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 농민들은 나라의 쌀독을 책임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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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9~10월은 추수의 계절로, 농민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계절입니다. 한해 농사를 지어놓은 농부가 가을의 풍요로움과 수고의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인데요.

북한에서도 지금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당에서는 농장원들에게 “나라의 쌀독을 책임진 심정으로 가을걷이를 와닥닥 끝내자”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을 맞는 농민들의 마음이 남과 북이라고 다 넉넉한 것만은 아닙니다. 북한의 농민들은 앞으로 차례질 분배몫에 더 신경 쓰입니다. 과연 올해 분배는 얼마나 받을지, 국가에서 약속한대로 내가 농사 지은 것의 70퍼센트를 돌려줄 것인지, 아니면 지난해처럼 군량미와 수도미를 먼저 다 제한 나머지에서 또 얼마를 돌려주지 않을까 마음 졸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엔 북한 협동농장원들의 실태를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입수된 북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전국에 “농업전선을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으로, 반제 계급투쟁의 1선참호로 여기고 알곡 낭비 현상을 없애기 위한 사업을 짜고들것”이라는 지시문을 하달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당면한 가을걷이에 필요한 탈곡기 수리정비와 트랙터, 달구지 등 운반 수단들과 소농기구를 충분히 준비하라고 각 농장에 하달했습니다.

그리고 들판에는 “나라의 쌀독을 책임진 심정으로 가을 걷이를 와닥닥 끝내자”라는 구호판을 세우고, 농장원들을 독려합니다. 하지만, 농장원들 속에서는 “우리가 한사람이 벌어 10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습니다.

이 말은 농장원 한 사람이 일해 노동자, 사무원, 학생, 군인 등 10명을 먹여 살린다는 소립니다. 농민들은 쌀은 자신들이 생산하는데, 공짜로 먹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신들이 손해본다는 피해 의식이 강합니다.

올해는 분배를 받아 낡은 집을 털어 집수리를 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녀들의 해진 신발도 사줘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 학생을 둔 농장원은 자녀의 공책도 사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분배몫에 마음 쏠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올해에도 ‘태풍 13호’ 링링이 할퀴고 지나간 북한의 곡창지대의 농사 작황이 썩 좋지 않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태풍 13호 영향으로 4만6천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 또는 매몰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에서 공동조사한 식량안보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약 136 만 톤입니다.

이 부족 추정치와 태풍 13호로 인한 곡물 손실을 더하면, 내년도 북한의 식량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협동 농장원들이 갖고 있는 피해의식은 또한 대대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신분제도입니다.

북한에서 농장원의 집안에서 태어나면 아들도 농장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농장원의 자녀들은 농촌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환자처럼 가장하고,정신병동에 입원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인민군대 나갔다가 대학추천을 받아 빠지려고 무진 애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농촌 자녀들은 도시 학교로 전학해 신분 세탁을 노리기도 하고, 또 농촌 처녀들은 도시에 시집가는 방법으로 빠져나가기 위한 편법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하달된 노동당의 방침을 보면 농촌출신들을 모두 조사하여 다시 농촌으로 복귀시킨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고 했습니다. 농사가 하늘 아래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처럼 농민들이 일한것만큼 가지지 못하고, 자녀들이 대대로 농사에 종사해야 하는 신분적 제도 하에서는 피해 의식이 가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북한 협동농장원들의 실태를 탈북자 김동남씨와 대담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지금 북한은 가을 걷이가 한창입니다. 협동벌에는 벼가 누렇게 익고, 벼단이 쌓여져 있고, 강냉이 수확이 한창입니다. 북한도 농민들에게 “나라의 쌀독을 책임진 주인다운 입장에서 가을걷이를 와닥닥 끝내자”는 구호를 내놓고, 일을 시키고 있는데요. 그런데 농민들 속에서는 “왜 우리만 쌀을 생산해서 노동자 사무원들에게 줘야 하는가?” 하는 불만이 많습니다. 그에 대해 들어봤습니까,

김동남: 농민들의 불만이 최근에 더 많이 나오지요. 불만이 왜 나오는가 하면 경제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농민들의 농사일이 얼마나 힘듭니까, 북한에서 기계, 원유, 비료 같은 것은 자재 조달을 북한 실정에 맞게 조달해주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사람들밖에 힘든게 아닙니까, 그러니까,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리고 자기가 농사지은 것을 또 7:3이라고 해놓고도 30퍼센트는 나라에 바치고, 70퍼센트는 자기가 처리하게끔 되어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의 방침과 실생활과는 완전히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질문: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농민들이 일생 농사일만 해야 하지 않습니까, 노동자의 자녀는 노동자가 되고, 농민의 자녀는 농민이 되어야 하고, 이게 북한에만 있는 신분제도 인데요. 그러면 겉으로 듣기에는 나라의 쌀독을 책임졌으니까, 긍지스럽지요. 그런데 농민이 자기가 농사 지은것의 70%를 가져가서 그것으로 팔아서 집도 사고, 집 수리도 하고, 학생들의 책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이런 모든 자기 가족의 생활필수품을 다 쌀로 환산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로는 70%를 가져가라고 해놓고도 군량미와 수도미를 먼저 바쳐야 하거든요.

그래서 가을철에는 많이 나라에 바쳐야 하는데, 그것을 놓고 농민들 속에서는 “노동자 사무원들은 건들건들 노는데, 왜 우리만 농사를 짓고도 우리만 배고파야 하는가?”고 불만이 많습니다.

김동남: 그 사람들은 우선 배운 것도 없고, 오직 농사에만 집중하다보니까, 그런데 그 사람들의 불만이 나오는 것은 나라에서 정한대로 뭔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불만이 나오는거지요. 예를 들어 준다고 해놓고는 가을철에 가서는다 걷어들이고, 집집마다 돼지를 무조건 키워 바쳐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집집마다 돼지를 키워 몇키로씩 나라에 바쳐야만이 농장 연말 분배때 혜택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이것저것 부담이 되는 일이 너무 많으니까, 불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저도 북한에서 보았는데, 인민군대 돼지 지원이 너무 부담이 됩니다.

김동남: 그렇지요. 의무적이지 않습니까,

질문: 군대 차량이 농장마을을 한바퀴씩 돌거든요. 그러면서 작업반장 분조장을 찾아가서 돼지를 내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면 작업반장 분조장들은 돼지를 내는 집들을 찍어줍니다. 예를 들어 “김복희 아줌마가 이번에 돼지를 내놓으라”하고 지시를 주는데, 그러면 김복희 아줌마는 자기도 먹지도 못하고, 애지중지 키우던 돼지를 50킬로그램짜리, 심지어 35킬로그램짜리 돼지를 내놓거든요. 그러면 군대들이 돼지를 차에 싣고가는데, 농민들이 막 눈물을 흘리거든요. 그런데 농민들이 돼지계획을 하지 못하면 분배몫에서 자르지 않습니까,

김동남: 자르지요. 가을에 가서 무조건 혜택을 못받는거지요.

질문: 돼지고기 한킬로그램당 강냉이 5킬로그램 이런식으로 만약 50kg짜리 돼지를 생산해 바쳐야 하는데, 그 돼지를 내지 못하면 식량 250킬로그램을 까는 식으로 되겠지요.

김동남: 그러니까, 농민들 속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지요. 모든 국가에서 지정한대로 하지 않고 실 생활과 차이가 나니까 불만을 부리는거지요.

질문: 그러면 한국이나 미국의 농민들 경우는 어떻습니까,

김동남: 한국에서는 우선 자연피해를 입었다고 하면 우선 보험제가 있지 않나요? 그 사람들의 피해를 보상해주고, 그런 혜택만 있어도 그게 대단하지 않습니까, 농민들이 자기가 마음대로 비료, 땅, 기계, 설비 같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건인데도 농민들이 좀 힘들다고 뉴스거리가 되고 이런 실례는 좀 있지만, 북한과는 철저하게 대비할 수 없는 사회이지요.

질문: 그러면 한국의 농민들은 자기들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품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온실 농가다, 축산 농가다 이렇게 자기들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품종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또 예를 들어 미국과 농산물 교역으로 해서 피해를 받는다고 하면 국가에 요청해서 보조금도 받을 수 있고 이런 것들을 좀 보셨습니까,

김동남: 한국은 피해 보상이라는 게 있고, 그 사람들은 농사를 짓다가도 걱정이 없는거지요. 농사를 짓다가 자연피해를 입으면 그만큼 또 피해보상이 따라오니까요,.

이처럼 북한에서 농민들이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도 불공정에 항거하지 못하는 것은 그에 대항할만한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남한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지적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우리가 세계 역사를 보면 농민들이 체제에 도전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세계역사에서 인민봉기이든 혁명이든 반체제 운동이든 거의 항상 시골보다 도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민봉기나 혁명을 움직이는 세력은 농민들이라기 보다는 지식인들이나 숙련노동자들입니다.

란코프 교수는 “특히 북한만큼 주민들을 엄격하게 통제 감시, 억압하는 정권은 세계역사에서 별로 없다”면서 “그 때문에 북한 정권은 별 근거가 없는 두려움을 지워버리고 농업정책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농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김정은정권의 정치기반을 다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정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