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생활 더 팍팍하게 만든 당창건 75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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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10월 10일 진행된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인 "인민 예찬"과 "감동의 눈물"로 코로나와 경제적 빈궁에 빠진 주민들을 달랬습니다.

서양식 정장에 검은 회색 넥타이를 받쳐 맨 김정은은 25분짜리 연설에서 인민이란 단어를 무려 62번 사용했고, "고맙다"는 말은 12번이나 사용하고, 그리고 연설 중간에는 울먹이거나 눈물을 보였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127장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번 열병식을 최대로 선전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시간에는 인민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든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노동당 창당 75주년은 보통 낮에 진행하던 북한 열병식 관례를 깨고, 심야에 개최해 시각적·이벤트적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열악한 전기사정에도 불구하고 대낮같이 밝은 김일성 광장 야경, 전략무기를 실은 대형 트럭에 조명을 쏘아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한 극장 무대를 방불케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가장 흥미 있는 장면은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연설 도중에는 "하늘같고 바다같은 우리 인민이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 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면서 "제가 부족해 인민들이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감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은 인민이란 단어를 무려 62번 사용했고,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은 '고맙습니다' 라는 한마디 뿐"이라며 연거푸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연설 도중에는 울먹이거나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분석가들은 백두혈통이나 철권 통치로 국민을 다스리는데 한계를 느낀 김정은이 눈물로 인민을 다스리는 '감성 정치'를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인권관계자들은 김정은의 눈물은 "진정성이 없는 눈물"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성한 미국 한미자유연맹 부총재의 말입니다.

김성한 부총재: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지요. 기본적으로 북한에는 김씨 체제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가장 강한 것이지, 김씨 체제에 이반 되는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 장성택이나 김정남처럼 누구도 용서할 수 없고, 남한을 적화 시켰을 때도 수백만이 되든 수천만이 되든, 그들을 교화소로 보내든, 총살을 하든, 체제에 반하는 사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이런 전제하에서 눈물이라는 것은 김정은의 일방적인 눈물일뿐이지, 어떤 공정하고, 자유가 있거나, 민주적인 상태의 진정한 동정이라든지 공정한 체제에서의 눈물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미국 북한인권 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위원장)은 북한인권침해를 자행하는 정권의 맨 위에 있는 책임 있는 사람으로써, 북한 인권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악어의 눈물"에 불과하다고 논평했습니다.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내다 망명해 현재 남한에서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북한 김정은이 인민들에게 연거푸 고맙다고 감사를 표현한 것은 김정은 자신도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 내부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언론들은 김정은의 감사 눈물에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지난해보다 더 비대해진 그의 몸과 손목에 번쩍이는 명품시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조선일보는 북한 김정은이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들에게 눈물을 보일 때 그의 왼쪽 소매에선 스위스 IWC사 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명품 시계가 번쩍였다며, 시계 가격은 현재 1만1,700스위스 프랑(미화 1만1천달러)가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경제난과 태풍피해, 코로나 등 삼중고를 겪는 인민을 염려해 울먹이던 김정은의 손목에서 인민들의 고달픔과는 정반대되는 금빛 시계가 번쩍이자, 외부 시선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한 언론은 김정은이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실은 신형무기들이 등장하자 활짝 웃음을 지었다며, "눈물은 쇼였고, 웃음이 진심이었다"고 풍자했습니다.

그러면 과연 김정은은 눈물 많은 정치인인가, 아니면 훌륭한 연기자인가 하는 논란도 인터넷 상에서는 화제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핵탄두를 적재할 수 있는 4종 세트의 전략무기를 차례로 공개했는데, 유엔이 발표한 북한의 경제난이 과연 사실인가 하는 의구심까지 자아내고 있습니다.

로베르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인민생활보다도 무기 개발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초 유엔은 "현재 북한 인구 2,500만명 가운데 약 42%인 1,040만명이 인도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북한 내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에 1억700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유엔회원들로부터 대북식량지원 비용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열병식에서 신형무기를 대거 공개하면서,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식량지원 모금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황해남북도를 강타한 태풍 8호 영향으로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방의 논밭이 토사에 묻히고, 작년에 비해 식량생산이 크게 감퇴되었다는 주민들의 한숨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태풍 9호가 강타한 강원도와 함경남북도 지방 강냉이 수확도 30%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현지 주민들의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또다시 핵미사일을 공개한 것은 인민생활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적화통일야망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김부총재는 말합니다.

김성한 부총재: 지금 아무리 수해나 코로나로 대북제재로 어려워도 미국을 위협하는 무기를 개발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고,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몇 백만이 굶어 죽어도 대륙간 탄도탄이나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았습니까, 미국을 공격할 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김정일이 말한 것처럼 "평양시민 몇 백만만 있어도 나머지는 다 굶어 죽어도 우리는 적화통일을 한다"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남한의 무고한 민간인을 총살하고 불태우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고 김정은이 운운한 것은 남한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김 부총재는 지적합니다.

김성한 부총재: 김정은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면 기선을 잡고, 적화통일을 하겠다, 즉 북한 주도의 통일을 하겠다라는 것인데, 결국 남한 국민들도 일종의 김정은 자기 본인 영향력 아래에 있고 적화통일의 대상이고, 내 국민이다는 그런 뉘앙스를 비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김일성이나 김정일보다도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노골적으로, 주제넘게 남한 동포들은 같은 국민이다, 대화를 할 수 있는 국민이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적화통일의 대상이다. 당신들은 내 국민이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내년도 농사가 망해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더 받아야 할 북한이 신형무기 공개로 올해는 유엔 지원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혐오감이 높아져 지난해 유엔의 대북지원사업예산 1억 2천만 달러 가운데 27% 수준밖에 모금되지 못했습니다.

요즘 일부 정치인들은 '쇼'를 좋아합니다. 그들은 실제로 자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깜짝 이벤트로 국민의 눈을 속이고 귀를 막은 뒤 정권 연장을 꿈꿉니다.

북한의 김정은도 인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 굽을 적시고 돌아서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인민들을 더 가파로운 낭떠러지로 떠밀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