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군들 모르고 당하는 성피해 사례 많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정영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북한 여성군인들이 맨몸으로 무더위에 철조망 공사에 동원되는 실태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북한군 여성들이 남성들도 주저하는 어려운 건설 노동에 변변한 건설장비나 노동안전보호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동원되는 것이 과연 보편적인 인권에 부합되는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북한군 여성들이 폭행과 각종 성범죄에 노출되어도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탈북 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이 혼합으로 이루어진 혼성부대에서는 폭행과 성범죄가 발생해도 북한에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도 미비한데다, 피해자들은 혼자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북한군내 만연된 폭행과 성피해 사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세계 동영상 사이트에 공개된 북한관련 영상 가운데 북한군 여성 군인들의 모습이 적지 않게 등장합니다.
남한의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동영상(통생통사)에는 국경경비대 남성들과 여성들이 함께 김매기를 하고 강가에서 모래를 함께 나르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남성들은 복더위에 웃옷을 벗고 맨살이 드러나는 런닝구를 입었고, 여성들은 옷을 벗지 못하고 꽁꽁 단추를 채운 채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자군인들이 여성군인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손을 묶는 모습도 나오고, 또 어떤 여성 군인은 군관인 듯한 남성의 웃옷까지 날라다 줍니다. 그리고 유유히 대오에서 떨어져 다정한 부부인 듯 따로 산길을 따라 걷기도 합니다.
이 영상을 본 미국 탈북여성 김 사라씨는 "북한군에는 고사총 부대나 간호부대, 사령부 직속 전신부대는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반 부대는 남녀가 같이 있는 혼성 부대가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김씨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이러한 혼성부대가 드물었지만, 요즘은 더 많아 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남성군인들이 각종 국가건설과 수해복구에 동원되고, 또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초모생이 모자라 남성 대신 여군을 전투부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렇게 북한이 혼성부대를 만드는 기본 이유는 규율과 노동 능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김 사라씨는 말합니다.
김 사라: 솔직히 북한이 남자 여자 왜 섞어 놓는지 아세요? 일을 잘합니다. 뽕빠지는 지 모르고 일을 잘해요. 여자는 남자에게 잘 보이느라고 남자는 여자에게 잘 보이느라 노력하고, 그리고 남자 여자 섞여 놓으면 각성합니다. 푹 풀어지지 않습니다. 옷차림도 그렇고 그 다음에 솔직히 말해서 중대장, 소대장 별을 단 여성군인들을 보세요. 얼마나 예쁘게 하고 다니는지 아십니까? 옷에 엄청 관심을 쏟아 붓는데 꾀죄죄하게 하고 다니는 이상한 아이들이 없지 않습니까? 그거 다 북한의 전술입니다.
남녀 혼성부대를 만들면 남자 여자가 서로 경쟁해 통제하기도 쉽다는 겁니다.
김 사라: 여자만 있으면 중대장이 중대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아유, 오늘 여기까지만 하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남자 여자 섞여 놓으면 여자가 중대장이고 남자가 부중대장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어차피 두 사람이 경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병사들을 썩어지게 일 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성폭행 성추행으로 인한 아귀다툼이 아니라, '저 남자는 내 거야', '저 여자는 네거야' 하는 엄청난 갈등과 압박, 사상 투쟁을 하면서 압박할 수 있고, 꼬투리를 잡기도 좋고, 통제하기도 쉽고, 그것으로 아이들을 아주 조이는 것이지요.
또 다른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동영상 '아리랑'이라는 채널에는 "매일 얻어맞고 욕먹고! 북한 여군들의 힘든 군인 생활!"이라는 영상이 게재되었습니다.
40~50명의 남녀 혼성부대 군인들이 아침에 밥을 먹기 위해 식당 막사 앞에서 대열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반복 동작을 시키는데, 군관 남자가 행진을 제대로 못한다고 한 여성의 무릎을 발로 찹니다.
<유튜브 '아리랑' 채널 녹취(8월25일자)> 녹취:
여성1: (깜짝 놀라며)어, 저거 왜 때려요? 발로 왜 차요?
여성 2: 행진할 때 손발이 같이 나가니까 발로 차는 거예요.
한쪽에서는 여성 군관이 일부 여성 군인들에게 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성 부대에서는 폭언과 폭행은 물론 성폭행과 성추행이 일상화 되었다고 탈북 군인들은 말합니다.
김 사라씨는 북한 여성군인들이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도 힘이 센 남성 군인들에게 의지하려고 하고, 그로 인해 다른 남자 군인들로부터 시기와 질투 같은 것도 당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북한 여성군인들의 성범죄 인식은 얼마나 될까요?
남한의 범죄 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20년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범죄심리학에서 성범죄의 다섯 가지 유형 가운데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남성성, 즉 가부장적 사고 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직접 동영상 녹음을 들어보겠습니다.
<유튜브 동영상 (성범죄, 그것이 알고 싶다) 이수정 교수 녹취> : 그야말로 남자는 이래도 되고, 여자는 당해도 되고 이러한 종류의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북한 남성들에 의해서 이러한 성범죄가 북한에서는 우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성범죄는 타인의 자유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지는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뿐 아니라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신체 접촉이나, 신체에 대한 평가, 성적인 욕설도 성범죄에 포함된다는 법리적 해석이 있습니다.
국가마다 성범죄를 규정하는 법규가 있고 처벌조항도 있지만, 처벌 강도는 서로 다릅니다. 어떤 나라들은 미성년을 성폭행한 범죄자를 즉결 처형하는 제도가 있는가 하면, 사형제도가 폐지된 나라에서는 종신형에 처하기도 합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성범죄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남한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는 추세에 맞게 성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해지고 있으며, 성범죄 방지와 고충 상담을 위한 민간단체들 많습니다. 지난해 남한에서는 권력형 성범죄에 연루된 유력 정치인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고,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정치인은 감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미투(me too)운동이 벌어지면서 유력 재력가나 정치인들이 하루 아침에 몰락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미투는 영어로 '나도 당했다'는 뜻으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고발하고 아픔을 위로하고자 시작된 운동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들어가지 않은 북한의 상황은 어떨까요?
북한 여성들은 버스나 기차칸에서 남성들이 신체에 접촉하거나, 신체의 특정 부분에 대해 평가하거나, 성적인 수치감을 주는 욕설도 성범죄에 속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한 탈북여성은 "북한에서 여자들은 버스에서 남자가 성추행을 해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출신 현인애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원은 "남한 형법에 성폭행관련 범죄 조항이 10개이고, 52개항으로 되어 있는데 반해 북한 형법에는 처벌조항이 빈약하다"며, "성추행은 북한에서는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형법에도 성폭행 등에 관한 처벌조항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성범죄 가해자들은 파렴치하게 되고, 피해자들은 호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차 피해도 만연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사실을 이야기 하면 오히려 '행실이 나쁜 여자', '준비가 부족한 여자'라는 비판을 받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절대로 입밖에 내지 못한다고 김 사라씨는 말합니다.
김: 북한의 진짜 정서는 여자가 가고 있는데, 막 남자가 (따라 와서) 진짜로 성폭행 했잖아요. 그런데 당한 여자는 절대로 말을 하지 못합니다. "나는 저 사람에게 당했다"라고 말할 수 없어요. 당한 여자는 당 조직이나 보위부에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그럼 너는 누가 저녁에 화장실에 가라고 했어?" "너 그러면 2~3명 같이 갔어야지"라고 하면서 그 여자보고 뭐라고 해요. 그래서 말을 하지 못합니다.
북한은 2017년 유엔여성차별 철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강간죄로 처벌받은 건수는 2015년 5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북한의 이러한 발표가 탈북 여성들이 외부 사회에서 하는 증언과는 절대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 내부에 만연된 성범죄를 북한 당국이 제대로 반영했는가 하는 의문이 높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와 북한 인권단체들은 북한군 여성들이 당하는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비판하고 있고, 그들의 인권이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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