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어떤 의제가 논의될 것인지가 관심사인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 수석대표로 8월 5일 평양에 다녀온 정의용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6일 방북 결과를 기자들에게 발표했습니다.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정의용 실장은 오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3차 정상회담에서는 정의용 실장이 밝힌 것처럼 북한 비핵화 방안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판문점 선언 이행 방안이 큰 축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북한 비핵화입니다. 이 문제가 풀리기 전에는 미북관계도, 남북관계도 순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는 듯했던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은 현재까지 양국 사이의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비핵화 조치의 선행 조건으로 종전선언을 요구해 온 북한과 핵물질, 핵무기 신고 등의 실질적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의 대치가 지속되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양쪽의 입장을 절충하는 중재안을 내며 미북의 간극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비핵화 문제와 함께 남과 북의 협력 방안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이 그동안 얼마나 진전을 이루었는지를 점검하고 실현 속도를 높이기 위한 향후 협력 방안이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관련하여 남과 북은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개소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 외에 남북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통한 관계 개선 방안 등도 폭넓게 거론될 전망입니다.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경제협력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경제 문제, 이산가족 상봉 및 공동 행사 추진 등 민간 교류의 활성화 문제 역시 남북 정상회담 책상 위에 의제로 놓일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비핵화입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 사이의 평화 정착과 경제 협력의 선결 조건이라는 점을 김정은에게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고 전 한반도에서 평화를 구축하며 남북의 경제 협력, 북한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성우: 정의용 특사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이야기한 것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은 비핵화 시점입니다.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 수석대표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에게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신뢰의 기반 아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 간 70년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기자들에게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021년 1월에 끝나니 2021년 1월 전에 북한의 비핵화를 끝내겠다는 게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라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길에서 첫 번째 관문인 올해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와 트럼프의 재선 여부가 걸린 2020년 11월 대선에서 북핵 문제의 진전을 외교 성과로 내세울 수 있기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을 의식한 김정은의 발언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미 한 번 만나서 어느 정도 신뢰를 쌓았고 그 신뢰 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에 맞추어 북한의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입니다.
김정은이 말한 북한 핵무기 폐기 시점까지는 불과 2년 반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북핵 신고 명단도 제출되지 않았는데, 신고하고 사찰하고 폐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해 핵 문제 전문가들은 일단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핵 문제 전문가인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결국 비핵화 기간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검증하느냐가 관건인데, 핵무기와 핵물질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북핵 폐기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북한 비핵화의 노정표를 그리고 쌍방이 합의하며 검증하는 방법과 북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들인 종전선언, 미북 평화협정, 미북 수교, 유엔 제재 완화 및 해제 등 문제들을 이행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지도자가 의지만 있으면 2년 반 동안에 북한 핵무기 폐기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이번 남측 특사단 방북 결과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없다"고 밝힌 데 대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는 비핵화를 함께 해낼 것이다!"라고 느낌표까지 찍으며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나오기 바로 전날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이 최근 미북 협상에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그럴 때일수록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인도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정은이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달성을 위해 한 약속을 충족하려면 "할 일이 여전히 산적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그동안 핵무기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전략적인 전환을 위한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습니다.
미국 측 반응은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해야겠지만 제 느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대화의 큰 선을 그어주고 폼페이오 등 관료들은 북한을 압박하고 어르면서 비핵화 과정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죠. 이번에도 2박 3일 일정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 때와 같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도 2박 3일 일정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2박 3일로 이뤄지는 가장 큰 이유는 남북 정상의 평양 회담, 혹은 아직 실현되지는 못했으나 서울 회담 등이 성사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평양이 판문점처럼 남북 모두 비교적 오가기 쉬운 곳이 아니고, 하루나 이틀만 머무르다 오기에는 너무나도 남과 북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지난 6일 기자들에게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할 것 같았으면 판문점에서 하지 굳이 평양에 가겠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공식 환영식과 오찬, 만찬, 문화공연, 회담, 합의문 도출을 이루려면 2박 3일도 짧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에서 경의선 철도 연결 등 남북 간 경제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한 만큼 9월 방북 시 북한의 철도 등 산업 현장을 방문할 수도 있어 2박 3일 일정이 더 빠듯할 수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 문제, 유엔 제재 문제, 남북 평화정착 및 군사적 신뢰 관계 구축 문제, 경제협력 문제 등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한 달도 모자랄 수 있습니다. 핵심은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입니다.
박성우: 이제 남북 두 정상은 세 번째 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위원님이 지적하신 대로, 최우선 과제는 비핵화 진척 방안을 찾는 거죠. 그래야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한반도 상황이 “올해 말까지” 진도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