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 국면이 재개됐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이 끝났죠. 지난번 평양 정상회담 때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을 미국에서 많이 이야기했는데요.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발언이 주목받았고요. 특히 종전선언은 “취소”가 가능한 “정치적 선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한데요. 위원님,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미국을 방문하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고 유엔총회에서 연설도 하는 등 다양한 외교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지난 25일에는 미국 폭스뉴스와 가진 회견에서 "종전 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면서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취해야 되는 조치들은 핵·미사일 실험장, 영변 핵기지와 또 다른 기지들을 폐기하는 것이고,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 이후 전부 폐기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대가로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상응 조치'의 내용도 제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상응 조치가 반드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전 선언을 포함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예술단 교류와 같은 비정치적인 교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종전 선언을 미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한 중요 조치라면서 이를 집요하게 요구하여 왔습니다. 많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은 종전 선언이 한번 이뤄지면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 조치'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분석해 왔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종전 선언이 번복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은 종전 선언에 대하여 미 정부와 의회, 여론 등 미국 조야가 가지고 있는 신중론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합니다. 미국으로부터는 종전 선언에 대한 결심을 이끌어 내고, 이에 기초하여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자는 의도라는 뜻입니다.
박성우: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본인에게 했던 말을 공개한 거죠. 그 내용은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그 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 방문과 유엔총회 참석차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 미국 외교협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김정은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많은 세계인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도 여전히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 '속임수다', '시간 끌기'라고 말하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계속하여 "나의 주관적 판단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트럼프 대통령도 그의 진정성을 믿기 때문에 2차 미북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미북 대화의 결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요약하여 말씀을 드린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은 ‘나는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내가 트럼프를 속인다면 트럼프가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북한이 이를 어떻게 감당하겠나’, ‘나는 북한의 핵과 핵무기를 없애겠다’, ‘나의 진정성을 믿어달라’ 이렇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내다 온 저도 믿기 힘든 말들을 김정은이 한 것입니다. 저도 한국에 와서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북한은 남한에 있는 미국 군대를 나가라고 하진 않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김정은이 ‘핵무기를 없애겠다’, ‘미국을 속이지 않겠다’,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속이겠느냐’라고 했다는데, 이런 말을 북한의 당과 군대 지도자들과 인민들이 듣게 된다면 그들이 받게 될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우선은 김정은의 말을 믿되 그 말이 행동을 통하여 실현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이제 미국과 북한의 대화 국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보면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9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많은 나라의 지지 속에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와 평화를 강조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1년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로켓 사람)으로 지칭하면서 “로켓맨이 자신과 자신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완전 파괴’는 ‘대담한 평화’로, ‘로켓맨’은 ‘생큐(고맙소), 김정은 위원장’으로 180도 변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하여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련의 고무적인 조치들을 봤다”면서 “미사일과 로켓들이 더 이상 날아다니지 않고, 핵실험이 중단됐으며, 몇몇 군사 시설들이 이미 해체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나는 김 위원장의 용기와 이런 조치들을 취한 데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적어도 당분간은 대화와 외교를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이 미국을 또다시 속이면서 시간을 끄는 경우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엄청난 보복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10월도 숨 가쁘게 지나갈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주목할 일정을 짚어주시죠.
고영환: 지난 9월 26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하여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0월에 열릴지도 모른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그 후 어느 시점이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제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를 준비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걸 이룰 수 있는 올바른 여건을 확실히 충족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6일에 열렸던 폼페이오-리용호 북한 외무상 회담은 폼페이오 장관의 10월 방북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을 초청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물밑 접촉에서 일정 부분 진전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오지리(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측 대표 간 실무협상이 열리고, 이를 전후하여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이 성사되며, 이 회담들에서 비핵화 문제의 진전이 이뤄진다면, 10월에 미국의 워싱턴이나 스위스의 제네바 같은 3국에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말한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이 실제 행동에서 나타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오는 10월은 지켜볼 게 많아 보입니다. 중요한 진전이 있을 때마다 이 시간에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