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얼마전 남한 정부가 ‘2023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남한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지 7년만에 처음 공개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탈북민 5백여명의 증언을 토대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10대 청소년이나 임산부까지 참혹하게 처형했다는 증언이 담겨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이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윤석열 남한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진행된 국무회의에서는 “북한의 처참한 인권 유린 실상을 국제사회에 낱낱이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음성 녹취>:정부는 이번에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출간 공개합니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된지 7년이 경과되었지만, 아직도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고, 지금에 와서야 북한인권보고서가 출간되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북한인권법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 주민의 처참한 인권유린의 실상이 국제사회에 낱낱이 드러나야 합니다.
이 보고서는 2017년 이후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500여명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2017년 애기를 가진 임신부가 김일성 초상화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가 '사상적 불경죄'로 처형됐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2018년 함북도 청진시에서는 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청소년이 공개 처형됐습니다.
2020년 양강도에선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남성이 공개 처형됐고, 북한 정치범을 다루는 ‘83호 관리소’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구금시설에서의 강제 낙태 등도 자행됐습니다.
남한 정부는 이번 보고서를 영문으로 번역해 전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 공개됐습니다. 남한에서는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었지만, 아직 자기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북한인권기록 보존소를 설치하고, 외교부 산하에는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이 북한 정권을 자극한다는 논란때문에 북한인권재단이 출범되지 못했고, 인권보고서는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가리워졌던 북한인권 문제가 다시금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월 윤 대통령은 북한인권은 감성적 접근보다 냉철한 판단과 준비가 필요하며,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전세계가 알도록 정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더욱이 남북 통일이 갑자기 찾아 올 수도 있다며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번 보고서를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인간의 기본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반영하여 균형적이고 객관적으로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재평 남한 탈북자동지회장은 “이번 북한인권보고서에는 10대 미성년자에 대한 처형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과거 보다 더 북한인권상황이 참혹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재평 회장 :제가 보고서를 보면서 그 전에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와 다르게 북한 인권 상황이 굉장히 더 참혹해졌다고 봅니다. 더 굉장히 악랄해졌어요. 왜냐면 16~17세에 청소년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총살했어요. 원산에서 2017~2018년 사이에 6명을 마약 그리고 외부문화 시청물을 봤다고 해서 총살했고, 양강도에서도 현직 학교 다니는 학생을 총살하고 6개월 된 임산부도 총살을 했어요.
서재평 회장은 또한 북한당국이 10대의 어린이들의 복장과 머리단장 문제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김정은이 자신의 딸 김주애의 머리단장과 그가 입고 나온 고급 의상에 비해 볼 때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재평 회장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머리를 길게 드리우고 나오고, 옷도 그 나이 때 북한 아이들이 입어보지도 못하고, 바라보지도 못할 옷을 입고 나오면서 그 10대의 자기 딸과 같은 아이들한테는 엄격한 인권 유린의 잣대를 들이대가지고 통제하는 부분은 정말 부끄러운 거예요.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김동남씨도 과거 김정일 생존해 있을 때도 국경봉쇄를 지금처럼 하지 않았다며, 김정은 정권은 정보공작과 공포통치를 이용해 국경을 완전 봉쇄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동남 :김정일때는 그렇게 국경을 2~3중으로 안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김정은이 때는 국경을 강화하는 게 우선 군대를 투입해 놓고 군대가 군대를 감시하는 2~3중으로 감시하고, 한국하고 전화하거나 하는 사람들을 잡아 감옥에 보내 공포심을 갖게 해놓고 사람들이 겁을 먹고 전화도 못하잖아요.
코로나 이전에는 남한의 탈북민들이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 굶주림을 막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돈을 보낼 수 없게 되어 굶주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고 김씨는 말했습니다.
한편, 스위스의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 열린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 10주년 행사에 참가한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실태를 상기하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북한인권상황이 10년전보다 더 악화되었다고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제인스 히난 서울유엔인권사무소장 :수십년에 걸친 강제실종을 포함해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지적된 위반사항이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이동과 정보 접근의 자유, 식량과 영양 상황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로 김정은 집권 13년을 맞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자국민에 대한 인권탄압을 가혹하게 자행하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를 대표해 행사에 참석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에만 쌀 100만 톤에 달하는 7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이는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량 80만 톤을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북한인권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재평 회장은 “자국민을 돌보지 않고 핵개발에 국가자원을 쏟아붓는 북한에 대한 가장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재평 회장 :핵을 가진 그런 독재집단과 무슨 대화가 필요하고 무슨 협력이 필요하는가 하는 것인데, 윤성열 대통령이 나는 그런 집단에 1원도 지원해 주지 않겠다는 건 맞는 말씀이고 그런 입장을 저는 취해야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한정부가 북한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까지 중단하는 것이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 통일부는 북한 비핵화 문제와는 별개로 대북 인도적 지원를 지속하려는 한국 정부 입장에는변화가 없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남북의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남한에서 북한인권보고서가 세상에 공개된 소식과 이 보고서가 공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