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가능성을 재점검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회담이 분기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데요. 위원님은 그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1일 뉴질랜드를 방문하기 위하여 비행 중이던 전용기 안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북미 간 정상회담, 고위급 회담이 이뤄지기 전에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11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으로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현재 교착국면에 빠진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김정은 서울 답방' 카드로 뚫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한 만큼 다시 12월 중순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아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답방 시기가 '연내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하고 더 큰 진전을 이루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문 대통령은 "이어질 2차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보다 큰 폭의 비핵화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촉진하고 중재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한국 정부는 올해 안에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방문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현재 김정은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올해 안의 서울 방문을 물리적으로는 어렵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내적으로 12월은 북한에 내부 정치 행사가 많고, 올해를 총화하고 내년도 계획을 세워야 하는 등 가장 분주한 달입니다. 대외적으로도 미북 사이의 실무 접촉, 고위급 접촉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고 올해 안에 한다던 미북 2차 정상회담도 내년 1월 또는 2월로 연기됐습니다. 더욱이 미북 사이에 북한 비핵화와 제재 완화 문제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안 김정은의 서울 방문이 이뤄지려면 북측의 큰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여부를 놓고 북측과 남측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북측의 고민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김정은만 결심하면 올해 안 그의 서울 방문은 실현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려진 바로는 북한은 아직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측이 가장 고민하고 염려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북한 지도부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김정은의 신변 호위 문제라고 봅니다. 북한은 지도부가 원하는 대로 통제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서울은 국제도시이고, 각이한 사상과 생각이 공존하는 대도시입니다. 벌써 김정은의 방문을 환영하는 찬성 집회, 북한이 이제까지의 도발을 사과하지 않으면 와서는 안 된다는 반대 집회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방문이 확정되면 반대 집회의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실제 걱정하는 것은 격렬한 집회 시 김 위원장의 신변 보장 못지않게 국제사회에 비칠 부정적 이미지”라면서 “격렬한 집회가 열려 사상자라도 나오면 김 위원장이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북한 간부들이 말릴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는 소리입니다.
다음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입니다. 김정은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서울 답방에 합의한 후에도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미북 비핵화 협상이 진척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대북제재도 그대로 건재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미 정상은 지난달 30일 회담에서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환영하면서도 제재는 여전히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약속이 없으면 김정은이 서울에 와도 남북경협이나 제재 완화에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김정은의 나라인 북한은 김정은 호위 사업을 위하여 방문 전에 경호 장소들을 샅샅이 훑어봐야 합니다. 이러한 여건들 때문에 북측은 심각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성우: 남측의 고민은 무엇일까요?
고영환: 남측의 고민은 우선 경호 문제와 의례 문제에 있을 것이고, 비핵화 의제와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고민거리일 것입니다. 청와대가 가장 중시하는 문제는 바로 김정은의 안전 문제일 것입니다. 김정은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땅을 진정으로 방문하는 첫 번째 지도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자 간담회에서 “아마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북한에서 가장 신경쓸 부분이 경호라든지 안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구 규모도 천만명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데다 비핵화 문제, 군사적 도발 문제 등과 관련해 반대 시위도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주민을 백 퍼센트 통제하는 북한과 남한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계 많은 귀빈들이 자주 찾는 서울에서 교통이 사전에 통제되기 시작하면 김정은이 서울에 왔다는 것이 그 즉시로 보도될 것이기 때문에 서울 시민들은 금방 김정은의 동선을 알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이 비밀스럽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의례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평양 정상회담에서의 환대를 언급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능라도 5·1경기장에서의 연설을 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보니 10만여명의 환영 군중을 연도에 세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경기장 같은 데 15만여명을 넣어둘 수도 없습니다. 그런 대규모 군중 동원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은 환영 행사를 어떤 식으로, 어떤 규모로 할 것인지가 숙제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남측에는 잘 구비된 철도, 도로, 고속열차,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세계적인 첨단 산업들이 있고 자유민주주의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점들이 있어서, 이런 시설을 참관하는 것으로도 의례적인 빈공간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김정은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된 입장을 가져오지 않고 시설 참관만 하고 가거나, ‘우리민족끼리’ 정신이나 남북관계 개선 등만 강조하고 간다면, 사실 오지 않는 것보다 한국 여론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성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점은 언제쯤이 될까요?
고영환: 한국의 언론들은 김정은의 서울 방문 날짜를 12월 12일부터 14일 사이, 그리고 18일부터 20일 사이 등 두 가지 방문 시일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중요 정치 일정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날짜가 이것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2일이면 다음 주 수요일이라 앞에서 얘기한 문제들 외에 시간상으로 정상회담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촉박합니다. 18일부터 20일 사이도 경호, 의례, 의제 문제 등 시간적으로 준비하기에 빠듯한 감이 있습니다.
전반적인 대내외 여건상 김정은이 12월 안에 서울에 오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김정은이 올해 들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온 만큼, 그리고 그의 행동이 워낙 예측불가능이라 연내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의 공이 김정은에게 넘어가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청와대도 이번 주말까지는 북한의 반응을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