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여러분들은 은퇴, 즉 퇴직 이후에 대해 고민을 해보셨습니까? 젊어서는 별로 관심에 없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아, 나도 일을 관두면 어떻게 살아가지?”라고 한번쯤 걱정을 하실겁니다. “자식이 부모를 모신다”는 유교문화의 관습으로 인해 북한에서는 부모들이 은근 자식들에게 기대해볼만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효도 문화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반응이 탈북민들 속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까요, 은퇴 고민은 남한이나 미국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외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노후준비를 할 수 있는 수입도 있고, 정보도 있고, 시간도 있습니다. 또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은퇴 계획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고 국가에서는 연금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외부사회에서는 본인이 준비를 잘하면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도 사회보장법을 제정하고 연로보장을 받은 노인들에게 사회보장금과 주거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의 사회보장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의 고위층들도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노인들의 인권, 즉 은퇴 준비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배경 음악]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노후 준비도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적 관심거리입니다. 각종 언론 매체에는 은퇴문제와 관련된 많은 화제가 등장합니다. 남한의 공영방송인 KBS 도 얼마전 은퇴 준비와 관련한 주제를 다루었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은퇴 자금은 얼마나 필요한 지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KBS 10월 18일 녹취) 질문: 그분들은 얼마정도 필요하다고 대답하세요? 대답: 노후 생활비 얼마나 필요하십니까란 질문을 던져봤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이 한 월 3백만 원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란 답변이 많이 나오고요.
방송에 출연한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김동엽 상무는 남한에서 은퇴를 한 노인층이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자면 한달에 미화 3천 달러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남한의 국민연금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퇴 후 부부가 필요로 하는 최소 생활비는 195만원(미화 약 1500달러), 적정 생활비는 268만원(미화 약 2500달러)로 조사됐습니다. 혼자 사는 경우 최소생활비로 1천 달러는 있어야 한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올해 초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실질 은퇴 연령은 평균 72.3세로 나타났습니다. 원래 남한 노동법에는 퇴직 연령을 65세로 정하고 있지만, 국민연금, 즉 은퇴후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을 쉽게 놓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올해 기준으로 은퇴후 국가로부터 국민연금을 월평균 80만원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한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남한 국민의 국민소득은 3만5천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각종 매체에서는 은퇴 후에 쪼들리지 않으려면 국가에서 주는 국민연금에 매달리지 말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를 해서 준비하라는 금융정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브릿지 음악]
그러면 미국인의 은퇴 수준은 어떨까요? 미국의 동부에 사는 한 재미교포는 “우리 부부는 은퇴 후 한달에 약 3천 500달러를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원래 은퇴후 생활 비용을 직장 다닐 때의 70%로 계획했는데 정작 직장을 그만두고 부부 여행도 좀 다녀오고, 병원도 좀 다니다 보니 지출이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은퇴 소비 비용은 지역마다 좀 다른데, 동부에서는 매달 3천 500달러는 풍족한 편은 아니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은퇴를 한 이후에도 세금을 납부하고 전기세와 같은 생활 비용을 내야 하고, 손자 손녀 들에게 용돈을 주자면 적어도 한달에4천~5천 달러의 노후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게 미국 노년 층의 반응입니다.
2020년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8년에는 미국인 전체 인구의 20%인 7천3백만명이 은퇴를 하게 됩니다. 이들이 한해 필요한 은퇴자금은 약 $5만 8천 달러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미국 시민의 평균 수명은 83세인데 앞으로 더 늘어난다면 은퇴자금으로 약 100만달러 이상 돈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각종 매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과거 큰 부자를 가리켜 백만장자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현재 화폐가치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큰 자산가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금융서비스 기관인 챨스 스왑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인들은 2백만 달러의 순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소셜시큐리티, 즉 사회보장제도가 있는데, 10년 이상 세금을 납부한 사람 등 자격조건이 맞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연금입니다. 미국 세무국에 따르면 2022년 부부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사회보장연금은 미화 2,700달러, 혼자 받을 수 있는 연금은 1,600달러로 알려졌습니다. 이 연금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법으로 다른 은퇴 연금을 만들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브릿지 음악]
청취자 여러분은 파이어족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국가가 보장하는 은퇴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것도 빨리 은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나온 말이 파이어족입니다. 파이어족이란, 영문자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경제적 자립을 이뤄 조기에 은퇴한다는 말입니다. 파이어족은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은퇴자금을 일찌기 마련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젊은이들이 수입의 70~80%를 저축하여 주식 등에 투자하면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20대의 직장인이 꾸준히 저축하고 투자하여 나이 40대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가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은 한다는 것이 파이어족의 꿈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말하자면 1980~1990년대 태어난 ‘장마당 세대가 파이어족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릿지 음악]
그러면 북한에서 은퇴 준비는 어떻습니까, 북한에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전 남한의 조선일보는 대북제재와 코로나 장기화로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퇴직한 북한 고위층들도 물자를 공급 받지 못해 빈곤층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지난해 2월 사망한 리재일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입니다. 리재일 부부장은 김정은 후계 과정에서 충성다했으나, 퇴직한 다음에는 국가에서 주는 것도 없어 빈곤하게 살았다는 겁니다. 올해 2월 노동신문은 “선전선동부 전 고문 리재일 동지가 폐암으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으로 지난 4일 사망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코로나를 막기 위해 철통 봉쇄를 실시하던 상황에서 물자난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습니다. 은퇴 후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북한 간부들 속에서는 “손에 풀기가 있을 때 부지런히 모아야 한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그 의미는 현직에 있을 때 뇌물 등을 많이 챙겨야 한다는 소린데, 외국에서는 뇌물수수는 곧 범죄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간부를 지냈던 탈북민은 “북한에서 선전선동부는 김씨 일가의 우상화와 체제선전을 위한 선동업무를 맡은 부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뇌물이 거의 없다”면서 “고위층 간부들도 은퇴후 어려움을 겪는데, 일반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2008년 ‘년로자보호법’을 제정하고사회보장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법제화시켰습니다. 북한의 ‘년로자보호법’은 연로자과 장애인, 취약 계층들에게 생활비와 주거 등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보장 혜택도 전체 주민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공로에 따라 달라집니다.
1980년대 북한에 “600에 60원”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국가에 공로를 세우고 퇴직한 사람에게 식량 600그램과 월급 60원을 죽을 때까지 준다는 연로보장제도였는데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이 공급체계도 작동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와 유엔의 대북제재로 요즘 북한의 경제 상황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올해 들어와 수천만 달러어치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해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노인들의 인권, 즉 은퇴 준비와 북한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