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줄타기 외교 위험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에 앞서 열린 핵심 참모들과의 북한 관련 회의 사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에 앞서 열린 핵심 참모들과의 북한 관련 회의 사진. (사진 -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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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이 취소됐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을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했습니다. 우선, 그 이유와 배경을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8월 27일부터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토의하게 하려 하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의 방문을 지난 8월 24일 전격 취소하였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논설위원격인 조시 로긴은 지난 8월 27일자 칼럼, 즉 논설에서 지난 24일 오전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비밀 편지를 보냈으며, 이 편지를 받은 폼페이오 장관은 곧바로 백악관으로 가 김영철의 편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줬다고 밝혔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이 편지를 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북은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을 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을 취소시켰다는 것입니다.

로긴은 "편지 내용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방북 취소 결정이 내려질 만큼 적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와 관련하여 미국 CNN 방송은 김영철의 편지에 "비핵화 협상이 다시 위기에 처해 있으며 허물어질 수도 있다.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란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은 선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미국은 선 비핵화를 선언하라는 것으로 충돌’했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이 취소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다시 말해 종전선언과 핵무기 명단 제출의 우선순위에 대한 미북 간 이견이 원인이 됐다는 것입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는 측면에서 볼 때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를 포기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 핵물질 및 핵무기 신고를 계속하여 미루는 등 머뭇거리거나 뒤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확신이 생기는 경우에는 미국이 6.12 싱가포르 회담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미국과 북한은 씨름에서의 ‘샅바 싸움’과 같이 서로 기선을 먼저 잡으려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박성우: 하나 더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중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점인데요. 이건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지난 8월 24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취소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 중 하나로 무역 전쟁의 상대방인 중국의 비협조를 꼽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연기시키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점과 “중국에 대한 우리의 더욱 터프해진(강경해진) 무역 입장 때문에 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가고 싶어 하지만, 중국과 무역 관계가 해결된 뒤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24일에 미북 정상회담을 갑작스레 취소하며 한 차례 미북 회담의 판을 뒤흔든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북 회담을 취소하면서 내걸었던 그의 요구는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편지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취소 결정 후 8시간여 지난 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반성문 같은 사과를 하였고, 그래서 예정대로 6.12 정상회담이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정리될 때까지’라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습니다.

미중 사이의 무역 전쟁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미중 양국은 지난 8월 22일과 23일 워싱턴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차기 회담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대화를 끝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3일 백악관에서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나 “우리가 오랫동안 중국을 집중해서 제대로 보지 않았다”며 중국을 견제할 의도가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은 미국 국내에서 지지를 받고 있고 미국 경제는 호황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해결한 후에 북핵 문제를 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미중 무역 문제의 해결이 우선이고 북핵 문제는 차순위라는 뜻입니다. 저는 북한 문제, 북핵 문제는 단순히 미북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의 하위 문제일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북핵 문제보다 우선 순위로 놓고 있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그만큼 뒤로 밀리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좀 더 여쭤보겠습니다. 겉모습만 보자면, 마치 중국이 북한 편에 서서 미국과 상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중국은 북한 편이라고 보면 되나요?

고영환: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도 그래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맞서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에 대항하는 외교적 수단이 많을수록 좋을 것입니다. 중국 지도부에 있어서 북한은 주요한 반미 카드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미국이 중국 경제, 중국 무역에 압력을 계속하여 가한다면 중국은 북한을 감싸 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면 중국은 북한과의 무역을 강화하여 국제 제재에 시달리는 북한에 원유와 식량, 피복과 비료 등을 공급하면서 북한 경제를 살려주고 북한이 미국에 대항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하여 북한 핵무기에 눈을 감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 북한 편을 노골적으로 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매해 미국에 5천억 달러 이상의 상품을 수출합니다. 만일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장애를 조성하고 북한을 키워 미국에 상대하게 만드는 경우 미국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에 상품을 수출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런 경우 중국 경제는 붕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에 아무리 귀하다고 하더라도 중국 국가나 중국 인민, 중국 경제보다 더 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는 중국이 마냥 북한 편만 들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박성우: 김정은 정권의 입장은 뭔가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고영환: 김일성 전 주석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이면서 국익을 최대화하는 전력을 썼습니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할아버지처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고, 이것이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약효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줄타기 외교는 강대국 사이에 있는 약소국가들이 흔히 쓰는 외교 전술입니다. 그러나 줄타기 외교의 결점은 가장 중요할 때 진심으로 자기편을 드는 강대국이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줄타기 외교로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비핵화를 하여 미국, 중국과 다 같이 사이 좋게 지내는 외교를 전개하였으면 합니다. 이것이 북한과 북한 인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가 9.9절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복잡한 상황에 처한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속에서 북한이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