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이 14일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북한도 소규모 선수단을 꾸려 대회에 나섰는데요. 오늘은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북한팀의 이모저모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교수님. 북한이 소규모 대표단을 꾸려서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는데요. 이 내용 먼저 정리해주시죠.
[김성렬]북한이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북한은피겨 페어의 렴대옥(25)-한금철(25) 조와 남자 싱글의 노영명(24)등 3명을 출전 선수명단에 올렸습니다. 지난 대회인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당시 피겨 2명과 쇼트트랙 7명의 선수를 파견한 것보다 작은 규모입니다. 이번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은 피겨스케이팅 페어 국가대표 렴대옥과 한금철의 활약으로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한금철은 "우리 경기를 보면서 열렬히 응원해주고 힘과 용기를 준 중국의 벗들에게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고, 렴대옥은 "우리를 많이 고무해주고 대회 기간 응원해준 것에 관해 하얼빈, 중국 인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건 2003 아오모리 대회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 이어 22년 만입니다.
북 , 소규모 대표단 꾸려 메달 획득 가능성 집중
[진행자]이번에 북한은 피겨 종목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꾸렸는데요. 다른 종목에 출전할 여력이 없는 것일까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성렬]북한이 7일 개막하는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피겨 선수만 3명을 출전시켰습니다. 지난 대회인 2018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피겨 영웅' 렴대옥(25)을 앞세워 대내외 과시 효과를 또 한 번 노리는 모습입니다. 직전 대회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피겨와 쇼트트랙 7명을 파견했지만 이번 대회에는 그에 절반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대회엔 51명, 2007년 중국 장춘 대회엔 66명,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엔 32명을 파견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 소규모 선수단 파견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우선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선수단을 꾸린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에서 '국위선양'과 '국익수호'의 원칙에 따라 대내외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라는 지침을 내놓았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 즉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으로 평가합니다. 다른 종목에 출전을 보류한 것은 그만큼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 배경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봉쇄가 한동안 지속되었고, 해외 전지훈련이 막혀 경기 역량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북한의 성적은 어땠나요?
[김성렬]북한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첫 메달을 땄습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한금철 조가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두 선수는 12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대회 피겨 스케이팅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112.20점을 받았습니다. 렴대옥-한금철 조는 쇼트프로그램 점수 56.68점을 합한 최종 총점 168.88점으로 우즈베키스탄의 176.43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렴대옥은 연기가 끝난 뒤 오른손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기쁨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두 선수를 지도하는 김현선 코치는 북한 관계자와 얼싸안으며 좋아했습니다. 일본은 168.35점으로 동메달을 땄습니다. 북한은 2011 아스타나·알마티 대회부터 피겨 페어 3개 대회 연속 메달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2011년 리지향-태원혁 조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렴대옥-김주식 조가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렴대옥은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습니다. 한편 한국은 총 228명의 선수단이 6개의 전 종목에 출전해 폐막 직전인 14일 오전을 기준으로 금메달 15개, 은메달 14개, 메달 13개로 종합 2위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번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주목했던 것은 렴대옥과 한금철이 기자회견에서 밝히 수상 소감인데 두 선수 모두 "중국의 벗들"과 "중국 인민"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으로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던 측면이 있는데,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 '과격 반응', '적대적 두국가' 영향 커
[진행자]북한이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북한 대표단이 한국 측 언론에 다소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김성렬]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관계자들이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지난 6일, 북한 피겨 스케이팅 대표팀 김현선 코치와 북한올림픽위원회 관계자 두 명은 중국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을 방문했죠. 이들은 대회 조직위원회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던 중 한국 취재진이 다가오자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특히, 북한올림픽위원회 한 남성은 대회를 앞두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치워라"라며 반말로 응답했고, 이어 "바쁘니까 후에 말하자"라며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김현선 코치와 또 다른 북한올림픽위원회 관계자는 별다른 대답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렴대옥과 한금철의 수상 소감 기자회견에서도 한 북한 관계자는 한국 취재진에게 "저리 비켜라"라며 인상을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북한 선수단이 해외에 나와서 한국취재진에게 다소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해외 파견 감시 요원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입니다. 언행을 조심하지 않으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처벌받을 수 있죠. 적국으로 규정한 한국 취재진과 부적절한 인터뷰를 했을 경우 선수 생활이 끝이라고 보면 됩니다. 북한이 2024년 초부터 한반도를 '적대적 두 국가 또는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했고, 한류문화를 접할 수 없도록 법제도를 강화했기 때문에 북한 선수단의 반응은 이를 방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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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북한이 코로나가 잠잠해진 이후 여러 국제 운동경기 대회에 복귀했습니다. 북한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같은 국제 대회에 잘 참가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김성렬]북한은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 선수단을 구성해 참가해왔습니다. 최근의 행보를 보면 지난 11월,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대회에 참여한 북한 선수단은 2008년, 2016년에 이어 8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컵을 안았죠. 또 지난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걸었던 김금영은, 탁구 아시아선수권대회선 북한 최초로 단식부문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인도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연맹 아시아 태권도선수권대회에선 금메달 76개를 포함해 모두 100여 개의 메달을 따내 태권도 종주국의 면모를 과시했죠. 국제무대에서 승전보는 2024년 연말까지 이어졌는데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역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6개를 포함 총 45개의 메달을 따냈습니다. 앞으로 북한은 각종 국제대회에 참석은 하지만 특정한 종목을 선택하여 선수단을 구성해 참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태권도, 여자축구, 탁구, 피겨페어 등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종목에 집중하여 역량을 강화시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할 것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첫번째는 여타 다른 국가들과 같이 모든 종목의 선수들을 양성할 수 있는 경제적 교육적 지원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시, 도 단위 체육단이 있고, 각 단위에서 경쟁하여 결국 국가대표선수로 선발이 되는데 선수가 뛰어나다고 해도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면 중간에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종목과 이에 대한 선별지원을 통해 선수를 양성하고 국제무대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두번째는 스포츠를 통한 가시적인 성과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업적으로 국내외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2년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하면서 지금까지 핵무기 외에 다른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 사례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평양주민들에게만 알려졌지, 지방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특정분야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는 통치 명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국제운동경기 참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진행자]네. 오늘도 잘 들었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성렬]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