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16일 북한이 실패한 ‘화성 17형’ 대형장거리미사일 폭발 당시 평양 상공에 파편비가 쏟아져 적지 않은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 중심에서 불과 40킬로미터 떨어진 순안비행장 상공에서 거대한 미사일이 폭발했기 때문에 굉장한 폭음이 울렸고, 적지 않은 주민들이 목격했다고 합니다.
또 미사일 발사 실패와 관련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북한은 재차 ‘화성 15형’ 미사일을 ‘화성17형’으로 둔갑시켜 발사했다고 남한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세계 최빈곤국으로 꼽히는 북한이 민생과 전혀 상관없는 장거리 미사일을 군사기지도 아닌 민간 거주지에서 발사하고, 그것이 실패하자 한발에 수천만 달러가 드는 미사일을 재차 발사해 귀한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16일 ‘화성 17형’ 미사일 시험발사가 실패한 소식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한 자세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남한 국방부가 북한이 지난 16일 발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7형이 공중 폭발했을 당시 미사일 파편이 평양 상공에 쏟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국회에 보고 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 비공개 현안보고 후 이 같이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에 관해 들어 보시겠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국회 국방위원)> 낮은 높이에서 이게 폭발해서 떨어진 거지요. 그러니까 평양 주민들이 화들짝 놀랐을 것 아니에요. 민심도 굉장히 불안정해졌을 것이고.
하 의원은 주민 사망이나 부상은 확인이 안 됐지만 민가에 피해가 있을 정도로 미사일이 낮은 높이에서 폭발한 것으로 군당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단행한 지점은 평양 순안비행장으로, 수도 중심부에서 40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또 수 킬로미터 상공에서 미사일이 폭발했기 때문에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데다, 파편비가 쏟아져 적지 않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군당국은 파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남한 국방부는 평양 시민들이 이에 놀랐고, 민심 이반이 체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빨리 만회하고자, 부랴부랴 24일 구형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하고 이를 화성-17형이라고 선전한 것이라고 국회에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도 북한이 16일 발사 후 폭파된 탄도미사일 잔해가 평양 인근에 떨어진 것이 사진과 증언으로 확인됐다며 다수의 목격자가 미사일 발사 실패가 있은 뒤 커다란 대형항공기가 비행하는 듯한 ‘비행음’을 들었으며 이어서 ‘꽝’하는 소리가 났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민간 거주지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대륙간탄도 미사일 발사를 단행하는 것은 주민들의 생명을 조금도 아랑곳 하지 않는 행위라고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 일반 주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그렇게 무턱대고 미사일 발사하는 행동을 보니까, 북한의 온 영토를 완전히 김정은의 군사기지로 만든 것이죠. 절대로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탄압하여 핵과 미사일 또 다른 무기를 만드는데 돈을 낭비하지만, 주민들을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북한 주민들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들이 바로 김씨 일가 핵심 계층과 그들을 지지하는 고위 간부들입니다.
북한이 늘 주장하던 대로 만일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했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하기 어렵다는 두려움마저 들게 합니다. 현재 북한은 미사일 실패 소식을 은폐하기 위해 주민들끼리 서로 소통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내부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지 못하게 휴대폰 검열을 엄격히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관영매체들이 지난 25일 김정은의 지도하에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가짜 뉴스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장소를 찾아 발사 전 과정을 지휘하는 짧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중앙텔레비전 보도 녹취(3/25)>: 대륙간탄도 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위한 전투 경보가 울렸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기존에 북한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구성과 화려한 편집 기법을 동원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주연’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영상이 인터넷 사회관계망(SNS)를 통해 전파되자, 전세계 외신들과 인터넷 사용자들은 김 위원장을 조롱하는 듯한 논평을 쏟아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김정은, 북한 미사일 보도에서 '탑 건'(Top Gun) 대우받다' 라는 기사 제목에서 각종 인터넷에서 패러디나 재창작의 소재로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이 등장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반짝이는 가죽점퍼와 선글라스를 뽐내며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할리우드 스타일 영상에서 주연을 맡았다."고 평했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선글라스를 벗는 모습이 남한의 유명 뮤직 비디오 ‘강남스타일’의 주인공 싸이가 보여준 코믹한 기법을 차용했다고 해서 ‘평양 스타일’이라고 인터넷 사용자(네티즌)들은 비꼬았습니다.
그렇게 북한이 성공으로 둔갑 시켰던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도 결국 전문가들의 판독결과 가짜로 드러난 겁니다.
남한 국방부는 국회에 북한이 지난 16일 이뤄진 ‘화성-17형’ ICBM 시험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영상을 짜깁기’ 하는 등 미사일 기종을 속여 발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방부가 해당 미사일을 화성-15형으로 판단한 근거는 비행 특성과 그림자의 방향, 기상상태, 기술적 요소, 한국군과 미군 전문가들의 조율을 거쳐 내린 평가 등 5가지를 토대로 이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탄도미사일은 탄종별로 상승가속도, 연소·단분리 시간 등 고유의 비행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탐지된 특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화성-15형과 유사하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판단이라는 겁니다. 또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영상에 나온 그림자 방향이 다른 점을 들어 발사 시간이 다르다는 점도 발견했습니다.
북한 영상 속에 나오는 김 위원장의 그림자는 서쪽으로 생겨 오전 8~10시 경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발사 시간은 오후였다고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실패한 영상과 성공한 영상을 서로 짜깁기해 조작했다는 겁니다. 또 북한 영상에서는 구름이 없는 청명한 날씨이였지만, 실제로 발사했던 날에는 구름이 적지 않았던 점도 영상 조작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남한 국방부는 북한이 이처럼 화성-15형을 화성-17형으로 속여 선전한 의도에 대해 “지난 16일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최단시간 내 ‘성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유언비어를 차단하기 위해 ‘꿩 대신 닭’격인 화성-15형을 발사하고 화성 17형이라고 발표했다는 겁니다.
올해 들어 북한은 모두 9차례 거쳐 10여발이 넘는 각종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드는 비용을 단거리의 경우 300만~500만 달러, 중거리의 경우 1천만~1천5백만 달러, 대륙간탄도 미사일의 경우 2천만∼3천만달러가 든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 군사 안보 전문가들에 의하면 미사일 한대당 1천500만달러 드는데요. 그 돈을 북한 주민들의 식량과 보건, 안전을 위해 투자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북한 주민들을 위한 투자가 하나가 없고, 정반대로 북한 주민들을 착취하여 그 돈을 이러한 무기를 생산하는 데 낭비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해 외부 세계 사람들은 이젠 별로 놀라지도 않습니다. 과거 신문 텔레비전을 장식하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 뉴스는 하루도 가지 못하고 다른 이슈에 묻히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된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내부에서 굶주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느라 귀한 외화를 허공에 날린 셈이 되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