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북 고위급 회담이 계속 연기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미북 정상회담을 1월 초에 하는 게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미북 고위급 회담이 자꾸 연기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8일 뉴욕에서 열기로 했던 미북 고위급 회담을 북한이 전격 취소한 후 미국은 19일, 20일, 21일, 28일 등을 회담 날짜들로 제시했으나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원래 내년 1월 초에 열릴 것으로 생각됐던 2차 미북 정상회담도 자연히 연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외교 소식통은 지난 26일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정했던 내년 1월 초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해 "지금 이대로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했다", "전쟁 위기가 사라졌다"면서 자신의 성과를 강조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20일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회의에서 “지금과 같이 북한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는 계속 갈 수 없다.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중간 선거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문제, 이민 문제,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선거 지휘부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 문제 등에 몰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의 북한과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의 트위터, 즉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는 북한에 대한 언급이 최근 들어 대폭 줄었습니다.
미국의 조야에서는 북한이 아직도 핵물질을 신고하지 않고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도 취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실무 회담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폼페이오 국무장관-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미북 고위급 회담이 날짜도 정하지 못한 채 연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저는 2019년 1월 초순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언급한 ‘북한에게 주어졌던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는 말의 의미를 북한 지도부가 잘 새겨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남북대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고영환: 11월에 예정되었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자꾸 연기되면서 한국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 예정됐던 일정들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남북 철도 연결 공동조사에 대한 유엔과 미국의 예외 인정을 확보했고, 내년 봄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미국과 합의하는 등 사전 정지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미북 대화도 곧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의 고위급 접촉 제안에 대해 침묵하면서 청와대 내 기류가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6일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해 '연내 답방 추진엔 변화가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북한이 미북 고위급 대화 등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라고 봅니다. 우선은 북한의 내부 정치 일정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12월 주요 일정으로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망일과 김정은의 최고사령관 취임일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부문, 각 단위, 각 기관에서 올해 사업을 총화하고 내년도 계획을 세우는 일, 국가적으로도 내년에 무엇을 할지, 김정은의 새해 신년사에 무슨 내용을 담을지 등의 일을 12월에 해야 합니다.
다음 이유로는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제재 완화 문제가 풀릴 기미도, 미국 정부가 양보할 기미도 없어 보이니 일단은 현 정세를 분석해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미북 대화가 연기됨에 따라 김정은의 한국 방문과 남북 대화도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12월 답방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양해를 구한 다음 북측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김정은의 답방이 연내에 이뤄질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와 관련해서 질문을 하나 더 하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문제를 놓고 북한 지도부가 지금 망설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고영환: 김정은의 답방이 결정되지 못하고 늦어지는 데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첫째는 김정은의 신변 문제입니다. 북한 고위급 간부들은 한국은 자유로운 대신에 신변 경호가 힘드니 김정은이 서울에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는 역시 비핵화 문제입니다. 김정은이 한국에 와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의 보수층과 야당 등이 반대 시위를 하는 등 반발이 예상됩니다. 한마디로 한국과 미국에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줄 수 있는 선물이 없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에 오기 힘들 것이라는 뜻입니다.
박성우: 요즘 서울에서는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 눈에 띕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린 건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을 찬양해 논란이 된 ‘백두칭송위원회’가 서울 중심부에서 연설대회를 열었습니다. 백두칭송위원회 소속 50여명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연설대회 ‘김정은’과 예술공연 '꽃물결'을 개최했습니다. 연사로 나선 한 청년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발언)은 그의 추진력과 대담함으로부터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백두청산위원회’ 회원들이 모여 "김정은을 미화하는 백두칭송위원회를 우리나라에서 즉각 쫓아내라"고 외쳤습니다. 백두청산위원회 대표인 박결 새벽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백두칭송위원회 행사에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아 국민적 동의는 크게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백두칭송위원회와는 다른 반대쪽의 주장을 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백두청산위원회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현상을 빗대어 설명 드린다면, 평양 김일성광장의 한쪽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고 환영하는 시민대회가 열리고, 광장의 다른 쪽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방문을 반대한다는 시위가 열렸다는 말이나 같은 소리입니다. 평양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들은 즉시 체포되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 죽음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반 김정은 시위도, 친 김정은 시위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자유민주주의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을 찾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문제는 부차적이죠. ‘김 위원장의 방남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 어느 정도 진전을 가져올 것인가’, 이게 본질적인 사안이 아닐까 생각되고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다룰 미북 고위급 회담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올해 안에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게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