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람 놀래운 김정은의 중국 인도적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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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되다” 이 말은 과거에는 가난해서 원조를 받았지만, 지금은 먹고 살만 해져서 다른 나라를 돕는 나라로 변모된 나라를 가리킬 때 하는 말입니다.

대표적으로 그런 나라는 남한과 옛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였던 루마니아가 꼽히고 있습니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남한은 미국 등 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살았지만, 지금은 이미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뀐지 수십년이 되었습니다. 북한과 가까웠던 옛 사회주의 나라인 루마니아도 냉전해체가 무르익던 1991년부터 무상원조 혜택을 받았지만, 지금은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했습니다.

이처럼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되자면, 국민소득 수준이 올라가야 하고 그만큼 남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이 있어야 하겠지요.

현재 북중 국경봉쇄로 북한의 장마당 물가가 일제히 치솟는 등 북한의 내부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항상 지원만 받던 북한이 지난 1일에는 중국에 지원을 주었다고 발표해 세상사람들을 깜짝 놀래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전염병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중국 시진핑(습근평) 국가주석에게 위문 편지와 함께 지원금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중국의 지원 없이는 한해도 버티기 어려운 북한이 오히려 중국을 돕는다, 이런 소식에 북한 주민들도 헷갈리게 했을 것이라는 논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시간에 그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

: (북한 아나운서)형제적 중국인민들이 겪는 아픔과 시련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돕고싶은 진정을 전하시였습니다.

이 녹음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중국 호북성 무한시(중국명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편지와 함께 지원금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외무성이나 적십자사의 명의도 아닌 직접 본인의 명의로 편지를 습근평 주석에게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집안 식구, 친혈육이 당한 피해로 여기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친근감을 표현하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진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중국 정부가 가장 예민하게 여기고 있는 중국인 입국 금지와 국경봉쇄를 가장 먼저 실시한 나라에 속입니다.

남한 언론은 북한이 지난 21일 코로나 비루스의 확산에 대비해 북중 국경들을 봉쇄했고, 베이징발 평양행 여객기에 중국인과 외국인들을 탑승시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건의료 시스템과 약물 보급수준이 열악한 북한에 전염병이 돌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에 아예 미리감치 국경을 폐쇄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관광객 및 외국인의 입국 금지로 북한은 외화벌이에 큰 타격이 예상되지만, 1월 27일 중국 단동주재 북한 영사관은 중국인들에게 북한 방문 사증(비자)을 발급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공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은 방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신속한 조치는 미국이 취한 조치보다 열흘 가까이 빠른 것입니다.

남한 언론 보도내용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 미국이 지난 2주동안 중국에 갔다온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을 막은 첫날 중국은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미국이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잠정 금지한 데 이어, 호주 정부도 중국에서 출발한 외국인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했습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에서 온 여행객의 입국을 막거나 체온 측정 등의 조치를 하는 나라는 현재 세계적으로 6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기 때문에 이 병이 자국에 퍼질 경우,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세계 각국이 앞다퉈 국경을 봉쇄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1만7205명, 사망자 361명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실제 사망자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현지 언론에 의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비루스 확산으로 국제적으로 큰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는데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워싱턴이 끊임없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패닉을 조작하고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추이텐카이 미국 주재 중국 대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국내 확산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추이텐카이 주미 중국대사>: 지금은 사실에 따라 패닉하지 말고, 가짜뉴스가 아닌 과학을 믿어야 합니다.

거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 도마뱀 등을 식용으로 섭취하는 중국인들의 식생활 습관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급격히 하락시키고, 시진핑 공산당 정부의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과거 구소련을 해체시키는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건’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우선 전염병의 진원지가 중국 내륙이라는 데 대해 중국 당국은 상당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이후, 세계패권 전략에 도전하는 중국몽 실현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강군몽’ 등 이데올로기 구호를 내세우고, 미국을 앞지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 미중 무역전쟁으로 좌절을 맞고 있습니다.

거기에 중국당국이 전염병 초기 대응에 소홀했다는 비판과 피해자 통계도 은폐하고 있다는 은닉설까지 제기되면서 곤혹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경봉쇄까지 단행한 북한이 중국을 지원하겠다는 속내는 무엇일까요?

전염병 확산으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하락하고 있는 때에 김정은 위원장이 서한을 보낸 배경을 두고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중국으로부터 무상 지원 약속을 받아내려는 김정은의 꼼수”라고 분석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3일 언론 기고문에서 “이번 우한 폐렴 사태로 급하기는 시진핑보다 김정은이 더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고 새해부터 '충격적인 행동'을 준비하던 김정은에게 우한 폐렴 사태는 전혀 예견치 못했던 악재”라고 지적했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매해 1월은 북한과 중국 사이에 그해 분 무상 경제 지원 규모를 정하는 달”이라면서 “김정은은 시진핑에게 되로 주고 말로 받아 오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관광객 입국 금지로 외화벌이 원천이 사라졌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전염병은 북한 체제의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되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상황도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은 근 30년동안 만성적인 식량 부족현상을 겪고 있으며, 1990년 중반에는 수백만명의 주민들이 굶어죽는 아사사태가 벌어졌다”고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지난 30년가까이 북한 주민들은 너무도 불안했습니다. 1990년 중반 수백만명이 고난의 행군때, 대아사때 사망했습니다. 아직까지 북한 주민들, 특히 아이들, 여성들, 노인을 포함한 주민들이 너무도 어려운 상황속에 살고 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편지와 지원금을 보낸 것은 자신들도 국제사회의 보통국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선전에 불과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