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실질적 비핵화 대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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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습니다. 그 역사적인 순간을 다시 짚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총평부터 들어보죠.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읽어보셨을 텐데요.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의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미북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공동성명에 서명했습니다. 공동성명은 1항에서 미북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항에서 미북이 한반도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며, 3항에서는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 대신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추진’이라는 다소 밋밋한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표현이나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이 매우 “포괄적인” 합의문이며 “우리는 계속해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전에 청취자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랬던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가지 평가가 가능하지만 김정은의 말 속에 분명하게 담겨 있는 뜻은 북한이 그동안 미국에 대하여 잘못 판단하고 잘못한 행동들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였다는 점입니다. 선대들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을 잘못 평가하였다는 뜻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는 말입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로서는 하늘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김정은의 자기반성 같은 발언이었습니다.

이번 회담을 평가한다면, 6.25 전쟁이 끝난 후 65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미북 정상이 만나 양측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세계 앞에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말에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듯이 한 번의 회담을 통하여 모든 것을 풀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과 세계는 북한이 실행하겠다고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지켜볼 것입니다.

박성우: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트럼프 대통령은 ‘워게임’(war game)을 중단한다는 식의 말을 했는데요. 워게임은 한미 군사훈련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봐야할까요?

고영환: 정상회담 직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며 미국과 북한이 "협상하는 상황에서 워 게임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북한과 선의의 협상을 하는 동안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기는 합니다. 워게임은 말 그대로 번역하면 전쟁놀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군사 훈련을 일컫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발언에 대하여 미국 NBC 방송은 "펜스 부통령실 관계자가 한미 간 통상적 준비태세의 훈련은 계속하되 매년 두 차례 하는 군사훈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 군사훈련은 북한을 반대하는 전쟁책동이며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해 왔습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한미 군사훈련이 전쟁 소동이라고 하는 북한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하였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군사연습 중단 발언에 대하여 로버트 워크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13일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의 실질적이고 확실한 양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것(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언급)은 북한의 어떠한 양보나 조건에 대한 기대가 없는 꽤 큰 양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김정은에게 성의를 표시하기 위하여, 비록 ‘미북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하였지만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을 해 봅니다.

박성우: 덩달아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한 설명을 기자들에게 하는 자리에서 "북한 체제 보장 내용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사실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 내내 펼쳤던 주장이다. 주한미군을 돌아오게 하고 싶다. 언젠가 그렇게 하길 원한다. 그러나 지금은 주한 미군을 철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기자회견 이후 있었던 다른 회견들에서도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미북 정상회담 의제가 아니었다"며 당장의 감축 또는 철수가 없을 것이라고 주한미군 철수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트럼프의 일방적 주한미군 철수 발언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지난 13일 미국 상원에서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은 이날 미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 철수가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국의 안보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지 않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국에서 병력을 철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저는 주한미군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더 나아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의하여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입법부와 행정부 등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나라여서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자기 마음대로 철수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다만 북한이 완전무결한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규모가 축소되거나 철수할 수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박성우: 앞으로 후속 회담이 열릴 텐데요. 미국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계속 북한과의 협상을 담당하기로 했죠. 북한에선 지금까지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협상장에 나왔는데요. 앞으로는 누가 나서게 될까요?

고영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2일 정상회담에서 빠른 시일 내에 미북 고위급 대화를 하기로 합의한 만큼 후속 회담이 신속하게 열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국 측 협상 대표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결정되었으나, 그와 대화를 할 북한 측 고위간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폼페이오 장관이 그 동안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과 대화를 하였지만 향후에는 폼페이오의 상대로 이수용 당 국제담당부위원장이 나설지, 아니면 이용호 외무상이 나설지, 그도 아니면 김영철 부위원장이 계속 대화를 이끌 것인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북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제적인 대화를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회담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를 향한 시작이었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앞으로 많은 중대한 일들이 한반도에서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에 지속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