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정영입니다. 북한에 "여성은 꽃이라네"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에는 "여성들이 가정을 돌보는 생활의 꽃, 아들딸 영웅으로 키우는 꽃, 위훈을 세우는 나라의 꽃"이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역할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인데요. 하지만 그 노래 뒤에는 여성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최근 세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되고 있는 북한여성군인들의 모습입니다. 영상에는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철조망 공사에 동원되어 맨손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기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각종 훈련과 위험한 작업에 맨몸으로 투입되는 여성들을 가리켜 '꽃'이라고 하는 노래가 무색하기까지 합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영상을 통해 북한 여군들의 실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북부 국경일대를 찍은 영상들이 세계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속속 공개되고 있습니다.
<통생통사 강동완TV 녹취(8월3일자)>
방금 들으신 녹음은 남한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가 북중 국경지역에서 북한 쪽을 향해 촬영한 영상을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영상에는 많은 북한 남녀 군인들이 뙤약볕에서 김매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북한 국경경비대에 다수의 북한 여성들이 배치되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북부 국경일대의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담은 사진 도서를 여러 권 발간한 동아대학교 강동완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요즘에는 '통일만 생각하고 통일을 사랑한다(통생통사)'는 의미를 담은 유튜브도 운영 중입니다.
강 교수는 평양의 특권층이 아닌 일반 북한 주민들의 실제 삶을 알리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에서 영상을 찍어 유튜브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다음으로 '은하별'이라는 유튜브 동영상 사이트에는 북한 여성군인들이 국경일대에서 철조망공사에 동원된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7월 16일 촬영된 것으로 소개되는 영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북한 여군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한 무리의 여성군인들이 큰 웅덩이에서 흙을 파내고 있습니다. 두 명이 시멘트 몰탈을 이기고 책임자인 듯한 여성은 뒷짐을 지고 지켜봅니다. 이겨진 시멘트 몰탈을 두명이 맞들이로 어디론가 날라갑니다.
또 다른 영상에는 여러 여군들이 변변한 노동 보호장비 하나 없이 군복을 입은 채로 콘크리트 기둥을 메어 나르고, 또 일부는 기둥을 묻을 땅을 파냅니다.
어떤 여성은 어깨에 멜끈을 매고 무거운 돌을 나르고, 또 어떤 여성은 맨손으로 돌을 들어 나릅니다. 장교로 보이는 남성 군관은 장갑을 꼈지만, 대부분 여성들은 맨손으로 작업합니다. 섭씨 30도가 넘는 땡볕에서 여성들은 기력이 없이 나른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해당 영상의 진위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여러 개의 영상을 본 북한군 출신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군의 현재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군에서 10년간 복무했던 미국 정착 탈북자는 현재 여성군인들이 일하는 장소는 국경인근 철조망 공사 현장으로 보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대북전문매체 데일리 NK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노동당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을 대처하기 위해 국경 지역에 장벽을 쌓고 고압선을 설치해 대내외 적들의 준동을 막고 바이러스가 침습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건설 작업은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공병부대나 군사건설국에서 진행하지만, 북한에서는 현지 국경경비대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도 북한 여성군인들이 국경일대에 증강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군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국경경비대에 새로 편입되는 여성 부대는 중대단위로 임시 시설인 막사에서 생활하면서 국경경비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여성 군인들이 경비무력으로 증강되는 이유는 기본 전투 단위인 남성군인들을 각종 국가건설과 수해복구에 동원한 결과 경비 병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투입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또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출산율이 급격하게 저하되면서 2010년대에 초모생 숫자가 줄어든 결과 남성 대신 여군을 전투부대에 배치하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2003년 12월 제10기 6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제정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사복무법>에 따라〈전민군사복무제〉가 실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0년 기준으로 남자의 군복무기간은 13년, 여자는 8년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 병력은 2019년 기준으로 110만 명에 달합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산아률이 대폭 줄었기 때문에 북한은 모자라는 남성 수를 채우기 위해 여성들로 보충한다는 것입니다.
북한군에서 7년간 복무 경험이 있는 미국 정착한 탈북 여성 김 사라 씨는 영상을 보고 30도의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군인들은 자신들이 왜 공사에 동원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 사라: 저는 그때 남자들은 하지 않고 왜 우리만 해야 되? 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특히 여자들을 그런데 동원시키면 일을 잘하는 가 봐요. 남자들에게 일하라고 하면 전사나 상등병한테만 시키지 않아요?
남한이나 미군은 군복무를 하면 국가에서 월급과 생활비 등을 받고, 군복무 이후에는 대학과 직장 취업에 필요한 가산 점을 받는 등 혜택을 받지만 북한에서는 당에서 배치하는 대로 어렵고 힘든 부분으로 가야 하고, 일생 노동해야 하는 등 선택의 자유도 없습니다.
북한 여군들의 경우, 오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남성들도 주저하는 막노동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여성을 "혁명의 수레바퀴 한쪽을 맡아 떠밀고 나가는 강력한 주력부대"라고 교시한 바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교시가 여성들로 하여금 힘든 노동에 직접 참가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김씨는 지적합니다.
김: 북한에서 여자들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으니까, 남성들이 여자들을 아낀다는 것보다는 "우리는 이것을 하니까, 너희들은 이것을 해라"는 식으로 고정관념으로 되었던 것 같아요. 군대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콘크리트 기둥 만드는 것은 분명 남자들이 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나르는 일은 여자들 몫이다고 되어있는 것 같아요. 엄청 무겁지만 그것은 여자들의 몫이니까 남자들이 도와주는 법이 없어요. 저는 그것을 보면서 다 이해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어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김씨는 말합니다.
김: 한국에 오니까, 한국 같은 경우에는 여자들이 제일 연약하다고 인식이 되어 있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무엇인가 들려고 하면 어떻게 돼요? 남자들은 당연히 자기들이 드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북한 여성들은 전민군사복무제에 따라 6~8년의 군사복무를 하게 됩니다. 이동안 여성들은 인권이 침해당한다고 탈북 여성들은 말합니다. 특히 남녀 혼성부대에서 가장 우심한 것은 성폭행과 성추행 등이라고 말합니다.
김: 중대장에서 소대장까지 뭐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고, 임신했거나 하면 남자 쪽에 힘이 좀 있으면 쌀 좀 주고 여자 더러 (애를)지우게 하고, 남자가 그렇게 해놓고 제대 되었다고 하면 여자 혼자 (상부에)집에 가게 해달라고 하고 떼고(낙태) 오고 그렇게 들었어요.
기본적인 군 복무 환경과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훈련과 위험한 작업에 맨몸으로 투입되는 북한 여군들의 모습에서 "여성은 꽃이라네"라는 노래가 무색하게 들려 지기만 합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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