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권력 구도에서 중대한 변화라고 볼 수 있는 '위임통치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남한의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측근들에게 국정 전반의 일부 권한을 위임하는 이른바 '위임통치'를 한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일종의 중국식 집단지도체제 형식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분석과, 김정은의 통치 스트레스 경감용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YTN 녹취 : 국정원은 대남, 대미 전략 등을 김여정이 맡아서 결정하고, 이를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데 김여정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 군사 분야 등에서도 특정 인물들에게 일부 권한을 이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김여정이 대미대남 전략을 총괄하면서 이를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경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가, 군사는 최부일 노동당 군정지도부장과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각각 총괄하는 구조로 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국정원은 김여정의 담화문을 북한 주민들이 외우도록 학습시키는 등 사실상 김여정이 북한에서 '2인자'로서 위상을 확보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김정은이 절대 권력자인 것은 분명하나, 통치 방식의 변화가 김여정을 후계자로 결정한 것으로 볼 순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남북대화를 중시하는 현 남한정부의 정보기관이 북한이 가장 민감해 하는 최고지도자의 건강이상설, 후계자설에 대한 확대해석을 차단하기 위해 표현 수위를 낮췄다 하더라도 북한에서 김정은-김여정에로의 권력 분할 및 이동설은 이미 북한 매체를 통해 검증되었습니다.
김여정은 지난 6월 13일 평양 발 담화문에서 이미 자신이 김정은으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부여 받았음을 시인했습니다.
김여정이 발표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위협과 일련의 대미 메시지들은 '수령의 교시'처럼 북한 주민들에게 침투되었고, 외우도록 하고 있다는 게 후계자론의 배경입니다.
북한의 권력변화를 두고 집단지도체제가 일부 도입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16차 정치국회의에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당정치국 상무위원을 기존 3인에서 5인으로 늘였습니다.
김정은 최룡해 박봉주로 한정됐던 당정치국 상무위원에 김덕훈 총리와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을 담당한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합세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중국의 집단지도체제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은 정치국 상무위원 7명에게 권력이 분산된 집단지도체제로, 등소평이 최고 통치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축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중국 문제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북측에서는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에서 집단토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집단지도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행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당내 민주주의와 집단지도체제가 가능한가 하는 것입니다. 일반 공산국가의 목표는 지배(노동)계급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인민민주주의체제 강화와 계급독재 실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당내 엘리트간 토론과 논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수령절대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집단지도체제가 뿌리내릴 토양이 아니라는 반론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최근 권력을 여동생과 당정치국 상무위원 등에 위임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김여정 후계자론을 주장하고 있는 전문가들 속에서는 북한 김정은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최근 북한 내부 협조자들의 전언을 토대로 "현재 북한에서는 새로 국방외교안보를 전담하는 기구가 준비중이고, 김여정이 수장이 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계기로 공식화할 것"이라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김성민 대표: 내년도 1월달 당대회에서는 김여정을 후계자로 안되어도, 왜냐면 후계자라고 하면 김정은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북한 주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으니까, 북한 신문에 보면 은혜로운 당중앙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래서 정치국 위원으로 만들어 놓고 은혜로운 영도자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북한에서 김여정이 군대를 쥐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군권까지 장악하는 사실상의 2인자로 될 것으로 보인다고 김 대표는 말했습니다.
북한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위 제7기 16차 정치국회의에서 두개의 새로운 기구를 신설한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하나는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방역기구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당 내에 신설되는 안보외교관련 부서로 보입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는 험악한 상황으로 볼 때 김여정이 리스크가 큰 방역업무를 맡을 가능성은 낮고, 국가안보외교를 총괄하는 부서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김성민 대표는 해석했습니다.
김 대표는 김정은이 현재 상당히 아파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4월15이전까지 박격포 시범사격대회 참관까지 나갔던 김정은이 그 이후 진행한 대외 활동은 대부분 실내 활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도 지난 6월 김여정 담화가 잇따라 발표되던 시기에 북한에 체제안보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승철 대표: 지금 내부에 발생한 위기를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경제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차단하는 것을 보면, 그러면 남은 것은 정치적인 문제인데, 그래서 어떤 긴박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김승철 대표는 북한이 코로나 공동대응을 위한 외부의 손길도 뿌리치고,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북한 최고 지도자의 건강 이상과 분명한 관계가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남한의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장성민 이사장도 20일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과 같은 신정체제에서 1인 영도자의 지도력을 대신해 위임 통치한다는 말은 모순이고 있을 수 없는 말"이라고 위임통치설을 일축했습니다.
장 이사장은 북한에서 위임통치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두가지로, 첫째는, 김정은이 병상에 누워서 더 이상 통치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때이고, 둘째는, 쿠데타에 의해 실권을 했을 경우라고 해석했습니다. 장 이사장은 김정은의 나이가 현재 37세임을 감안할 때 통치 스트레스 때문에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당의유일사상체계 10대원칙이 사실상 헌법 위의 최고법으로 되어 있으며, 모든 권력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집중되는 독재체제라는 성격에는 변화가 없다고 북한에서 살다 온 탈북민들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현재 북한에서는 김여정 담화가 수령의 교시처럼 각급 당조직과 주민들속에서 시달되고 있다"며 "이는 분명 김정은 건강과 관련된 중대한 변화"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김정은 김여정 남매가 혈육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동통치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권력은 부자지간도 나누기 힘들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은 2인자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인자로 알려졌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고, 대낮에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한 것만 봐도 이미 북한에서는 2인자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당정치국 상무위원을 늘이고, 경제와 군사를 측근들에게 위임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춘 것은 김정은이 코로나 방역실패와 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회피를 위한 연막이라는 분석과 함께, 김정은 건강 이상으로 인한 김여정 후계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입니다.
북한은 현재 초강력 유엔대북제재와, 코로나 위기, 대홍수 피해 등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거기에 외부지원을 일절 받지 말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모든 것을 자력갱생으로 헤쳐가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있습니다.
김정은이 이러한 난제를 감당하기 어려워 책임회피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산당 집단체제를 수용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건강이 악화되어 점차적으로 김여정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중인지는 앞으로 더 지켜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위임통치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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