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쌀소비로 본 남북한 인권

0:00 / 0:00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오늘은 인권과 소비의 상관 관계에 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권이라는 사전적 정의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에는 생명권, 자유권, 평등권, 사회권이 있는데 이 중 생명권은 소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생명권은 출생부터 시작하여 생명이 유지되는데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충족받는 권리인데, 소비는 그 생명을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국어 사전에도 소비는 “돈이나 물자, 시간, 노력 따위를 들이거나 써서 없애거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재화를 소모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무엇인가 생존을 위해서 써서 없어지는 그 소비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질 좋은 소비를 하는가에 따라 질 좋은 삶을 사는냐, 얼마나 인권을 존중받는가를 결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의 주식인 쌀을 얼마나 소비하는가, 또 생존을 위해 물을 얼마나 소비하는가, 또 전기를 얼마나 소비하는가 하는 것들은 질좋은 삶을 영위하는가 아니면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쌀을 소비하는가, 아니면 옥수수를 소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지고, 요즘 남한 사람들처럼 건강을 위해 곡물을 줄이고, 대신 야채와 고기, 과일 등을 많이 섭치하는 것도 다 삶의 질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질좋은 소비를 하면 인권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질좋은 소비를 위해서는 물론 소득이 받쳐주어야 함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소득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얻게 되는 데,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 기업을 경영한 결과로 얻은 이윤, 농사를 지어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대금,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대한 배당금 등이 소비에 필요한 소득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북한 주민들의 소비는 얼마나 되고 또 남한 사람들의 소비는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쌀 소비에 대해 보겠습니다. 한민족, 즉 북한에서 말하는 조선민족의 주식은 쌀입니다. 남한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2021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56.9㎏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 150그램입니다. 150그램이면 공기밥 한개 정도 됩니다. 그러면 북한 청취자 분들은 “어떻게 사람이 하루에 공기밥 하나 먹고 견딜 수 있을까?”고 의아해 하실 겁니다. 이와 관련한 영상 녹취 하나 듣고 넘어가겠습니다.

< MBC 녹취/2021년 1 29일>통계청 양곡소비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7.7Kg으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적었습니다. 이를 하루 기준으로 바꾸면 한 사람이 평균 158g의 쌀을 소비한 겁니다. 밥 한 공기가 100g 정도라고 할 때 하루에 밥을 한공기 반 밖에 먹지 않는 셈입니다.

방금 들은 내용은 남한의MBC 텔레비전 방송이 지난해 보도한 한국인의 쌀 소비 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남한 사람들의 쌀 소비는1970년대에는 1인당 300g이었던 것이 1997년에는 280g, 2010년엔 199g으로 꾸준히 하락했고 지난해 처음 160g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남한 사람들의 쌀 소비가 줄어든 원인은 식습관 변화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남한 통계청은 “코로나로 경조사와 각종행사, 집단급식이 크게 줄었고 식당 납품 물량도 감소해 쌀 소비량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제가 급속히 발전한1990년대 들어 남한 사람들은 육류 소비를 많이 하면서 밥을 덜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에는 간편과 외식 소비가 늘어나며 밥을 덜 먹게 되었고, 지금은 아예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까지 늘면서 쌀 소비가 감소했다는 겁니다.

원래 남한 사람들도 북한 사람들 처럼 “밥그릇 밑에 건강이 있다”는 말 그대로 쌀을 많이 소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십년동안 ‘영양과다’라는 말이 생겨날만큼 사람들의 비만 현상이 나타나면서 쌀을 적게 소비하는 추세로 변했습니다. 의사들은 사람에게 쌀이나 빵과 같은 곡물에는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이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에 걸리기 쉬우니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고기나,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텔레비전에는 쌀 소비를 늘이자는 캠페인 즉 사회적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잠깐 들어보실까요?

<YTN 녹취/2022년 9월 12일자>민족 대명절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 막바지 귀경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농협에서는 귀경객을 대상으로 쌀 소비 촉진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고향 사랑 기부제' 홍보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 녹음은 남한의 뉴스전문 채널인 YTN방송이 남한 전라남도 광주에서 열린 쌀 소비촉진 행사를 보도한 겁니다. 광주역 앞에 수십명의 농협, 즉 농업인들의 협동조직이 쌀 소비를 하자고 시민들에게 무료 쌀을 나눠줍니다. 무료쌀을 받아 안은 시민의 반응도 들어보시겠습니다.

<여성 시민>너무 좋죠, 무료 쌀이라니… 며칠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남한에서는 사람들이 쌀 소비를 하지 않아 쌀을 더 많이 소비하자고 호소하는 상황입니다. 남한에서 한해 남아도는 쌀은 17만 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2021년 햅쌀이 나오면서 가격은 40년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습니다. 남한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 대규모 식량공급과 전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담대한 지원 제기했습니다. 남한에서 남아도는 쌀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같은 제의를 단박에 거절했습니다.

그러면 남한에서 얼마나 쌀이 생산되길래 가격까지 폭락하냐고 청취자분들은 생각하실 텐데요. 2021년 남한에서 생산되는 쌀은 388만톤이었고, 국민 수요량은 1년에 361만톤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약 17만톤이 ‘남는 쌀’로 되는데, 이 쌀을 보관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 보관비용은 10만톤 당 약 373억원(미화로 2700만달러)에 달합니다. 때문에 남한 일각에서는 양곡 관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쌀을 지원해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연철 전통일부 장관은 2019년 “현재 남는 쌀이 130만톤 정도로, 창고보관료만 1년에 4800억원(약 4억5천만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 사람들이 쌀을 먹지 않으니 쌀 가격이 내려가고 농민들의 소득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정부는 농민들에게 쌀 대신 다른 고소득 작물을 심어 수입을 늘이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나서 남는 쌀로 빵과 나면 등을 만들어 쌀값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얼마나 될까요? 북한이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식량생산량 목표는 700만 톤이지만, 자연재해와 부족한 농자재 탓에 2018년에는 495만톤 생산했습니다. 그래도 일년에 147만5000톤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속에서 나옵니다. 북한 인구는 2019년 기준으로 2천544만835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식량 생산목표인 700만톤을 2천5백만 인구로 나누면 270그램이 나옵니다. 여전히 북한의 쌀 소비는 남한의 30년전 수준입니다. 그나마 일반 북한 주민들은 쌀이 아니라 강냉이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이 식량이 부족해서 고생하는 원인은 어디 있을까? 북한에서 살다 남한에 온 탈북민들은 그 원인이 곡물에만 전적으로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남한 사람들처럼 고기나 야채, 빵과 같은 여러가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면 쌀 소비를 확 줄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북한에도 쌀이 남아돌아 “쌀 소비를 늘입시다”라는 사회적 운동이 벌어지는 날이 과연 올수 있을까요?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