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북 외무성, 유럽의회 ‘사기 집단’ 막말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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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얼마전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입법 기관인 유럽의회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개선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 외무성이 ‘사기 집단’이라는 막말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학대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만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해도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 바로 외부 세상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2014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발표한 이후에도 인권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럽의회가 채택하자 북한이 세계 권위있는 입법 기관을 ‘사기집단’이라고 비난하는 것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한 자세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홈페이지에 ‘거짓을 조작해내는 사기 집단’이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최근 유럽의회가 ‘북한의 종교 소수자에 대한 박해를 포함한 인권 상황’이라는 결의를 채택한 뒤에 나온 반응입니다.

북한 외무성은 “종교 차별, 민족 배타주의, 어린이 권리 침해, 경찰 폭력 등 제 땅의 인권유린 실태도 바로잡지 못하는 유럽의회가 주제넘게 남의 인권 문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인민의 요구에 부합되는 가장 참다운 인권이 향유되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러면 과연 유럽무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북한 외무성이 이처럼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이제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7일 유럽의회는 ‘종교 소수자 박해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 상황’이라는 제목의 북한인권규탄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유럽의회는 유럽에서 가장 권위있는 입법기관입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28개국(2014년 현재)의 유권자 5억명을 대표하는 규모가 가장 큰 다국적 의회입니다.

이 의회는1952년 ECSC(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총회 형식으로 처음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파리 조약과 로마 조약에 의해 1962년 정식으로 창설되었습니다. 원래는 각 유럽연합 회원국가들이 자국의 국회의원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운영됐으나, 1979년부터는 5년마다 직접선거를 통해 의원들을 선출합니다.

유럽의회는 각 회원국들의 인구 규모에 따라 국가별 의석이 할당되지만, 의회 안에서는 국적을 배제하고 정파간 연합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서로 다른 정치 이념을 가진 다양한 정치인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 최고의 입법기관을 향해 북한이 ‘사기 집단’이라고 막말을 퍼부은 것입니다. 유럽의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게 된 것은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에도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인권탄압이 중지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2014년 유엔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 UNHRC) 47개 이사국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grave, systematic and widespread)’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해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 CoI)를 신설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수백명의 탈북자와 일본인 납북피해자 가족 등 증언을 토대로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정권이 최악의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 反인도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인도적 범죄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탄압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회가 이번에 결의안을 채택한 것입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장기적 봉쇄로 북한 주민들의 생계가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이어 발사하는 등 군사적 도발을 일삼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유럽의회 결의안은 살인과 고문, 노예화, 감금, 강간, 강제 낙태와 성폭력, 정치·종교·인종·성별에 따른 박해, 강제적인 인구 이동과 실종, 장기간의 기아 사태를 초래하는 반인도적 행위 등은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현재와 과거의 최고지도자들과 정부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인권 침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 북한 체제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침해를 지적하자, 북한이 ‘사기 집단’이라고 막말 공세로 나온 것입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 외교 전담부서인 외무성이 이처럼 막말 외교를 하는 것은 북한인권이라는 가장 아픈 곳을 지적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김성민 대표 :북한 외무성이 유럽 의회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자기들이 필요할 때는 바짝 달라붙어 식량과 의료기구 보험사기까지 만만한 유럽을 향해 사기를 하던 곳이 북한이었고, 유럽외교에 대해서 나름대로 신중성을 보여왔던 게 북한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제일 아파하는 곳 역시 북한외교다는 것을 다시 한번 주변 사람들에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고요. 유럽이든 한 때 친하게 지내던 문재인 정권이든 저들의 인권문제만 건드리면 저렇게 길길이 날뛰는 게 북한이기에 이에 대한 반발로 봅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럽연합은 인권이 존중되는 법치주의 공동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례로 유럽연합기본권청(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

은 기본적 인권에 대한 자료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연간보고서를 발간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전문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인권협정에는 생명권, 고문 금지, 노예제도 금지 등 인간의 초보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조항을 갖추고 있고, 유럽 인권법원은 유럽연합 각국의 인권보호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난민 문제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전세계 난민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럽으로 간 전세계 난민 가운데는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탈북민들의 말을 통해 유럽에는 북한인권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함경북도 출신의 탈북민 김씨는 자신이 유럽에서 경험했던 북한인권 인식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씨 : 내가 기자들과 작가들도 만나봤는데 관심 있어요. 그 사람들은 미국과 좀 달라요. 미국은 북한 인권을 첫 자리에 놓고 다루는 데, 유럽은 어떤가 하면 노스 코리안(북한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거기서 탈출해서 중국을 거쳐서 외국에 나와서 생활하고 있는가 이런 것을 자꾸 알고 싶어 해요. 북한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사실인지 아닌지 의아해 하는데,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이해해요. 독일 사람들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라든가, 분단되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서 금방 이해했어요.

김씨는 처음에 유럽의 보통 사람들은 북한이라고 하면 김정은과 같이 보는 시각이 있었지만, 북한관련 영상이나 세미나를 통해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 씨 :유럽 사람들은 (우리가)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오! 노스 코리아 김정은'이라고 하면서 손으로 총을(흉내내면서) 올리는데, 그 사람들은 형식적인 것만 알지 않습니까, 그러나 북한 인권에 대한 영화를 방영하거나 토론회를 계속 하니까 그 사람들은 정치범 관리소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 사실인지 알려고 하고 듣고 싶어하고 했습니다.

그는 벨기에(벨지크)에 머무르며 겪었던 경험담을 털어 놓았습니다.

김 씨 :내가 벨기에 갔을 때 난민 서류를 다 잊어 먹었어요. 그런데 어느 한 사람이 큰 건물 앞에서 나오길래 거기 가서 다짜고짜 부탁했지요. 말도 몰라서 손발 다 동원해 영어로 "나는 북한에서 왔다"고 말하니까, 아 그러냐고 하면서 나를 여관(모텔)으로 데리고 갔는데, 여관에서는 여권이 없으면 안되지 않습니까, 내가 여권이 없다고 하니까 거기서 숙박을 안 시키는 거예요. 그러자 그 사람은 약 30분 기다리다가 안되니까, 자기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내가 보건 데 말은 잘 모르지만 어느 공직자인데 내가 담보한다, 이 사람 재우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잘 가라고 하고 떠났는데 훗날 내가 찾자고 보니까 그 사람이 나온 건물이 법원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하니까 차별없이 잘 대해주었어요.

그는 “이러한 유럽 사회에 대해 북한이 ‘사기 집단’이라고 비판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억지”라고 강조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유럽의회에 대해서와 북한의 반응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