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미 대화 제의 ‘무반응’ 북,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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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북한 매체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핵물질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언제 이곳을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는데요. 이와 관련해 미 백악관은 북한의 비핵화는 여전히 미국의 대북 정책이라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오늘은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향후 미북대화 가능성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진행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핵물질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 했습니다. 먼저 이 소식 정리해 주시죠.

[ 김성렬]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9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핵물질 생산 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하고 핵물질 생산 현황과 향후 계획, 2025년 핵무기 연구소의 목표 등을 직접 파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문 날짜는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지도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는 현재의 위협과 새롭고 전망적인 안보위험성에 대비하고 국가의 주권, 이익, 발전권을 담보하려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고 핵무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이번 현지 지도에는 당 중앙위원회 홍승무 제1부부장과 핵 관련 부문의 지도 간부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방문한 장소는 작년 9월에 공개된 핵물질 농축 시설과 동일한 곳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행보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지 6일 만에 나온 것입니다. 북한이 당분간 대화에 응하지 않고 핵무력 강화를 지속하며 대치 국면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 진행자] 김 총비서가 핵시설에 방문한 것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했죠?

[ 김성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8일 밝혔습니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휴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였으며, 그는 강인함과 외교를 조합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사상 첫 미북 정상급에서의 공약을 만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취임 첫 날인 20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표현했고, 또 23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김정은 총비서를 "똑똑한 남자"라고 발언한 후 나온 내용이여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북한의 반응이 없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미국이 대북압박 수위를 높이는 차원에서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 3항, 즉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공약한다'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상기시킨 것으로 해석됩니다.

[ 진행자] 미 백악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정책을 재확인했고 김정은 총비서는 핵시설을 방문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각각의 속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김성렬]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최근 북한을 '핵능력(Nuclear Power)' 국가로 지칭한 후 불과 며칠 만에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이 현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와 같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지난 26일 순항미사일 발사와 김정은 총비서의 핵 물질 생산 기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 후 나온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현지지도에서 "국가의 압도적인 핵전력 강화를 증산 실적으로 추동하라"고 주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전했습니다. 2019년 하노이 미북협상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북한이 핵 무력 증강을 통한 대미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순항미사일 발사는 도발 수위를 낮추면서도 올해 첫 한미연합훈련인 '쌍매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정책방향이 북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지난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화상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에 핵군축과 관련해 '비핵화' 가능성을 언급했죠. 전세계의 핵 군축을 위한 '다자안보협력'의 정책기조를 보여주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한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는데, 이는 대북압박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합니다.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 정책연구소 부소장이 주장한 바와 같이 미국은 북한과 대화에 앞서 한미연합훈련의 일시적 중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 국가안보 부보좌관 알렉스 웡, 백악관 부비서실장 월리엄 보 해리슨 등 대북협상 실무자들이 북한과 대화를 위한 접촉에 나설 것으로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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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미북 정상회담의 가능성과 그 시기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 김성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똑똑한(smart) 사람'이라며 "그와 다시 연락을 취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북한에 대해 특별임무를 맡은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가 북한과 대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대북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놓고 김정은 총비서는 지금 러시아로부터 모든 것을 얻었기 때문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발언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 미국 대북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8년의 상황을 반추해 볼 때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선제적으로 폭파하며 비핵화 의지를 보였습니다. 미국의 소극적인 반응에 북한은 지난 2018년 6월 1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워싱턴으로 파견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예정된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했죠. 북한은 현재 상황이 역전되었다고 보고, 협상을 위해 미국이 한미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중단하는 것에 준하는 상응조치를 취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의 조기대선과 러-우 전쟁의 휴전 또는 종전이 맞물리는 시점에 정상회담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상반기 이후에 전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한이 당 중앙위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특대형 사건'이 언급됐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김성렬] 노동신문은 29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가 지난 2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가 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노동당 비서국 확대회의에서는 남포시 온천군 당 위원회 간부들의 당규율 위반 행위에 대한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요해 자료 통보, 당중앙위원회 규율조사부의 자료 보고가 진행됐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 내용에서 '음주 접대'를 받은 40여 명의 남포시 온천군 당 간부와 주민들의 이익·재산을 침해한 자강도 우시군 농업감찰기관 감찰원들에 대해 "엄정한 처리"를 지시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연설에서 "지방의 세도군, 관료배들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당과 인민 사이의 성스러운 단결의 성새를 허물려 하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 당에, 우리 인민에게, 우리 제도와 우리 법권에 추호도 용서할 수 없는 특대형 범죄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간부들의 비위 행위가 경제 분야의 성과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가 지난 2021년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마지막 해로, 이 성과를 2026년 1월로 예상되는 제9차 당대회에서 과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방발전20×10정책'을 포함한 당면 과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고삐를 죄는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 진행자]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지만 북한은 아직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향후 미북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 추이를 지켜봐야 겠습니다.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