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아침 저녁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11월입니다. 북한에서 11월은 월동준비로 아주 바쁜 달인데요. 특히 땔감을 마련해야 하는 가장(세대주)들의 고민이 클 겁니다. 도시 가정집에서는 얼기 전에 석탄을 실어다 구멍탄을 빚어 말리어서는 아파트 창고까지 날라다 보관해야 하고, 농촌 가정에서는 나무와 볏짚이라도 충분히 날라와야 겨울에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부지깽이라도 덤벙되어야(뛰어야) 할 판’입니다.
북한에서는 인간이 생활하는데 가장 필요한 3대 요소를 ‘물, 불, 쌀’ 을 꼽습니다. 이 3가지 요소는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가장 필수이기 때문에 ‘원초적인 인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에도 ‘모든 사람은 의식주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땔감 문제는 겨울만 되면 북한 주민들에게 무거운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외국에서는 어떻게 겨울을 날까 하고 궁금해하시는 북한 주민들 많으실 겁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외국에서는 겨울 난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겨울을 뜨뜻하게 지내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한국지역난방공사 홍보 영상 녹취 > 오늘 소개 해드릴 에너지 절감을 위한 방법은 바로 집단에너지인데요. 아, 집단에너지가 뭔가고요?
이 녹음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에네르기(에너지) 절약을 선전하는 광고 내용입니다. 남한은 도시 난방화가 실현되어 사람들이 석탄이나 나무를 지고 다니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남한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라는 기관이 있는데, 도시구획마다 열병합발전소를 지어 열과 전기를 생산해서는 각 가정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정한 사용료를 내면 겨울에 추운 줄 모르고 지내고 있습니다. 이 열병합발전소는 기름과 가스로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데, 그 에너지를 외국에서 90%이상 수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에 수입한 에너지가 800억달러를 넘었다고 합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지고, 코로나로 인해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호소하는 겁니다. 유럽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가스 값을 올려 겨울 난방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름이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남한에서 에너지 걱정을 모르고 산다? 이 말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거 남한 사람들도 겨울에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남한의 가정집 구조도 북한과 똑같이 초가집도 있었고 연탄을 때는 부뚜막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벌어져 농촌에서는 초가집이 사라지고 도시에는 성능 좋은 단열제를 사용해 지은 현대적 아파트가 건설되고 도시 난방화, 가스화가 실현되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국가가 주도로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현재 남한 사람들은 더운 물과 난방 걱정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앙난방식 주택은 집을 지을 때 방바닥에 온수관을 묻고, 그 관으로 덥혀진 물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방을 덥히고 있습니다. 때문에 겨울 내내 깨끗하고 편리한 온돌 방에서 지낼 수 있는데, 외출할 때는 스위치를 꺼놓고 나가고, 집에 들어오면 켜놓는 식으로 온도조절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요즘에는 손전화기로 방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 직장에서 퇴근하면서 난방 스위치를 ‘on’으로 켜놓으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쾌적한 온도를 보장할 수 있고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미국의 가정에서는 어떻게 난방 문제를 해결할까요?
미국의 가정용 난방 시스템은 바닥에서 열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천정이나 벽에서 나와 방을 덥히는 체계로 되어 있습니다. 가스관이 미국 주택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가정집에서 독립적으로 가스 보일러를 통해 난방과 더운물 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즉 방을 덥힐 때는 스위치 온도를 조절하여 방안 온도를 높이고, 가스로 물을 덥혀 그릇을 가시거나 샤워, 즉 목욕을 할 때 사용합니다. 그래서 24시간 더운물을 사용할 수 있어 사람들은 살아가는 데 불편이 없습니다.
탈북민들이 남한이나 미국에 와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물이 24시간 나오고, 겨울에 추운 걱정 없이 지내는 것을 꼽습니다. 남한 적응 15년차인 김보배(함경북도 무산 출신)씨는 “처음 임대주택을 배정받고 들어간 집에서 더운물이 24시간 나오는 것을 보고 정말 꿈만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은 땅에서 나오는 석탄으로 밥도 지어야 하고 방도 덥혀야 하기 때문에 석탄을 장만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중대사’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석탄과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즉 연탄을 피우면 일산화 탄소가 배출되어 도시 공해는 심각해져 사람들의 건강에 해롭고, 또 땔감 마련을 위해 나무를 찍으면 벌거숭이 산으로 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김중호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은 북한은 모든 생산설비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들이 수요에 맞게 주택의 구조 등을 개조 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즉 아무리 사람들이 가스로 방을 덥히고 싶어도 가스를 끌어올 수 없고, 또 농촌에서 사람들이 나무 부뚜막을 개조하고 싶어도 기술이 부족해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가장 심각한 민둥산을 없애기 위해서는 도시 가스화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러면 도시 가스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지난 2018년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당시 남한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북한에 절실히 필요한 가스화를 돕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보여주기 쇼’로 끝나면서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또 러시아에서 남한으로 천연가스 수송관이 건설되면 여기서 ‘통과료’만 받아도 북한의 가스화는 저절로 실현된다고 김흥광 NK지식인대표는 말합니다.
김흥광 대표 :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들처럼 정상적인 경제발전, 인민 생활에 정말로 낯을 돌리게 된다면 러시아에서 엄청난 가스관이 북한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거든요. 그 중간에서 다 협약을 맺어 가지고 뽑아 쓰면 됩니다.
김대표는 “남한에는 가스 보일러, 전기 보일러 생산공장들이 너무 많다”면서 “남한의 린나이, 경동보일러, 콘덴싱 보일러 등 공장들이 몇 달만 돌리면 북한의 모든 가정에 놓을 수 있는 보일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북한 지도자 한 사람이 생각만 바꾸면 북한 주민들이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지적합니다. 의식주는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초보적이고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국가가 이러한 원초적인 생활 조건을 풀어주어야 북한 주민들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추운 겨울에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다는 겁니다.
요즘 외부 세계에는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되기도 합니다. 웰빙이란 영문자 ‘well-being’의 합성어로, 한마디로 육체적이며 정신적으로 조화롭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음식도 배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겨울에 춥고 열악한 조건이 아니라 아늑하고 쾌적한 삶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세상은 사람들이 얼마나 질 좋은 소비를 하는가에 따라 인권이 가치도 평가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하루에 얼마나 깨끗한 물을 소비하는가, 또 전기를 얼마나 소비하는가 하는 것이 다 선진국의 지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외부 세계 사람들은 북한당국이 핵과 미사일로 국제사회를 위협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배고픔과 추위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