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5월 ‘가정의 달’ 탈북민들 가족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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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남쪽에서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까지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5월에 쭉 이어져 있어 일명 5월을 가리켜 ‘가정의 달’이라고 부릅니다.

이 달을 맞아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 관계를 다시금 되돌아보고 부모님에게는 감사함을 전하고, 아이들에게는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떠나 남한과 미국 등에 정착하고 있는 탈북민들에게는 가정의 달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요. 멀리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가족들을 두고 떠나온 미안함 때문입니다.

그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용돈도 부쳐 보내기도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어렵게 되었고, 또 요즘에는 탈북민 가족을 국경에서 강제 이주시키고 있어 이러다 가족의 연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을까 근심이 많다고 합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시간에 가정의 달 5월에 느끼는 탈북민들의 심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가정의 달 관련 음악>

남한에서 5월 5일은 어린이 날, 5월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그리고 16일은 성년의 날 이렇게 쭉 이어집니다. 해당 기념일이 되면 사람들은 부모님과 스승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편지를 쓰거나, 따뜻한 문자를 드리기도 하고, 사회와 집단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소중함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들을 펼칩니다.

미국 동부에 사는 재미 한인 김보선(가명)씨는 5월 5일 어린이 날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김보선 :어려서 저도 그랬지만,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날이지요. 1년 중에 선물 제일 많이 받고1년 중에 가장 좋아하는 날이지요. 제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 우선 외식하고, 이전에는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짜장면을 좋아했으니까 그거 사주고, 그 다음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도 주고 그날 하루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하지 않고 조촐하지만 파티처럼 가족들이 어린이들을 위해서 저녁 같이 하면서 선물 주고 그랬어요. 지금도 여전하고 외식하면서 그랬어요. 지금도 그것도 여전합니다. 어머니날에는 부모님에게 특별히 어디 관광을 보내드리고, 정말 맛있는 것을 해드리거나 사드리고 어쨌든 제일 기쁘게 해드리는 날이지요.

그리고 5월 15일 스승의 날에는 존경하는 선생님이나 교수님들에게 꽃이나 감사 카드를 써서 보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김보선 :그리고 스승의 날에는 학교에서 행사가 많고 지금도 마음에 있는 스승에게는 스승의 날에 연락을 드리고 있지요. 옛날에는 스승이 지금의 개념이 아니라 하늘 같은 스승이잖아요. 그런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두고두고 표시하는 그런 게 있고요.

김보선 씨는 대한민국은 ‘가족 중심’의 사상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가정의 달을 제정하고 자기 가족을 사랑하고, 그 사랑이 이어져 나라의 기반을 떠받치는 공고한 유대감을 이루고 있지 않는가 생각된다고 피력합니다.

김보선 :특별히 대한민국은 '효도 사상'이 아주 지극하지 않나요? 부모를 잘 모셔야 가정이 화목하고

그 존경을 받은 부모들은 또 그 사랑을, 내리 사랑이 끔찍하니까, 내리 사랑을 어린이 날을 통해서 베풀어주면서 가정이 화합이 되고 그게 나라의 힘이 되고, 그게 나라의 전통이 되어 대한민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갈수록 끈끈하게 나라의 기반을 다져가는 이런 행사로 인해서 얼마나 중요한 지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좋은 문화인 것 같아요.

가정의 달을 맞는 남한이나 미국에서 사는 탈북민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남한의 장세율 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는 얼마전 어버이 날을 앞두고 아들로부터 정성이 담긴 장문의 편지를 받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합니다.

장세율 대표 :이번에도 아들이 영국에 가 있으니까,장문의 편지를 보내오고 여기에 있을 때는 어버이날에는 꽃이랑 받았어요. 이런 게 자식 키운 보람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고 그랬어요.

어릴 때 데리고 나온 아들은 남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북한에 두고 온 부모님과 형제들 생각으로 마음은 무겁다고 말합니다.

장 대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지요. 우리가 부모라고 해도 우리는 아직도 북한에 부모님이 살아 있고 북한에 두고 온 형제들도 있고 하니까, 여기 북한에 부모를 두고 온 사람들은 5월은 어버이날, 가정의 달이라고 하니까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 달이라고 봐야지요. 특히 우리는 북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어 온 사람들은 가정의 달에 대한 인식이 좀 약해요. 누가 가정의 달이라고 하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지, 그리고 또 자식들이 있는 가정에서 자식들이 학교나 이런 곳에서 배워 가지고 와서 부모들에게 축하 인사 하고 문자 메시지로 인사 올리니까, 우리가 상기하는 것이지 음력설, 추석보다는 가정의 달에 대한 문화 자체가 아직은 낯설어요.

남한에서 태어났거나 어려서 한국에 정착한 탈북 2세들은 한국 문화에 쉽게 적응하여 ‘가정의 달’ 등의 의미를 잘 알지만, 장 대표처럼 성인이 된 탈북민들은 아직까지 남한의 명절이나 문화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북한에는 ‘스승의 날’이라고 특별히 정해진 날은 없지만 나름대로 고등중학교와 대학교 선생님을 존경했던 옛날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장 대표 :북한에서 중학교 때는 부모님들이 싸준 도시락 같은 것을 하나 더 싸서 과일 같은 것을 가져다주라고 해서 갖다 준 기억이 있고요. 대학때는 제가 고난의 행군시절 대학을 다녔으니까, 소대장이나 세포비서가 조직합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에게 옷감을 해드리고 소대도 있었는데,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지나면서 거의 다 봉투를 합니다. 봉투에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이런 글을 써서 "1소대 일동" 이렇게 써서 전달했습니다.

남한에서는 요즘 인터넷 시대에는 전자 우편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사회관계망을 통해서도 안부인사 전하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기도 합니다.

북한에 존재하는 어머니 날이나 국제 아동절과 같은 기념일은 순수한 가족관계나 인간관계를 다지기 보다는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장 대표는 말합니다.

장 대표 : 3.8부녀절이라든지 그리고 어머니 날도 순수한 모성애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당부를 잊지 말고 혁명임무 잘하고, 당에 충성하라는 말로 되어 있어서 어머니라는 의미가 당과 수령인데, 실제 자기 엄마에 대한 충성이라는 말은 "너희들의 진정한 어머니는 내가 아니라 장군님이다"라는 말로 어머니 날을 통해서 후대들을 체제결속을 하려는 그런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고향에 있는 부모님이나 가족 형제들에게 송금하는 횟수가 많다고 장 대표는 말하는데요. 고향 송금이 부모님과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다소 미안함을 달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편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장 대표 :어버이 날에 돈을 보내는 탈북민들이 제일 많습니다. 탈북민들이 북한에 돈을 보내달라고 저에게 부탁하는 데 5월에 사실 가장 많습니다. 북한에 남아 있는 부모님들 형제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어떻게 하든 도와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라고 할까요, 그만큼 그리움이 많이 쌓이는 그런 달이라고 보고요. 북한에 있는 부모님들에게 도울 수 없는 탈북자들은 아마 눈물이 나겠지요. 북한에서는 죽는 다고 전화 오고 하니까 보내기는 하지만, 프로수(수수료)가 40~50%가 보통입니다. 그런데다가 사고도 많이 나고 하니까 탈북민들이 송금을 꺼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전한 방법을 통해서 돈을 보내고 있어요.

한편 제주도에 정착한 탈북민 김성배(가명)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이 북중 국경을 봉쇄한 이후에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도 어려워졌고, 최근에는 북한당국이 탈북가족들을 내륙지방으로 강제 이주시켜 연계를 완전차단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김성배씨 :지금 코로나 상황에서 왔다 갔다 못하지만, 그 전에는 중국 사람들을 통해서 전화기도 보내주고, 여러가지 통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는데, 전화도 하지 못하게 하고, 지금 북한에서는 탈북한 세대들을 거의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을 단계적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겁니다. 남한에 있는 탈북민들은 지금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어디로 갈 지 걱정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실시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주민들은 거주 지역을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남한에서 느끼는 가족의 달과는 의미는 완전 다른 느낌이라고 그는 지적합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5월 ‘가정의 달’을 맞는 탈북민들의 심정을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