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얼마 전 세간의 화제를 모은 사진이 북한 매체에 등장했습니다. 10월 12일자 노동신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원아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인데요. 삐쩍 마른 아이들과 대조되게 김정은 위원장의 몸은 터질 듯 살찐 모습이었습니다. 남한의 조선일보는 “삐쩍 마른 아이들 속 혼자 살찐 지도자 김정은”이라고 기사 제목을 뽑았습니다. 이 매체는 “군인·보안원 등 유공자 자녀들이 다니는 이 학교 아이들의 모습이 저 정도라면 다른 학교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물음을 제시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이 학원은 북한 정권에 충실한 자녀들을 공부시키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가에서 학생들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은 물론 군대와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장해주기 때문에 대부분 북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곳입니다. 북한에서 최고 대우를 해주는 만경대혁명학원 학생들도 저렇게 여읜 모습이라면 평범한 아이들의 상태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조선일보는 “사진 속 튀어나온 배를 가리려는 듯한 김 위원장의 팔을 잡은 어린 여학생의 억지 웃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일명 ‘1호 사진’이라고 부릅니다. ‘1호 사진’을 찍은 사람은 장래가 보장되기에 북한 사람들은 ‘1호 사진’을 집안의 영광이고 가보로 여깁니다. 북한도 이를 잘 이용해 ‘1호사진’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자신의 충성 세력을 많이 만들기 위해 집권 후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또 ‘1호 사진'을 찍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주민들의 모습을 외부에 공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살찐 김정은과 마른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어떨까요?
지난해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WB)이 공동으로 북한 등 세계 각국의 아동영양수준을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5살 미만 북한 아동 가운데 1명이 발육부진(stunting) 을 겪고 있으며, 저체중 비중도 전세계 아동 저체중 평균치보다 높았습니다. 북한매체에서는 김정은이 어린이 영양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입니다.
그러면 또 다른 북한 영상을 볼까요? 지난 10월 18일 북한조선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용 열차에 다 자란 강냉이를 들여놓고 직접 만져보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이에 관한 남한 연합뉴스 텔레비전 녹음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연합뉴스 tv/ 10월 18일 보도>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 열차 내부입니다. 김 위원장이 반소매 러닝셔츠 차림으로 왼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무실처럼 꾸려진 전용 열차에 김정은 위원장이 관심있게 강냉이 잎도 만져보고 강냉이 이삭을 손에 쥐고 무엇인가 일꾼들에게 지시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인민들의 먹는 문제 때문에 김정은이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TV/ 10월 18일 영상 녹취> "인민 생활 향상의 돌파구를 다름 아닌 먹는 문제,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부터…"
북한 텔레비전이 김 위원장이 인민들의 먹거리 해결을 위해 쉴 틈 없이 집무를 보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집무실처럼 꾸려진 특별열차 내부를 공개했다고 남한 언론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다 자란 옥수수를 열차 안에 들여놓고 살펴보는 모습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지적도 있습니다. 또 영상을 통해 올해 농사 작황이 좋지 않고 내년도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지도자가 인민들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외부사회에서 평가하는 북한의 식량 전망은 좋지 않습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조사서비스는 최근 공개한 10월 쌀 전망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작물중 옥수수, 콩 등을 제외한 2022/2023 연도 쌀 생산량을 도정 후 기준 136만t으로 추정했습니다. 남한의 통일부는 북한이 연간 필요한 쌀 생산량 가운데 80만톤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이는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로 알려진 1994년에 생산됐던 쌀 150만t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농업전문가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미국 농무부가 위성사진을 사용해 북한의 곡물 생산 추정치를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한계가 있지만, 북한이 만성적인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3년째 이어진 코로나로 식량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극심한 가뭄을 겪었습니다. 또
6월 중순부터 8월까지 홍수로 농경지가 침수되면서 주식인 쌀과 옥수수 생산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그는 평가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로 북중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중국에서 비료 수입량이 급감해 북한의 올해 식량 작황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코로나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 봉쇄에 따른 세계 공급망 혼란 등으로 전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세계 경제가 침체에 들어간다는 경고가 나오고, ‘세계 공장’이라고 부르는 중국도 부동산 붕괴 위기 등에 직면해 있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전망이 밝지 않으면, 중국의 영향권 안에 있는 북한의 경제도 좋을 리 없다는 게 대북관찰자들의 관측입니다.
북한이 인민들이 먹는 문제와 관련한 최고지도자의 영상을 내보내는 것도 북한 내부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북한 내부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 북한은 지도자가 인민을 위해 뛰고 있다는 영상을 공개해왔습니다. 북한은 보위부와 노동당 일일보고선(일보선)을 통해 주민들의 불평과 불만 등을 보고 받는데 기초하여
지도자의 애민정치를 선전해오는 관례를 보여왔습니다. 최근 김위원장의 애민사상을 선전하는 내용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를 뒤받침하고 있습니다. 전쟁 경험도 없는30세 후반의김정은 위원장이 원수복을 입고 공식 무대에 등장하는가 하면, 코로나로 의심되는 “고열로 고생했다”는 등 김정은 우상화는 최절정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 어린 시절을 스위스에서 보낸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인민들이 겪는 고생을 함께 겪으며 인생 체험도 많이 하였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하는 등 ‘과장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8년부터 2001년까지 13년동안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 씨는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김정일 일가는 고급 양주인 프랑스제 포도주와 코냑, 단마르크 (덴마크)제 돼지고기, 체스꼬 (체코) 맥주 등 고급 음식을 탐닉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1984년생인 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0대의 나이에 수백만 명이 굶주려 죽던 고통을 직접 겪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김정은 우상화 작업은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이 진두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발표한 ‘김정은 시대 수령 우상화 실태 분석’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장기집권 체제를 위한 우상화 작업이 작업이 5년 후 최고조에 달할 것이며,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의 우상화 작업을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도하였 듯이 김여정도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더 나아가 김여정은 김정은의 후계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하며, 리설주를 ‘어머니’로 등장시키면서 김씨 4대 세습까지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탈북 기자가 본 인권> 지금까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우상화 선전과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실태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