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이 북핵 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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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을 짚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서로가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는데요. 액수가 어마어마합니다. 용어가 좀 어렵죠.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좀 쉽게 설명을 해 주시죠. 양측은 서로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 건가요?

고영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이 전면화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6일 미국 정부는 일차적으로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하고 이를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관세폭탄 부과로 미국이 높은 관세를 물리기로 한 중국 제품 규모는 총 2500억 달러입니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총 5050억 달러의 중국산 상품을 수입하였는데, 그 규모의 절반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라고 한 것입니다.

미국이 지난 6일 관세폭탄을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하여 같은 규모로 대응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1차에 이어 관세폭탄 규모를 4배로 확대한 것이고요.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유보하고 있는 3000억 달러어치가 있다"며 관세폭탄 규모를 중국 제품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취하고 있는 고율의 관세 부과 품목은 첨단 기술 제품과 생활필수품들이고, 중국이 맞대응하고 있는 관세 부과 제품은 주로 콩, 과일 등 농산물입니다.

흔히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할 때는 자신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관세, 즉 국경 통과비를 받습니다. 그러나 현세대에 들어오면서 국경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나라들 사이의 관계가 발전하며 무역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많은 나라들이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왔습니다. 그런 세계적 추세를 깨고 미국이 중국 상품들에 대하여 높은 관세를 물라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는 경우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이나 유럽산보다 수출 가격이 높아져 미국에서 팔리지 못하고, 반대로 미국산 제품도 중국에서 값이 비싸지면서 팔리지 않는 현상들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하는 것처럼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추가적으로 물린다는 위협이 현실화되는 경우, 중국은 세계 최대 중국상품 시장인 미국을 잃게 되며, 이 경우 중국 경제는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박성우: 결국 본질은 패권경쟁이라는 해석이 있던데요. 어찌 보시는지요?

고영환: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전쟁은 무역전쟁을 넘어 둘 사이의 패권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다시 말하여 중국의 경제 구조를 최첨단 기술 위주로 개편하여 미국 경제를 따라잡고 미국 경제를 추월하려고 하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여 세계 최고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유지하려는 미국 사이의 충돌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이 발표한 대중국 관세 부과 대상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고관세 부과 제품들은 주로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 등 첨단기술 제품들이며, 이 중 대다수 제품이 첨단산업 육성 계획인 ‘중국제조 2025’와 직접 연결되는 것들입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의 산업발전 전략이며 과거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이루어 온 중국의 양적인 경제 성장을 질적인 면으로 전환시켜서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한국 같은 현대적인 제조 강대국이 되어 종당에는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이런 계획에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북핵 문제, 남중국해 문제, 대만 문제 등 정치군사 측면에서 중국과 긴장 관계를 형성해온 미국은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 같은 지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위협에 일단 중국도 일단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시킨다는 ‘중국 꿈’을 실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중국 꿈’을 이루는데 첨단기술 확보는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미중이 맞붙는다면 무역 구조상, 그리고 기술 격차상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4%인 반면, 중국의 수출 중 미국 비중은 18.9%였습니다. 중국이 훨씬 더 큰 타격을 받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경우 중국 경제는 급락하며, 이것이 또다시 중국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무역전쟁은 휘발성이 매우 큰 사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미중 간의 갈등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물론 있겠지요.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는 문제는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인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미중 사이에 무역전쟁이 불붙으면서 북핵 문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올해에만 중국에 세 번이나 가면서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패권경쟁에서 북한을 하나의 외교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우려를 전문가들이 해 왔는데, 그 우려가 현실화되는 느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위터, 즉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중국은 무역에 대한 우리의 태도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길 바란다”고 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8일 “중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이뤄진 회담을 미중 무역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미국으로부터 무역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의 비핵화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인식인 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공화국 창건 70주년을 맞는 올해 9월경에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여 북중관계를 발전시킨다고 하면서 미국에 중국의 도움 없이 북한 핵무기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미중 사이의 싸움에서 중국이 북한을 우군으로 만들면서 외교적 카드로 북한을 활용하고, 그래서 결국은 북한만 이득을 보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미중 사이의 패권경쟁의 일부이며, 따라서 중국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 문제도 해결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만일 북한이 두 마리의 고래 사이에서 작은 이득을 취하려 하다가 두 마리의 고래 사이에 끼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짧게 하나 더 여쭤보죠. 요즘 자주 등장하는 말이 ‘중국 배후론’입니다. 북한 뒤에 중국이 서서 비핵화 협상을 간섭하는 걸로 보인다는 주장인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종국적으로는 중국도 북한의 핵무장화를 적극적으로 반대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당면한 속내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진행 중이고,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여러 문제에서 미중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만큼 우선은 북한의 김정은을 품에 안고 미국과의 싸움에서 북한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봅니다. 둘째로는 북한을 중국의 영향력 안에 가두고 있으므로 하여 한국에 의한 통일을 반대하고 통일로 인해 한미 연합군이 압록강가에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속내도 있다고 봅니다.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은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을 파기하여 미국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한반도 전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유지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핵 문제의 해법 찾기가 한동안 잘 진척되는가 싶더니 요즘 속도가 좀 느려졌지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핵 문제의 이면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