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공공외교를 아십니까,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는 외국인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자국의 역사, 문화, 예술 등을 알리고 공감대를 보여 외교관계를 증진시키고, 자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민간 외교활동을 말합니다.
공공외교의 범주에는 영화나 가요, 교육, 문화 알리기 등 다양한 장르가 속합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북한에서 유명한 고려인삼이나 옥류관 국수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활동이 민간차원에서는 공공외교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요즘 세계는 세계화의 분위기 속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공공외교가 하나의 중요한 수단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자기 나라의 우수한 문화나 상품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주어 그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것도 중요하지만, 상품이 좋고 영화가 재미 있으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관심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세상 사람들이 서로 여행이나 행사를 통해 자기나라 알리기 활동을 벌였지만, 코로나 시기에는 비대면 디지털 화상 영상장치를 통해 다양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자기 나라를 알리기도 거부하고, 다른 나라의 것도 완전 거부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인데요. 지난해에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반동사상으로 배격하는 법을 채택하고 이를 접하는 주민들을 최고 사형에 처하는 등 가혹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공공외교를 전면 거부하는 북한의 쇄국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2일 미국 명문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Belfer Center)는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대북 공공외교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저자인 백지은 하버드대학 벨퍼센터 연구원은 대북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북한 주민들이 더 잘 살고, 더 안전하고,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많다는 것을 북한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공공외교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다양하고 진실된 내용, 즉 북한 내부로부터 변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바이든 미 행정부에 권고안을 제기했습니다.
이날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도 북한의 인권개선과 핵문제를 해결에서 대북 공공외교가 중요하다고 참가한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당시 참가자들은 2008년 뉴욕필하모닉 평양 공연과 같은 공공 외교가 중요하다고 공감했습니다.
미국에서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21세기 세계 문명과 뒤떨어져 진실을 알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도모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코로나-19 대유행 전염병을 구실로 국경을 완전 봉쇄하고 외부 문화를 전면 차단하는 등 북한을 더욱 폐쇄적이고 고립된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최근 세계 동영상 사이트 유트브에는 피골이 상접한 북한 여성군인들이 국경에 가시 철조망을 설치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여러 명의 여성들이 가시철조망을 세우는 데 필요한 콘크리트 기둥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나왔는데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북부 국경 일대를 38도선 군사분계선처럼 봉쇄하라는 지시에 따라 북한 여성군인들이 남성들도 하기 어려운 국경봉쇄 작업에 동원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완전 박탈하는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채택했습니다.
남한의 데일리엔케이가 공개한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교육 자료에 따르면 제27조부터 제33조에는 이법을 위반할 시 가해질 형사적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제27조에는 "남조선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남조선문화가 반영된 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류입, 류포한자는 정상에 따라 5년부터 15년까지의 로동교화형에, 남조선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를 류입, 류포한 경우에는 정상에 따라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하며 집단적으로 그것을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하였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제되어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남한 드라마와 가요 등을 접한 주민들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북한 전역에 남한 문화가 확산되어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체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두려워하는 남한 문화 내용은 외국에서는 그냥 모든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지극히 보편적인 문화라고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지적했습니다.
남한 문화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한국으로 배우러 오는 외국인들도 많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얼마전 남한의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한 미국의 한 대학생은 한국의 트로트 가요에 푹 빠져 노래를 배워 가요 경쟁에 도전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의 노래를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다.
TV조선 '미스트롯2' 녹취: 트로트 가수 마리아 노래 '울면서 후회하네'
요즘 미국 사람들은 물론, 남아메리카와 중동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의 김치와 불고기를 제법 잘 알고, 삼성 스마트폰과 엘지 전자 제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넷플릭스(NEFLEX)라고 하는 세계 영상공유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졌습니다.
이처럼 남한 문화가 전세계를 덮고 있지만, 북한에 만은 유독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진실을 알리는 활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입니다.
지금 세계는 우수한 자기 나라의 문화와 예술, 역사 등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공공외교를 외교의 한 수단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공공외교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이 집권 후 미국 전 프로농구선수 대니스 로드맨을 초청한 것을 두고 미북간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또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2018년에는 남한 가수들을 북한으로 초청해 평양 공연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레드벨벳 아이돌 소녀시대 그룹과 조용필, 백지영 등 남한의 유명 가수들이 평양에서 펼친 화려한 공연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문화를 공식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당시 박수를 치며 공연을 관람한 김정은은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해야 한다"고 만족을 표시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김정은의 태도는 확 달라졌고, 북한에서는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남한 말씨를 따라하거나, 남한 옷차림과 비슷하게 해도 범죄시 된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은 말합니다.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32조에는 "남조선식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남조선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남조선식 서체로 인쇄물을 만든 자는 정상에 따라 로동단련형으로부터 2년까지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제하고 있습니다.
외부사회에서는 북한이 이처럼 외국 드라마, 영화 등을 강력하게 통제하는데도 계속 보내는 것이 북한 주민들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계속 보내야 한다고 탈북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김형수 남한의 탈북인권단체 '징검다리' 대표는 북한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듣고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면서 외부 정보를 계속 보내야 한다고 제18차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강조했습니다.
김형수 대표: 세상에 태어나 북한 주민들처럼 저렇게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로 외부세계를 모르는 그런 불쌍한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런데 목숨을 걸고 듣는 그들에게 그게 두려워 정보를 보내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죄악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반드시 북한은 전쟁의 방법으로 굴복 시킬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계몽되어 민주화 운동을 촉발해서 그들의 힘으로 북한 정권을 바꿀 때만이 더 적은 인원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의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도 북한의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쇄국정책에 비유하면서 정보의 장벽을 깨기 위해 더 많은 진실을 담은 정보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이었습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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