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시위가 북한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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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5월 쿠바에서 카스트로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방송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방송에서62년간 쿠바를 통치했던 카스트로 형제가 권력의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쿠바에 새로운 개혁의 바람이 불지 주목되고 있다고 전한바 있는데요, 그로부터 한달 뒤 수천 명의 쿠바 인민들은 '자유' '독재 타도' '우리는 배고프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고 쏟아져 나왔습니다.

쿠바 정부는 즉각 진압에 나섰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포되었다 합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쿠바 정권은)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국민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자, 쿠바 대통령은 "시위대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습니까?

옛날 속담에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습니다. 잘되면 수령덕이요, 안되면 미국 탓이라고 하는 공산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주장이 쿠바에서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탈북 기자가 본 인권> 오늘은 카리브해 공산주의 보루- 쿠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AFP 통신 녹취: 쿠바 시민들의 고함소리, 아스라장을 이룬 쿠바 시위현장

이 녹음은 지난 7월 11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와 산티아고데 쿠바 등 쿠바 주요 도시들에서 배고파 못살겠다고 뛰쳐나온 쿠바 인민들의 상황을 보도한 AFP통신 내용입니다.

세계 언론은 지난 11~12일 사이에 쿠바 4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로이터, AP등 세계 언론들은 쿠바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면서 "독재 타도", "자유", "조국과 삶"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 영상들은 소설 미디어, 즉 사회관계망을 통해 전세계에 퍼져갔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조국과 삶'(Patria y vida)이라는 구호는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외쳤던 '조국 아니면 죽음'이라는 구호를 풍자해 만든 노래인데, 요즘 쿠바 젊은이들 속에서는 반체제 가요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쿠바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물가가 폭등하고, 생필품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쿠바 사람들은 물가가 너무 올라 한달 월급으로 이틀밖에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뉴욕 타임스(NYT)는 "올해 물가는 500% 폭등했으며 항생제와 아스피린과 같은 약품조차 구할 수 없는 상태"라며 "아기 우유를 구하려면 몇 시간을 식료품 상점 앞에 줄 서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며 국민 고통은 더욱 커졌습니다.

코로나가 처음 확산될 때 쿠바는 방역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요즘 델타 비루스 변종 감염증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하루 7천명 이상 확진자가 나타나고, 사망자도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국내에서 개발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백신을 접종 시키려 하자, 국민들의 불만은 절정에 달했습니다.

한 시위자는 AFP 통신에 "전기와 식량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참여했다고 말했고, 산티아고의 시민은 로이터 통신에 "위기에 항의하는 것이다. 식량도 약도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시위 현장을 찾아 달래려고 하자, 일부 젊은 시위대는 욕설을 퍼붓고 "두렵지 않다"고 외친 사람들도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쿠바 당국은 즉각 경찰을 풀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시작했고, 즉석에서 500여명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쿠바에서는 반정부 시위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쿠바에서는 시위가 가능했을까요?

쿠바 사람들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사회관계망으로 시위를 조직했고, 이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했습니다. 2010년 중동의 '아랍의 봄' 시위처럼 인터넷이 한몫 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엔지니어 출신인데, 그는 쿠바에 인터넷을 보급하고 본인도 트위터를 사용했습니다. 결국 인터넷을 보급한 게 발단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위가 커지자 쿠바 당국은 11일 밤부터 전국의 인터넷을 끊어버렸습니다. AFP통신은 40곳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경찰은 최루탄을 쏘고, 최소 100명 이상을 연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쿠바당국의 폭력사태가 확산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쿠바 정권을 향해 "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국민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폭력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 보시겠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은 기본권을 주장하는 쿠바 국민들과 함께 합니다. 쿠바 정부는 폭력을 멈추고 국민들의 입을 닫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미국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녹음도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제재를 하고 60년동안 쿠바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한 게 바로 미국입니다. 코로나 19라는 복잡한 상황에서 더 심각해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쿠바 시위의 원인이 명백히 쿠바 내부 상황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쿠바 카스트로 형제는 사회주의 혁명 승리 이후 미국 코앞에 사회주의 건설한다며, '식량 배급' '무상 교육' '무상 의료'제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 구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붕괴로 고립되었고,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은 라울 카스트로에 의해 체제내 개혁이 실시됐습니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 후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공장 기업소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등의 '체제 내 개혁'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에 쿠바 국내총생산은 11%나 하락했고, 매년 25억 달러를 벌어들이던 관광업은 무너졌습니다.

경제개혁 실패로 물가는 500% 올랐고, 생필품과 의약품이 부족해 쿠바 민심은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경제난에 시달려온 쿠바 인민들은 이제는 세대교체를 통해 쿠바가 확실히 변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회고록에서 "압박이 있는 곳에는 반항이 있는 법이다. 피압박인민들이 자신의 해방을 위하여 투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쿠바 인민들의 시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쿠바 인민들은 먹을 것과 의약품을 달라고 거리로 달려 나왔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법으로 규정된 쿠바에서 배고파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억누를 수 있는 명분은 없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나라들이 각자 도생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각국이 자기 국민들을 돌보느라 남의 나라 국민들이 뭘 먹는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과 쿠바 등 공산국가들은 자기 나라 국민들이 배고파 밥을 달라고 하는 생존 본능의 외침까지도 모두 남의 나라 탓이라고 자기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쿠바 사태가 북한에 주는 교훈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총장: 그러나 북한의 지도자와 고위간부들이 현 꾸바 사태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김씨 일가도 정권을 70년 넘게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독재 정권도 영원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착취와 압박이 있는 곳에서는 반항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말을 북한과 쿠바에 대입하면 공산주의 정권은 수십년 동안 권력을 차지하고 주민들을 통치하는 지배계급으로 되었습니다.

중국 고전 속담에 '수가재주 역가복주'란 말이 있습니다. 즉,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임금을 배에 비유하고 백성을 물에 비유합니다.

군주가 통치를 잘 할 때는 백성들이 잘 따르지만, 통치를 잘 못할 때는 백성들이 저항하여 정권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착취와 압박이 있는 곳에는 반항과 투쟁이 있기 마련이라는 역사의 진리가 중남미 카리브해 공산주의 보루-쿠바에서 검증되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