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인 가운데 북한은 9.9절 행사 준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날씨 이야기 좀 해 보죠. 북한도 요즘 무척 덥죠. 북측 주민들이 어떻게 여름을 나고 있는지, 그 모습을 소개하는 남측 언론 보도가 최근 들어 자주 보이는데요. 아마 위원님도 관심 갖고 보셨을 것 같습니다. 무슨 생각 하셨나요?
고영환: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온 지 27년이 지났습니다. 서울에 온 후 1994년도에 무척이나 더웠는데 올해는 그때보다 더 더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한만 더운 게 아니라 북한도 전례 없는 무더위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북한 기상수문국은 “지난 7월 하순부터 기온이 35도 이상, 최고 40도를 넘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하였고 많은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여러 날 동안 전반적 지역에서 고온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도 알렸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일 "혹심한 고온과 가뭄으로 황해남북도를 비롯한 각지의 농촌들에서 논벼, 강냉이 등 농작물이 피해를 보기 시작하였다"며 "고온과 가뭄과의 투쟁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 총집중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과 중앙텔레비전 기사와 보도를 보면 북한의 인민 거의 모두가 가뭄과의 투쟁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집에 가만히 있어도 뜨거운 이 더위에 강냉이 등 밭작물과 논에 물을 주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제가 북한 외교부에서 일할 때 이렇게 가물 때면 매주 금, 토, 일요일 연속 삼일을 논과 밭에 나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해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북한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주민들의 문수물놀이장 물놀이 장면, 식당에서 주민들이 단고기를 먹는 장면들을 보면 한결 마음이 놓이긴 합니다. 아무쪼록 북한 인민들이 이 무더위를 건강하게 보내주셨으면 하는 게 저의 간절한 마음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도 무척 더웠던 모양입니다. 현지 시찰 중 상의를 벗고 흰색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이 북측 언론에 소개됐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남방셔츠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현지지도를 하는 장면이 북한 신문과 방송을 통해 지난 8일 보도됐습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황해남도 금산포 젓갈 가공품 공장을 방문한 소식과 사진을 공개하였는데, 사진을 보면 김정은은 상의를 벗어 부인에게 맡기고 하얀색 속옷 차림으로 제품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인민과 군대를 위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선전 당국의 의도가 보이는 장면입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보면서 이전에 김일성 주석 생전에 그가 농립모를 쓰고 흰옷을 입고 다니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북한 인민들 역시 저처럼 김정은의 흰색 속옷 차림을 보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였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무척이나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6월 말부터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 강원도, 평양, 황해남도 지역들을 현지지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 달 안으로 다가온 공화국 창건 70주년을 성과적으로 맞이하자고 전체 간부들과 주민들을 독려하기 위한 행보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른바 9.9절은 다가오는데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북한 경제도 재기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이런 정세를 두고 보기만 하다가는 체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김정은 자신이 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짧게 언급하셨지만, 요즘 북한에선 9.9절 행사를 준비한다고 매우 바쁘다고 하죠. 이번 9.9절 행사에선 뭘 주목하면 될까요?
고영환: 이른바 ‘공화국 창건 기념일’인 9월 9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북한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외국 축하 대표단 초청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평양에서는 10만여 명이 참여하는 아리랑 축전을 '빛나는 조국'으로 이름을 바꾸어 9월 9일부터 20여 일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집단 체조를 연계한 관광 상품도 대대적으로 꾸려서 9월 9일을 전후하여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으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평양의 미림 비행장에서는 대규모 열병식 준비도 한창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해 9.9절은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큰 정치적 행사로 치러질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외교적 측면에서 보면 북한 지도부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도 성과를 내야하고, 가능하면 70주년 명절 전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을 해서 북한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이 북한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9.9절 행사도 잘 치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초부터 대남, 대미, 대중 외교를 통하여 외교적 공세에 나섰던 김정은 위원장이 9.9절까지 가시적인 대외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북한의 당정군 간부들과 인민들 속에서는 올해 들어 북한이 요란하게 벌인 외교의 결과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고, 이는 김정은 체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한 내부에서의 성과 거두기도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입니다. 김정은 집권 후 7년 동안 북한은 ‘핵 강국’, ‘전략적 국가’로 발돋움하였다고 선전하였는데, 인민생활은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핵 강국 건설을 완성시켰으니 이제부터 경제건설에 매진하여 인민생활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김정은이 말했지만, 경제와 인민의 의식주 생활은 호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이 핵을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닙니다. 빵이 없어서 붕괴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전 세계에 약속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여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경제입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평양에서 열릴 9.9절 행사에 참석할 것인지도 관심사입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올해 초를 대남 외교 공세로 시작한 김정은 위원장은 외교적 관례를 깨고 올해 초에만 세 차례나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을 ‘대국 같지도 않은 나라’이니, ‘주제넘은 행동을 하고 있다’라느니,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고 있다’라느니 하면서 공격하던 사람이 김정은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석 달 동안 무려 세 번이나 중국을 방문하면서 ‘피로써 맺은 전우’니 ‘혁명의 참모부를 같이 쓰는 동지관계’라느니 하면서 중국을 한껏 치켜세운 사람이 바로 김정은 위원장이었습니다.
문제는 김정은이 중국에 올해 세 번이나 갔으니 과연 언제 시진핑 중국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외교는 호상성입니다. 한쪽이 세 번이나 갔는데 다른 한쪽은 한 번도 오지 않는다면 이는 외교관례상 결례로 됩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세 차례 정상회담에서 북중 우호를 강조하면서 호상교류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시진핑 중국 주석의 올해 평양 방문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북한에게 최고의 성과이자 그림은 시진핑 주석이 이른바 ‘북한 공화국 창건 기념일’에 맞추어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과 만나게 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 북한을 방문한 중국 간부 중 최고위급은 201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경축 열병식 당시 주석단에서 김 위원장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던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입니다. 김정은 집권 후 중국 수반이 아직 한 번도 평양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김정은으로서는 기분이 상하는 노릇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시진핑 주석이 올해 9.9절을 맞으며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도 격려하고 북중이 단결하여 미국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박성우: 시진핑 주석이 9월 9일을 전후로 평양을 방문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9.9절 70주년 행사 준비로 요즘 북한 주민들 상당히 바쁠 것 같은데요. 위원님의 희망대로, 주민들이 무더운 여름을 별 탈 없이 잘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