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러시아 유엔인권이사국 지위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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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 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속전속결로 전쟁을 결속하고 우크라이나에 친러 위성 정권을 세우고 국제 여론을 무마시키려던 러시아의 당초 계획과 달리 전쟁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에서의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과 성폭행 만행들이 밝혀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엔의 가장 권위있는 유엔인권 이사국 명단에서도 퇴출되는 등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러시아를 북한은 여전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항전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려 할까요.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유엔은 러시아의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를 정지시키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투표에 참가한 유엔회원국 가운데 찬성 93 대 반대 24이라는 압도적 차이로 가결되었고, 러시아는 유엔인권위 이사국 자격을 상실하게 됐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RC)는 유엔 총회 보조 기관으로, 각 유엔 가입국의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국제 사회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47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기구인데,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를 얻었으나 중도에서 퇴출된 겁니다.

유엔인권이사국으로서 인권침해 상황을 감독하고 막아야 할 당사국인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게 된 것입니다.

표결에 앞서 연단에 오른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군이 저지른 ‘부차학살’ 만행을 열거하면서 더 이상 러시아가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에 남아있어서는 안된다고 연설했습니다. 잠시 들어 보시겠습니다.

<세르게이 키슬리차/ 주 유엔 우크라이나 대사 연설 녹취> : 수천 명이 사는 평화로운 마을들에서 살해, 고문, 성폭행 등이 벌어진 것은 러시아가 인권 영역에서 처음 서 있던 곳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났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이 제시한 민간인 학살 증거들이 일방적으로 조작되었다며 반발했고, 중국과 북한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러시아를 두둔했습니다.

유엔주재 김 성 북한 대사의 목소리도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성/북한 유엔대사>: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이 결여된 정치적 의도에 반대합니다.

북한은 지난 3월 2일 유엔총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다수결로 통과시킬 때도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전쟁범죄의 규탄 속에 고립되고 있는 러시아와 한 길을 가고 있는 북한도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민간인 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쟁범죄자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군이 한 달 넘게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서쪽 외곽 소도시 부차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은 국제사회를 경악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남한 언론 YTN보도를 들어보시겠습니다.

< YTN보도 녹취/4월 4일>: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작은 도시, 부차. 폐허로 변한 거리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습니다. 평상복을 입고 거리를 걷다가, 혹은 급히 도망치는 길에 끔찍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손을 뒤로 묶인 채 총살을 당한 시신, 고문의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철수하기 전 이유 없이 민간인을 총으로 쐈다고 비난했습니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이 부차를 탈환한 이후 현장을 취재한 민간인 피해현장을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포격으로 파괴된 거리의 곳곳에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 통신사 기자들이 확인한 시신만 최소 22구였으며, 이 가운데 한 시신은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고, 역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들의 사망 원인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시신 2구의 머리에 큰 상처가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이날 집단 매장된 사람이 280명이라고 밝혔고, 세르히 니키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BBC방송에 러시아군이 자행한 집단 매장지를 발견했다며 "시신들의 손과 다리는 묶여있고 머리 뒤편에는 총알 구멍도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전쟁상황이기 때문에 부차에서 민간인이 얼마나 러시아군에 살해됐는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충격에 빠지며 크게 분노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다며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집단학살은 그리스어로 민족, 종족, 인종을 뜻하는 Geno와 살인을 뜻하는 Cide를 합친 말로, 고의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민족, 종족, 인종, 종교 집단의 전체나 일부를 제거하는 것으로서 학살의 한 형태입니다.

유엔은 집단학살을 ‘어떤 국가, 인종, 민족, 종교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자행된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집단학살로 규정된 범죄는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량학살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하면서 추가적인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많은 러시아군이 몰아닥치더라도 우리는 싸울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면 왜 우크라이나는 끝까지 항전을 할까요?

역사학자들은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 밑바탕에는 러시아의 지배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민족 자결권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1930년대 구소련 시기 스탈린 정권이 강제 실시한 집단농장 체제 하에서 수백 만명이 굶어 죽는 역사적 아픔을 겪었습니다.

당시 소련은 우크라이나 농민들을 콜호즈 집단 농장에 강제 편입시키고 생산된 보잘 것 없는 식량을 강제 공출하고 이에 반항하는 사람들을 혹독하게 처벌하는 등 탄압을 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처음 제노사이드(genocide)라는 단어를 만든 폴란드 법학자 렘킨(Rafał Lemkin·1900~1959)은 1930년대 우크라이나의 기근 사태 또한 제노사이드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아픔을 안고 있는 우크라이나 인들이 다시는 다시 러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인권문제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얼마전 루마니아 국경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러시아의 침략과 지배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매우 감정이 좋지 않다”면서 “21세기에 러시아가 무력으로 공격하는 것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루마니아, 벌가리아, 크로아티아, 마자르, 슬로벤스코, 체스코 등 (옛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은 안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에 가입했다는 것은 사실 역사상 가장 좋은, 가장 효과적인 결심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크라이나처럼 유럽연합국가 가입국도 아니고,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렇게 당하는 것입니다.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15개 가맹공화국도 독립되었고 이들 대부분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나토에 가입하지 못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은 러시아의 침략의 대상이 되었다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평소 ‘주권국가의 자주권 옹호’를 주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서는 러시아 편에 섬으로써, 이해관계에 따라 ‘이중잣대’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유엔인권 이사국 명단에서도 퇴출된 러시아와 이를 지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