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 청취자 분들은 남한의 ‘주사파’ 즉 ‘주체사상파’라는 단어를 기억할 것입니다. 1980년대 노동신문과 시대 잡지 등에 등장하던 이름인데요. 지금은 사라지고 나오지 않습니다.
1980년대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심취되어 남한 사회에 이를 보급해 민족해방 문제를 해결하려던 ‘주체사상’ 운동 중심에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영환 연구위원이 서있었습니다. ‘강철서신’ 책자를 발간해 남한 청년학생들 속에 배포하는 등 주체사상을 보급에 앞장섰던 김영환씨는 1991년 북한의 반잠수정을 타고 북한으로 밀입국해 김일성과 두차례 만나면서 북한 실상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는 대담하게 사상을 전향하고 북한 인권 활동에 뛰어들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김영환 씨를 직접 만나 주사파로부터 전향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질문: 김영환 위원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주사파의 대부라는 명칭인데요. 남한에 주체사상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주요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그때 당시 주체사상에 심취되게 된 계기는 어디에 있습니까,
김영환 위원: 그 당시 학생운동에서는 맑스 레닌주의가 상당히 세를 얻고 있었습니다. 저도 대학교 3학년때 까지 맑스-레닌주의에 심취되어 있었는데, 맑스-레닌주의를 가지고는 한반도의 통일 문제, 민족 문제에 대하여서는 해답을 주지 않으니까, 대단히 답답한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다가 주체사상을 발견했고, 주체사상에서 주장하는 민족문제, 인간문제가 상당히 매력적이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도하면서 좀 그것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확산되게 되었습니다.
질문: 북한에서도 인정하는 열렬한 주체사상 신봉자이셨는데, 그러면 1991년에 북한의 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해서 김일성과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받은 김일성에 대한 느낌, 그리고 북한에 대한 느낌은 어떠했습니까,
김영환 위원: 김일성은 제가 상상했던 대로 말도 잘하고 대단히 유연하게 손님들을 대하는 그런 태도를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애기를 해보니까, 대단히 태도는 유연하지만, 사고는 상당히 경직된 다시말해서 1930년대의 식의 사상이나 노선, 정책, 전략전술에 딱 머물러서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사람이라는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게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때는 소련 및 동구권 사회주의가 대대적으로 붕괴하고, 새로운 창의적인 사회주의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데, 60년대도 아닌 1930년대 사고 방식에 머물러있다보니까, 이런 것으로는 도저히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없겠다고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질문: 그로부터 북한에서 돌아온 뒤, 주체사상을 버리고, 북한민주화 운동에 적극 뛰어들게 되었는데 그 전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김영환 위원: 일단 북한에 갔다와서 북한 사회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히 컸습니다. 김일성의 사고가 경직되어 있을뿐 아니라, 대부분 북한 간부들의 사고가 아주 극히 경직되어 있어서 발전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그리고 우리가 평등을 추구해서 사회주의 운동을 했는데, 북한이 대단히 불평등한 사회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간부들과 일반 인민들 사이에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해있고, 간부들 사이에서도 높은 간부와 낮은 간부 사이에 엄청난 불평등이 있다고 확인했고, 실망을 느꼈는데 북한으로부터는 마음이 멀어졌지만, 새로 북한인권운동이나, 북한민주화 운동으로 넘어가게 된 계기는 북한에서 살다가 온 분들의 증언이었습니다. 1990년 대 중반 북한에서 온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분들이 쓴 책이나 수기를 꼼꼼히 살펴보니까, 아, 이것은 낙후된 사회, 경직된 사회가 아니라 어떻게 이렇게 사람의 인권을 참혹하게 탄압하는 사회가 있을 수 있느냐? 우리가 오랫동안 혁명운동을 해왔는데, 이렇게 인민을 탄압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사회를 방치하는 것은 혁명가로서 옳바른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내가 혁명가로서 반두사 이런 사회의 해방을 위해서 투쟁해야 할 사명감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북한민주화 운동, 북한인권운동을 결심하고 다른 동지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지요.
질문: 그때가 바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망명했던 시기와 맞물렸는데요. 망명한 황장엽비서는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만든 분이고, 그리고 김 위원님은 남쪽에서 그 주체사상을 남한에 전파했던 분인데요. 두분 간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습니까,
김영환 위원: 사실 저는 제 사건으로 국정원 조사를 받았는데, 국정원 조사받기 전부터 황장엽 선생을 만나고 싶어했고, 국정원에 만나고 싶다고 강력하게 이야기 했고, 실제로 만났어요.
그 이후에도 대단히 여러 차례 만났는데, 어떤 북한민주화 운동의 전략이라든지 철학적인 문제라든지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 가운데 북한의 인권문제, 전략이라든지 황장엽 선생과 굉장히 깊이 있는 의견 일치를 이뤘고, 그리고 여러가지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질문: 2012년 북한 조국평화통일 위원회 기관지 우리민족끼리는 “변절자 김영환, 처단할 것이다”고 위협했습니다. 그 이후로 신변위협을 느끼셨습니까,
김영환 위원: 네 실제로 그런 신변 위협을 많이 느꼈지요. 그 이후에도 여러차례 징후가 있어서 국가로부터 경호를 받기도 하고, 실제로 북한에서 보낸 사람으로 의심되는 사람과 접속도 있었고, 그런데 다행히 아직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만, 항상 그런 위험을 느끼고 있습니다.
질문: 그러면 북한내부에서의 북한 민주화 운동 움직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영환 위원: 많은 분들이 다 아시겠지만 북한 내에서는 어떠한 정치적인 행위도 끔찍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처벌이지요.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다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에 공개적인 활동이 불가능합니다. 아주 사소한 활동도 아주 철저하게 비공개로 해야 하는 것이고, 아주 가까운 친구라하더라도 그 사람을 활동에 끌어들이는 것이 사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단히 오랫동안 활동을 해오지만, 여전히 확대에 어려움이 있고 그뿐아니라 그 과정에 예기치 않는 희생되는 분들도 생겨나고, 그런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잃지 않고 북한 내에서 활동을 하시는 사람들이 계속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그나마 희망이 있는, 북한 미래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 현재 미국과 북한간 비핵화 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외부 시각에서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님께서는 북한의 비핵화 어떻게 보십니까,
김영환 위원: 저는 북한이 절대 핵무기를 포기할리가 없다고 보고 있고요. 저는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확신하고 있는데, 외부에서는 (북한)개혁개방을 하게 되면 핵무기를 가지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데, 어떻게 개혁개방이 가능하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던데 제가 볼때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핵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국방, 내부 체제유지를 위해서도 핵도 필요하고, 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통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방도 위험해지고, 체제도 위험해진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혁개방은 꾸준히 추진하는 것으로 저는 판단하고 있고, 그리고 핵무기는 절대 포기할리 없다. 그리고 인민들에 대한 탄압과 억제는 앞으로도 강화할 것이다. 다만 경제적 자유 같은 것은 지난 8년 집권동안 경제자유를 확대하되, 정치적 탄압은 강화할 것이라고 봅니다.
질문: 앞으로 북한 민주화 운동 활동계획은 어떻습니까,
김영환 위원: 어쨌든 북한의 인권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고, 그리고 오히려 간부들과 일반 주민들에 대한 사상통제, 탄압을 강화하는 조건에서 우리가 북한 민주화 운동이나, 북한인권활동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당연히 북한인권운동, 북한민주화 운동을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지속해야 하지 않는가고 생각되고요, 지금까지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분들이 대중적으로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과거와 달리 젊은 분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분들, 특히 젊은 분들이 더 많이 이 운동에 동참해줄 것이다고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도 더 많은 활동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질문: <탈북기자가 본 인권> 시간에는 한때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심취되어 남한에서 주사파로 활동하다 북한의 실체를 알고, 대담하게 전향하여 지금은 북한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영환 연구위원과의 대담을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