연애자 존재까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정치 탄압도 심하지만, 북한 사회 전체가 동성연애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동성연애자들도 남들에게 이야기 할 수 없고, 인정할 수 없고, 고백할 수도 없고, 지금까지 탈북자들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나온 다음에도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불편해 하고 있습니다.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사회도 지난 20년 동안 많이 변했지만, 동성애 주제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좀 예민하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사회정치 체제가 너무나 다른 북한에서는 더욱 억제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영국 공영방송 BBC에 소개된 한 동성애 탈북남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북한의 성소수자 실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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