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뉴욕 센트럴파크의 3인 동상

0:00 / 0:00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여성들이 선거에 참가하여 대통령을 뽑고, 직장에 나가 남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기까지 저절로 이루진 게 아닙니다. 여성을 노예화하고, 선거에서 제외하는 등의 낡은 부조리를 반대하여 누군가가 희생적으로 투쟁한 결과로 이룩된 것입니다. 이러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투쟁한 선각자들이 미국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들을 기리기 위해 미국 뉴욕시 센트럴파크 중심에는 청동으로 된 동상이 세워졌는데요.

[탈북기자가 본 인권]시간에 현장을 다녀온 이야기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 현장음]통기타 소리…

1.jpg
한 음악인이 센트럴 파크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부르고 있다. / RFA Photo – 정영

적막한 공원의 한 벤치(의자)에 앉은 무명의 음악인이 통기타를 켜며 노래를 부릅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 속 가수 노래소리]

수려한 공간을 깨며 격정의 목청을 한껏 터치는 가수도 있습니다. 길가던 행인들, 운동하던 시민들은 박수를 치고, 쌍쌍이 걸어가던 두 남녀는 부르스 댄스(춤)를 춥니다.

이처럼 낭만과 고요가 흐르는 도심 공원 중심에 여러 역사적인 인물들을 형상한 동상들과 기념비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유별나게 여성 3인 동상이 눈에 뜁니다. 사람들은 이 동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관찰합니다. 이윽고 동상 앞에 설치된 작은 현판에 새겨진 QR 코드에 손전화의 카메라를 갖다 댑니다.

기자가 QR코드에 카메라를 대자 웹사이트 주소가 뜹니다. 그것을 누르자, 손전화기에는 통화버튼이 생성됐습니다. 이 통화 버튼을 누르자, 이 동상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잠시 녹음을 들어보시겠습니다.

[통화음성 녹취] I was born a slave in Ulster County, New York. They called me Isabella Baumfree. But after I left that house of bondage, I gave myself a new name. Sojourner Truth. I was promised my liberty on Independence Day, 1826. But when that day came, they would not give me my freedom. So I just up and left that place anyway. ( 저는 뉴욕 얼스터 카운티에서 노예로 태어났습니다. 그들은 저를 이사벨라 본프리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 속박의 집을 떠난 후, 저는 제게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소저너 트루스(Sojourner Truth). 저는 1826년 독립기념일에 자유를 약속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되자 그들은 제게 자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약 10분 길이의 통화음에는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선각자인 쥬노 트르스, 수잔 B. 앤서니(Susan B. Anthony),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튼(Elizabeth Cady Stanton)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각자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현판의 작은 글씨를 잘 읽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길을 가면서 들을 수 있도록 음성화한 것입니다.

그러면 이 여성들은 어떤 여성들이며, 어떻게 되어 뉴욕 센트럴 공원 가운데 자리잡게 되었을까요?

수잔 비 앤서니는 1820년 태어난 미국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싸운 인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참정권이란 국민이 직간접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정치적 자유권이라고도 합니다. 19세기 초만해도 여성들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녀는 1872년 11월 5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헌법 수정 제15조'를 제시하며 투표참여를 강행했고, 이로 인해 1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나 지불을 거부하고 오히려 미국 정부가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주장헸습니다. 이후 '여성 참정권사'(The History of Woman Suffrage)라는 책을 공동저술했습니다. 그는 열렬한 운동가, 달변의 거리 연설가, 저술가로 유명합니다.

다음 동상에 나오는 두번째 인물은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튼입니다.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튼은 19세기 미국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한 운동가이자 사상가, 여성 참정권 운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는 수잔 B. 앤서니와 긴밀히 협력하며 여성들이 정치적 권리를 획득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쳤으며,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동상에 형상된 인물은 소저너 트루스입니다. 그는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노예 해방 운동가로, 흑인 여성으로서의 인권과 자유를 주장했습니다. 특히 노예제 폐지와 여성 참정권을 위한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트루스는 강력한 연설가이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어 이 여성들이 한 자리에 부각되게 되었을까요?

이 동상 제작은 조각가 메러디스 버그만 맡았습니다. 버그만은 2018년 7월에 동상 제작을 신청한 91명의 예술가 중에서 선정되었습니다. 그가 처음 디자인한 동상에는 수잔 B. 앤서니와 엘리자베스 스탠튼만이 부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디자인은 다른 참정권 운동가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되어 이 동상에는 앤서니와 스탠튼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협업하는 흑인 운동가 소저너 트루스를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 동상은 여성을 형상한 기념물이 적은 미국의 역사기념물 제작 관행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는 많은 동상과 기념물들이 있지만, 주로 백인 남성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동상들이었습니다. 특히 여성과 흑인과 같은 다양한 인종과 성별을 대표하는 동상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소저너 트루스를 기리는 동상이 설치된 것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동상은 각각의 인권운동가들의 특징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즉 연설에 유명한 소저너 트루스는 말하는 모습을 형상하고, 리더십 있는 수잔 B. 앤서니는 조직하는 모습을, 필력이 뛰어났던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튼은 글을 쓰는 모습을 부각하는 등 각자의 역할과 장점을 살렸습니다.

이렇게 되어 동상 제작을 주도한 모뉴먼탈 워먼(Monumental Women) 은 165년 역사상 최초로 실존 여성 동상을 만드는 “청동 천장을 깨는” 기적같은 일을 뉴욕시와 협력으로 진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동상 제작에는 모두 150만 달러의 개인 및 단체와 기업의 후원금이 사용됐습니다. 이 모금을 위해 ‘걸스카우트’, 즉 소녀단체 그룹 성원들이 쿠키를 팔았고 그 판매대금은 동상 제작에 이바지 되었습니다. 뉴욕 걸스카우트는 뉴욕의 공공 기념물에 여성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시당국에 항의했고, 이로 인해 참정권 운동가 동상을 위한 기금 모금 운동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동상이 제막되던 2020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무장관은 “역사에 남을 위대한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무장관 : But it seems especially appropriate that today on Women's Equality Day, we are unveiling a new statue in Central Park for the first time in over six decades. The first statue of real, non-fictional women, the first statue of an African American, and significantly a statue that depicts Three great Americans working together. (오늘 여성 평등의 날에 60년 만에 처음으로 센트럴 파크에 새로운 동상을 공개한다는 것은 특히 적절한 것 같습니다. 실제의 허구가 아닌 여성을 처음으로 표현한 동상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처음으로 표현한 동상이며, 중요한 것은 세 명의 위대한 미국인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묘사한 동상입니다.)

이 동상 제작을 주도한 Monumental Women의 Brenda Berkman부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Brenda Berkman: Honoring Sojourner Truth, Elizabeth Cady Stanton, and Susan B. Anthony in Central Park on the anniversary of women winning the right to vote is only the beginning of Monumental Women's work to lift up and educate about the diverse groups of women who made enormous sacrifices to make our country and the world more just and equitable. (여성이 투표권을 얻는 기념일에 센트럴 파크에서 소저너 트루스,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 수잔 B. 앤서니를 기리는 것은 Monumental Women이 우리나라와 세상을 더 정의롭고 공평하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른 다양한 여성 그룹을 격려하고 교육하는 활동의 시작일 뿐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끌었던 3인 여성을 형상한 동상이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뉴욕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