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제2차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북한의 9.9절 행사가 생각보다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그 의미부터 살펴보는 게 향후 한반도 정국을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북한이 9.9절 행사를 예상보다 조용히 치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북한이 지난 9월 9일 열병식 등 여러 정치적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행사는 9일 오전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던 북한 정권 수립 기념 70주년 열병식이었습니다. 군대 병력 1만 2000여명을 동원해서 1시간 40분간 진행한 이날 열병식에는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넣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300㎜ 신형 방사포와 152㎜ 신형 자주포 등 한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재래식 무기들이 주석단 앞을 지나갔습니다.
정주년에 열린 주요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연설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당 창당 70주년,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는 연설을 했습니다. 이번 열병식 행사에서 대신 연설을 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핵 무력에 대한 언급이 없이 경제 목표 달성을 강조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있던 1988년 공화국 창건일에는 중국에서 양상곤 중국 주석과 소련군 총참모장 그리고 아프리카와 중동의 국가 수반 혹은 수반급이 5~6명 참석하였는데, 이번에는 중국에서 3인자가 왔고, 러시아에서는 국회 상원의장이 참가했습니다. 국가수반은 모리타니의 대통령이 유일했습니다. 한마디로 예년에 비해 조용히 지나갔다고 할 수 있는 9.9절 행사였습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정권 수립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북핵 문제가 진전이 안 되면서 제재도 풀리지 않고 경제적인 성과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명절을 성대히 치를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비교적 조용히 보낸 것입니다. 특히 남북, 미북 사이에 대화들이 진행이 되는 현실에서 미국과 한국을 자극하여 좋을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김정은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남북 정상회담이 다음주에 열릴 예정이고요. 또다른 관심사는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개최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된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만약 열린다면 그 시점과 장소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미국 백악관은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으며 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네 번의 친서를 보냈습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9월 10일 기자회견에서 "궁극적으로는 두 지도자가 마주 앉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면서 "북한은 대부분의 결정이 김정은을 통해야만 하기 때문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변인은 또 "북한의 최근 9.9절 열병식은 핵 전력을 강조하지 않은 첫 번째 열병식으로 알고 있다. 이를 선의의 신호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미북 후속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 전격적으로 취소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조만간 이뤄지면서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악관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을 다시 한 번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 즉 위에서 아래로 하는 방식으로 풀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의 국회의원을 뽑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미북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고, 제재 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김정은도 정상회담을 신속하게 열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르면 10월 중에 워싱턴이나, 제네바 같은 제3의 장소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달려 있습니다. 북한이 핵물질과 핵무기에 대한 신고나 사찰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보여주지 않으면 미북 2차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앞서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요즘은 김정은의 친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석해 볼 내용이 있을 듯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 협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말에 예정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전격 취소하자 적지 않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방문이 최소 되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지난 9일 "김정은은 미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트럼프 마음을 붙잡기 위해 친서를 보내고, 트럼프는 어려운 국내 정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친서를 활용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김정은의 네 번째 친서에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염원하는 내용 외에도 지난달 말 취소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재개를 요청하는 등 협상 재개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를 남측 특사단에 언급했던 것을 거론하며 "아주 좋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제2차 한국 대통령 특사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언급했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 이행 방안을 이번 네 번째 친서에 담았다면 미북 후속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습니다. 관건은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한 신고를 할 것일지 여부입니다. 북한이 성의를 보인다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앞으로 미북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가 확정되려면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움직여야 할 텐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달 취소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과 관련해 미 국무부는 지난 11일 "당장 폼페이오가 비행기를 탈 계획은 없다"면서도 "미국의 일부 입장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이 지난 10일 미북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협상 진전의 여지를 열어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과는 다양한 급에서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필요가 있고, 지금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발언 내용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폼페이오 장관이 당장 방북할 만큼 협상이 진전된 것은 아니지만, 미북 양측이 차이점을 줄이기 위해 현재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도, 제2차 미북 정상회담도 진행될 것입니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 이 표현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그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다짐은 지도자급에서 수차례 나왔었죠. 다음주에 있을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이후에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가 실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