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유례없는 남매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3월 3일과 22일 두차례에 거쳐 북한에서는 놀라운 담화가 발표되었습니다. 김정은의 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였습니다.
3월 3일 밤에 나온 첫 메시지는 남한 청와대를 비난한 것인데, 제목 자체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였습니다. 담화문 곳곳에 청와대를 가리켜 “세 살 난 아이들” “바보” 등의 표현을 썼는데 김여정은 젊은 여성으로서 심한 도덕적, 외교적 결례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두번째 메시지는 3월 22일 나왔는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의 친서 왕래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국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김여정은 담화문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코로나 19 지원도 받아들이겠다는 의향을 보였고, 미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미북 대화에 임하되, 맞지 않으면 전략무기 개발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북한에서 외무성이나, 대남 부서가 아닌 개인의 명의로 담화나 성명이 발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때문에 김여정이 김정은 권력에 버금가는 최고의 권력자로서 김정은을 대변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김여정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북한에서 여성은 남성을 내조하는 입장에 있어야 한다는 유교적 통념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김여정은 2013년 노동당 조직지도부 행사과장을 시작으로 김정은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김여정은 당대회나 군 열병식때에는 주석단 뒤를 분주하게 오가며 간부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고, 김정은이 건네주는 꽃다발을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또 2018년 6월에 있은 제1차 미북정상회담때는 공동성명에 사인하는 김정은에게 만년필을 닦아 건네는 등 보좌역을 수행했습니다.
지난해 2월 베트남에서 진행된 2차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로 가는 도중에는 중국의 한 기차역에 내려 담배 피우는 김정은을 위해 재떨이를 받쳐들고 있는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김여정의 모습이 외신을 통해 보도된 이후, 김여정은 김정은 보좌역에서 사라졌고, 현송월 삼지연악단 단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김여정은 지금은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 공식 등장하여 간부 인사권을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의 말입니다.
강철환(유트브 녹취): 예를 들면 국가보위성 숙청하고, 인민군 총정치국 숙청하고, 호위사령부 숙청하는 등 김정은만이 할 수 있는 권력기관의 숙청을 김여정이 주도하게 함으로써, 명실공히 김정은과 동등한 오히려 그보다 더 높아지는 권력을 지금 김여정이 가지고 있다. 상당히 북한정권이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김여정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수행해왔지만, 지난해 말 진행된 노동당 제7기 5차전원회의 이후에는 정확한 소속이 밝혀지지 않은 채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만 소개되고 있습니다.
올해 2월말에 진행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김정은은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리만건과 농업담당비서 박태덕을 즉석에서 해임시켰고, 중앙당 고급당 학교 당위원회를 해산시켰습니다.
탈북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이만건과 중앙당 고급당학교 당위원회를 해산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승철 북한 개혁방송 대표는 북한 김정은 김여정이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친 것은 이른바 ‘혁명의 참모부’를 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노동당을 북한의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참모부로 표현해왔는데, 그 가운데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근 300만 노동당원들을 총지휘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서를 관장하는 핵심 중에 핵심 부서입니다.
이 핵심부서에 대한 숙청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통틀어 처음 있는 사건으로 북한 김정은 김여정 남매가 ‘안방 숙청’을 단행했다는 것입니다.
또 노동당 고급당학교 당위원회를 해산시킨 것은 북한 지방당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과 교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노동당 고급당학교는 군당 책임비서, 조직비서 이상 당간부들을 양성하는 핵심 기관으로, 이곳 교원들과 교수들은 전국의 당 일군들과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계 동영상 사이트 유트뷰를 통해 북한 소식을 전하는 탈북 인권운동가들은 북한에서는 김여정이 김정은과 같은 최고통치자의 반열에 올랐으며, 김여정 우상화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시 강철환 대표의 말입니다.
강철환 대표(유트브 녹취): 그러면 김정은은 왜 동생의 권력을 높여 주고 있는가, 저는 두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김정은 본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김정은이 죽거나 통치하지 못할 만큼 심각할 때 김여정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됩니다.
두번째는 김여정 본인이 장성택 김경희 부부의 전철을 보면서 만약 김정은 아들이 권력을 잡을 경우에 제2위 장성택 부부 같이 되지 말란 법은 없겠지요. 그래서 김여정이 자신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김정은 아들이 권력을 승계해도 그 아들을 자기의 권력 아래에 두려고 하는 치밀한 소유자가 아닌가, 현재 북한 항간에서는 김여정을 우상화 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대표도 이미 김정은은 지난해 10월 백두산에 올라 김여정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일화도 전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남매정권이 가져올 후폭풍은 무엇일까요?
역사를 보면 친족정치는 왕조국가나, 독재국가에서 있었습니다. 사회주의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되어 오지만, 사회주의 국가들 중 친족통치를 한 나라는 루마니아와 북한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친족통치를 했던 독재자들은 역사의 비참한 말로를 맞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크는 당 서열 2위에 부인을 앉히고, 세아들, 친인척 40명을 요직에 앉히고 22년간 루마니아를 통치했습니다. 하지만 1989년에 일어난 민중 봉기에 의해 부쿠레슈티를 탈출하려다 체포되어 총살됐습니다.
이와 같은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를 만든 북한 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현재 북한의 남매통치도 루마니아의 부부통치와 비슷한 면이 많다며, 이러한 가족 통치의 끝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김승철 대표: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아니고, 당 제1부부장이거든요. 고급당학교, 호위사령부, 조직지도부를 친 것으로 김여정이라고 나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김여정은 저 오빠보다 더 안하무인이고, 죽일 놈은 다 죽이고, 믿을만한 놈은 없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고하는 사람도 없다는 소립니다. 부정부패 숙청하고, 개인들을 조사하고 빼앗는데, 속으로 점점 더 곪아가는 셈이지요.
다음으로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도 아들을 권좌에 앉혀 통치하다 미군에 포로가 되어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이러한 독재자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친척을 권력의 자리에 등용시켰습니다. 한마디로 남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숙청과 권력투쟁을 동반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칼잡이가 누가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칼잡이들의 뒤끝은 항상 좋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칼잡이를 했던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의문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김정은 시대에 칼잡이를 했던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도 숙청됐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벌어진 숙청 사건은 김여정이 숙청을 주도하기 때문에 칼잡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로부터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아무리 남매지간이라도 권력 공유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 녹아나는 것은 북한 인민들 뿐입니다. 북한 상층부에서 권력투쟁이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는 요즘, 코로나 19 감염으로 무고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병마에 시달리다 사망하고 있다고 남한의 조선일보와 일본 매체는 전하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