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국의 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 취임했습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북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해석할 수 있는 ‘nuclear power’로 지칭해 한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했죠. 먼저 이 내용 정리해주시죠.
[김성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0일 워싱턴 DC 의사당 내 중앙홀 로툰다에서 열린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라고 말하며 '트럼프 2기 개막'을 알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분간 이어진 취임 연설에서 정부 신뢰의 위기, 급진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층,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 불법 이민자 범죄, 부실한 재난 대처 시스템 등 미국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지금부터 미국의 쇠퇴는 끝날 것"이라며 "미국 시민들에게 2025년 1월 20일은 해방의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저는 역사적인 행정 명령을 연이어 발표할 것이고, 이를 통해 미국의 완전한 회복과 상식 혁명을 시작할 것"이라며 '아메리카 퍼스트'를 근간으로 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했습니다. 이날 취임식은 혹한의 날씨 탓에 1985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이후 40년 만에 실내에서 진행됐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 주요 인사,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아마존, 메타, 테슬라를 포함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등 내외빈 600여 명이 초대됐습니다.
[진행자]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으로 지칭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으로 봐야할까요?
[김성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언급하며 "사람들은 그를 엄청난 위협으로 봤고 이제 그는 핵 능력(nuclear power)을 보유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 능력'이라는 표현은 국제 규범인 핵 확산금지조약(NPT)에서 명시한 '핵보유국(Nuclear Weapons State)'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상(de facto)의 핵무기와 핵무기 운반체를 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핵확산금지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핵 보유국'은 국제사회와 규범(de jure)에 의해 공식적으로 핵 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을 의미합니다. 핵 보유국가들은 핵 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해서 규정을 지켜야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적인 사찰을 받아야 하고,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지켜야 하며, 핵 기술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사용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을 비공식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지난 4년간 북한의 핵기술은 핵무기의 양적 증가를 의미하는 수평적 확장과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의미하는 수직적 확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향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핵동결 후 핵 군축을 위해 협상에 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지난 15일 청문회에서 밝혔지만 트럼프 2기 외교안보팀은 경제제재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실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핵군축을 위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미국의 외교안보 진용도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데요. 미국의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과 이들이 향후 추진할 수 있는 대북 정책,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김성렬]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21일 처음 열린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 협의체) 회의 공동성명에서 종전에는 들어 있던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쿼드 정상회의나 외교장관 회의 뒤 나온 공동성명에는 빠짐없이 들어갔던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 관련 언급은 이례적으로 빠진 것이죠. 앞서 지난 14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가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했고,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이 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청문회에서 "40대 독재자 김정은에게 핵무기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 정책" 이며 "어떤 제재도 그가 (핵)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외교안보에서 핵심 인사라고 볼 수 있는 피트 헤그세스와 마르코 루비오의 발언을 놓고 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주류의 대북 인식이 북한 비핵화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쪽으로 굳어지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은 거래주의적 입장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는데 핵 군축과 경제제재 해제를 놓고 단계적이면서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영변 플러스 알파 대 경제제재의 전부 해제'라는 접근방식 보다는 '영변 핵시설 동결 및 핵 연구소 해체와 민생 경제 관련 6개의 경제 제재 해제'가 이행이 되고 미북 간 신뢰구축이 어느정도 형성이 되면 다음 단계의 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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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북한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한국 및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성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하며 '핵무장론'을 강조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지금, 우리의 선택지는 분명하다"며 "이제는 핵 균형 전략,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방미 중인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련 발언을 언급하면서 "남은 건 남북 핵 균형 정책을 현실화해 북핵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며 핵무장론을 언급했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한반도 위기를 완화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교류,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된 북미대화 재개 의지를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적 차원에서의 반응은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이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국제사회와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통일부도 "한미 양국은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한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진행자]북한의 반응도 궁금해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 마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안부를 묻는 등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대미 정책을 추진할까요?
[김성렬]북한은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사실을 간단하게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선거에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내용만 전했습니다. 앞서 조철수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 보유국 발언에 대해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았죠. 다만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수용할지가 주목되는데 북한은 현재 군사적인 지원을 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종전 방안을 제시하고 전쟁이 종식되면 러북관계가 느슨해지면서 북한도 미국과 대화를 고려해 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주목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향한 '화법'인데요, 국가 대 국가의 관계보다는 개인의 성향과 인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필요한 이익을 취하는 일종의 '거래적 외교' 또는 '구성주의적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규범을 강조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 방식과는 달리 톱다운 방식을 취하는 개인적인 접근이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도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대화의 의지는 있지만 미국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완성되지 않은 가운데 앞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4년 안에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느 수준까지 풀어볼 것인지를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진행자]미국 신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언제쯤 구체화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국 정부도 향후 미북 정상회담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국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성렬]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