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의 중국 방문을 주목한다’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다시 방문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엔 일본, 북한, 남한, 중국을 방문합니다. 평양 방문이 당일치기라는 점, 북경을 방문한다는 점 등이 눈에 띄는데요. 의미를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오는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날 예정이라고 지난 2일 발표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 맞춰 일본,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합니다. 먼저 오는 6일 일본을 찾아 아베 신조 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을 만난 후 7일에는 김정은과 면담을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김정은 면담 후에는 평양을 떠나 서울에 도착한 뒤 다음날인 8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 등을 만날 것으로 예정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 방문 이후 중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영변 핵시설 사찰, 폐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해체와 해외 반출 등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지속하여 주장하고 있는 올해 안 종전선언을 놓고 양측 간 '빅딜', 즉 커다란 양보의 주고받기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안에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과 대화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우리가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 대화를 지속할 만큼 자신감을 느낀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바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짧고 김정은과의 면담도 예고했다는 점에서 미북 사이에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나워트 대변인은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으며, 이번 방문 때 그들과 만나길 고대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선 비핵화’, 즉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종전선언 문제를 토의할 수 있다던 기존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기류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 일정도 1~3차 때와 다릅니다. 방북 전에는 일본을, 방북 후엔 한국과 중국을 차례로 방문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폼페이오 장관의 중국 방문입니다. 그가 평양 방문 후 베이징을 찾는 것은 처음이고, 6·12 미북 정상회담 직후 방중한 지 약 4개월 만입니다. 국무부는 "중국의 카운터파트(대방)를 만나 양자 문제와 지역 문제, 세계적 문제들을 논의할 것"이라고만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의 이 발표를 저는 ‘중국에도 무엇인가 설명할 필요가 있을 만큼 큰 거래가 평양에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판단을 미국이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박성우: 이번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평양을 찾는데요. 이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이번 평양 방문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동행합니다.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을 이끌게 될 비건 대표의 방북은 임명 이후 처음입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오지리)의 비엔나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북한 대표자들에게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본부가 있는 비엔나에서 비핵화 협상을 벌이며 북한의 핵기지들에 대한 핵 사찰 문제를 논의하자는 의미입니다. 비건 대표는 이번에 방북하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비엔나에서 실무 협상을 열자고 제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 시 그의 상대역이 누가 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군 출신 강경파인 김영철 당 부위원장 대신 전문 외교관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문제를 토론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리용호가 폼페이오와 만날지가 주목됩니다.

빅성우: 앞서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미국과 북한 양측이 협상장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바가 근본적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만 조금씩 바뀌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것도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올해 7~8월까지 미국은 실제적인 ‘선 비핵화’ 조치, 즉 북한이 핵물질 모두에 대한 신고를, 북한은 ‘선 종전선언’ 요구를 하면서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여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채택된 평양 선언에서 북한이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 기류가 변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핵 사찰'을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도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참관하는 가운데 영구 폐기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에 북한은 '선 종전선언+알파', 즉 ‘선 종전선언+제재 해제’로 협상력을 높이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측 중앙통신은 지난 2일자 논평에서 "미국의 이른바 조선 문제 전문가들 속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해주는 대가로 핵계획 신고와 검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나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궤변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논평은 "우리가 실질적이고도 중대한 조치들을 계속 취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대조선 제재 압박 강화를 염불처럼 외우면서 제재로 그 누구를 굴복시키려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중앙통신의 이 보도를 접하면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사찰과 폐기를 ‘종전선언+대북제재 해제’와 맞바꾸려 한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 인권 단체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북한 지도부와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서 인권 문제에 대해 한마디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죠. 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미국의 인권 단체들은 지난 10월 1일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할 뿐 아니라 탈북자들의 인권 활동까지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한국 내 북한 인권 단체들도 "현 정부 집권 이후 북한 인권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인권 단체인 ‘인권재단’의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전략기획실장은 같은 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보다는 독재자 김정은과 관계를 개선하는 일을 더 중시하는 입장을 몇 차례 자신들과 만남을 통해 비쳤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사안을 외면할 뿐 아니라 탈북자들의 인권 활동까지 억압하는 것은 비극적이고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한국이 현재 단계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북한 인권문제는 뒤로 미루려 한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아 왔습니다. 실제로 ‘북한인권재단’이 설립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두 차례 판문점 회담과 그 이후 평양 회담에서 북한 인권 개선 문제가 토의되었다는 그 어떤 내용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신성한 권리인 인권 문제는 다룰 때가 따로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권 문제를 항상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경우 상대방 국가의 인권 문제가 향상되어 온 것을 세계는 목격해왔습니다. 저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북한의 김정은을 만날 때마다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눈 감을 때 북한 정권은 마음 놓고 계속 인권을 탄압할 것입니다.

미국이나 한국 지도자들이 북한 지도자를 만나 세계 최악인 인권 문제를 제기해 줄 것을 많은 북한 주민들이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아프고 절실한 마음을 미국과 한국의 지도자들이 헤아려주었으면 합니다.

박성우: 북한과의 대화에서 핵 문제가 핵심 사안이 되면서 인권 문제가 뒤로 밀리고 있는 게 사실이죠. 정부 당국자들은 핵 문제가 최대 현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 인권 문제라는 점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