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후진타오의 ‘강제퇴장’ 논란

0:00 / 0:00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얼마 전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자대회(북한의 당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시진핑(습근평) 중국국가주석이 총서기에 다시 선출되면서 종신집권의 기초를 닦고, 6명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자신의 측근들로 꾸리면서 마무리 했습니다.

북한도 중국 공산당 대회가 끝나자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습근평 주석이 중국 공산당을 영도하는 중임을 계속 지니게 된 것은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지지,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지했습니다. 이처럼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영상은 따로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은 이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당대회 폐막식날 호금도(후진타오)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겸 중국 국가주석이 자의반 타의반 강제 퇴장당하는 듯한 영상이었습니다. 인터넷 상에는 호금도 전 주석을 북한 김정은에 의해 숙청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에 비유라는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왔습니다. 즉 독재국가에서 벌어지는 비정한 권력 투쟁이 중국에서 또 한차례 노출되었다는 겁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북한 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의 화제의 장면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남한 SBS 방송 녹취/ 10월 25일>시진핑 주석은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성을 부르더니 자신 앞에 놓인 흰색 서류를 가리키고 직접 무엇인가를 지시합니다. 이후 이 남성이 팔짱까지 끼고 함께 나가려고 하지만, 후진타오는 여러번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남성 손에 들린 서류철에서 종이를 빼내려는 듯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결국 시주석에게 한마디를 던진 뒤 퇴장했는데, 시주석 바로 옆자리를 빈자리로 남겨둔채 당원 수정안 등이 일사 천리로 처리되었습니다.

방금 들으신 내용은 남한의 SBS가 당시 상황을 보도한 내용입니다. 해외 언론에서는 지난달 22일 중국 공산당 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이 갑자기 퇴장당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인터넷 사회관계망 트위터를 통해 널리 확산된 1분26초 분량 영상에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행사 경호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대회장을 떠나기 전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그 이유에 대한 파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영상에 따르면 중국 당대회 폐막식 당일 습근평 국가주석 바로 옆에 앉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자기 서류를 놓고 왼쪽 옆자리에 앉아있던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리잔수가 후진타오 앞에 놓인 붉은색 표지의 서류를 조심스럽게 챙기자, 후진타오는 자기 서류에 손을 얹고 리잔수에 저항하는 듯한 장면이 나옵니다. 이후 후진타오가 서류를 돌려달라는 듯 미묘한 실랑이를 벌이는 듯한 모습이 이어지자,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진핑 주석이 행사 경호 담당자를 불러 무엇인가를 지시합니다.

해외 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이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을 도와주라는 취지로 추정했습니다. 이어 두명의 행사 경호원들이 다가와 후 전 주석의 퇴장을 시도했고, 그 중 한 명은 후 전 주석을 안아 일으키듯 부축하여 행사장 밖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후진타오는 퇴장하면서도 자신의 서류를 찾았으나 수행원은 퇴장에 더 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이 장면을 주요 기사로 다루었습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시진핑의 완전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있다면 바로 전임자 후진타오의 퇴장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후진 타오 전 주석이 건강상 이유로 행사장을 떠났다는 중국 매체의 해명대로 “여러 가지 사정은 있겠지만, 그가 강제로 퇴장하는 듯한 모습은1인 지배권력을 완성하려는 시진핑의 노력이 드러난다”고 이 매체는 꼬집었습니다. 이 영상은 논란이 되자, 중국의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트위트 계정에 사건 발생 10시간 만에 후 전 주석이 건강상 이유로 행사장을 떠났다고 영문으로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일반 중국인들이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인터넷 상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인터넷 사용자는 “후진타오가 시진핑에게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도 시진핑은 무시하는 듯했고, 후진타오는 경호원같은 사람에게 개 끌려가듯 보인다”는 의견의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인터넷 사용자는 “마치 북한 회의 중 끌려 나가는 장성택 같은 표정”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북한은 2013년 12월 8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노동당 행정부장이었던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노동당에서 출당·제명하기로 결정하고 회의장에서 끌어내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후 4일 뒤인 12월 12일에는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내리고 처형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공산당식 간부 숙청 방식이 며칠전 진행된 중국 공산당 회의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벌어진 일에 왜 북한 장성택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해 하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네티즌 들 속에서는 이번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습근평(시진핑) 주석의 1인 지배권력을 완성한 회의로 보기 때문입니다. 남한의 한국일보는 이번 대회를 두고 “시진핑계가 다 삼킨 중국 공산당”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왜냐면 중국 공산당 핵심인물인 정치국 상무위원 6명이 모두 시진핑 주석을 포함해 그의 측근들로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등소평이 만든 집단지도체제를 퇴행시키고, 1인 독주체제를 완성한 시진핑 체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이번 대회에서 등소평이 만든 ‘7상8하 원칙’이 사라졌다고 진단하면서 앞으로 10년 정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개혁개방의 설계자로 불리는 등소평은 1970년대부터 한 사람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리적 의사결정구조인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이 집단지도체제에는 7명의 다양한 출신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망라되어 국사를 논의해왔습니다. 등소평은 1982년 중국공산당 12기 전국대표대회에서 모택동식 개인우상화를 막기 위해 중앙위원회, 고문위원회, 규율위원회 등 3개 기구가 당권력구조의 핵을 이루게 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는 중국 고위층 인사출신들과 상해시당 출신들, 그리고 중국공산주의청년단 출신들로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자기 사람들로 채워넣음으로써, 등소평이 출범시킨 집단지도체제가 막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공산주의청년단 계열인 리커창 총리와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후춘화 부총리 등이 중 한 명도 상무위원에 이름을 오르지 “공청단이 몰락했다”고 평가됐습니다. 이처럼 등소평이 만든 ‘집단지도체제’ 틀이 깨지고, 중국공청단이 대거 몰락하자, 이에 이견을 제기하는 후진타오 전 주석을 행사장에서 강제 퇴장시켰을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라는 겁니다.

중국에서 마오쩌둥(모택동)은 공도 있지만 과도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모택동은 중국에서 내전을 끝내고 강력한 중앙정부를 만든 공을 인정받지만,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은 과로 평가됩니다.

1958년부터 1960년 사이에 벌어진 ‘대약진’운동은 수천만명의 중국인들을 가난과 죽음으로 내몰아 중국인들에게 악몽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1966년부터 10년간 지속된 ‘문화대혁명’은 대혼란으로 평가받습니다.

현재 시진핑 주석은 사회주의 방식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이기고 세계패권국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번 당대회에서도 그는 대만무력통일 야망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14억 인구와 세계 경제 2의 규모를 가진 중국의 권력을 쥔 시진핑 주석이 어떤 중국을 만들어갈 지 세계는 주시하고 있습니다.

<탈북 기자가 본 인권> 지금까지 북한이 보도하지 않은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화제가 되었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강제퇴장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