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중국 방문 결과를 점검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주 내내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묻혀버린 소식이 있었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했는데요. 이례적으로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위원님은 북한 외교관 출신이시니 잘 아실 듯한데요. 북한 외무상이 베이징을 찾아서 중국 주석을 만난 전례가 있었나요?
고영환: 북한과 중국이 ‘피로써 맺은 전우’ 관계라고 하던 1970~1980년대에는 북한 외무상이 중국 최고지도자를 만난 전례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개혁과 개방의 속도를 높이고 특히 한국과 중국 사이에 외교 관계가 맺어진 이후에 북한 외무상이 중국의 국가 주석을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6년 백남순 전 외무상은 원자바오 전 총리를 만났고, 2008년 박의춘 전 외무상은 당시 국가 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을 만나는 데 그쳤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리용호 외무상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용호 외무상은 중국 방문 이틀째인 지난 7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리용호 외무상의 중국 방문과 시 주석과의 면담은 올해 들어 김정은이 중국을 세 번이나 방문하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북 정상회담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3회나 회담을 했던 환경과 무관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11월로 예정되었던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불발되었고,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한다고 하던 김정은의 약속도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 외무상의 중국 방문은 우선은 북중 간 의사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베이징을 방문하였던 김정은이 북중관계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혁명의 한 참모부를 쓰는 동지관계’라고 하였던 것과 이번 방문이 연관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북 정상회담이 연기되고 미북 고위급 회담이 날짜도 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정세 하에서 리용호는 시진핑 주석을 만나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을 전하고 시 주석의 의견을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으로는 형식 문제입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하고 리용호 외무상과도 회담을 한 데 대한 답례 방문의 형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리용호 외무상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 협상에서 미국에 맞서는 북중의 공동 전략을 모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이례적인 면담이었던 만큼 그 대화 내용에도 관심이 가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용호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올해 이후 조선반도 형세에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으며, 반도 문제는 정치적 해결의 정확한 궤도로 돌아왔다. 북미 쌍방이 서로를 마주 보며 서로의 합리적 우려를 돌보고, 반도의 화해 대화 프로세스가 꾸준히 긍정적 진전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은 계속하여 “북남 쌍방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지지한다. 양국 간 외교 부문은 계속 소통을 강화하고, 중북 관계의 발전과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리용호 외무상은 “조선은 계속해서 반도 비핵화 실현에 힘을 다할 것이며, 반도 및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과 밀접한 소통과 협조를 유지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시 주석이 북미 양쪽의 ‘합리적 우려’를 언급했고, 리 외무상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의지를 재확인한 점이 눈에 띕니다. 저는 시 주석이 언급한 미북 양쪽의 ‘합리적 우려’를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먼저 북한 측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이 지난 70여 년 동안 북한을 ‘적대시’하여 왔고, 그래서 쌍방 사이에 신뢰관계가 없으니, 미국에 대고 적대시 정책을 중지하고 미북 사이에 신뢰관계를 우선적으로 구축하여야 한다는 우려가 중국이 보기에는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측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고 미국과 국제사회에 약속을 해 놓고는 번번이 그 약속을 깨 왔으니 북한을 신뢰할 수 없고, 그래서 북한을 신뢰하게 만들려면 북한이 비핵화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이 보기에는 미국 측의 ‘합리적인 우려’라는 것입니다.
박성우: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대화 내용도 있었을 텐데요. 무엇이었을까요?
고영환: 리용호 외무상은 이번 방중을 통해 지난 1일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 내용과 결과에 대한 중국 측의 설명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말과 행동을 보면 북핵 문제는 미중 간 무역 분쟁의 형태로 나타난 패권 다툼에 후순위로 밀려버린 인상이 짙습니다. 또한 미북 문제, 북한 핵문제는 미중관계라는 큰 틀 안에서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하여 무엇을 이야기하였고 중국은 무엇이라고 답변을 하였는지가 김정은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으로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의견을 청취하고 김정은의 한국방문에 대하여서도 충분하게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논의된 문제는 시진핑 주석의 첫 평양 방문 문제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북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조치들을 완화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박성우: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그리고 그 시점은 언제쯤이 될 거라고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사실 올해 김정은은 세 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하였고 그때마다 시 주석을 평양에 초청했습니다. 그러나 미중관계, 미중 무역분쟁 등이 악화되면서 시 주석의 올해 평양 방문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외교는 호상성이 중요합니다. 김정은이 세 번이나 중국에 갔는데 시진핑 주석이 한 번도 평양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외교적인 결례입니다. 시 주석이 만일 평양에 내년에도 가지 않는다면, 이는 중국의 대국주의, 북한의 사대주의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시 주석의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북한 방문의 의미는 우선은 김정은의 올해 중국 3회 방문에 대한 답례 방문 차원의 성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미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이라는 외교적 카드를 적절히 이용하여 미국을 견제하고 미국으로부터 중국의 이익을 지켜낸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고,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은 김정은 지도부에게는 ‘중국이 우리 뒤를 버텨주고 있다’, ‘미국이 압박을 계속 강화하는 경우 이전 시기처럼 북중 연합전선으로 미국에 항거할 수도 있다’는 식의 신호를 보내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진핑 주석이 내년에는 평양에 갈 것으로 보입니다. 방문 날짜로 가장 유력해 보이는 시점은 2019년 10월 6일이 북중 외교관계 수립 70주년이니,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10월에 평양에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미중관계가 내년 봄에 어느 정도로 좋아진다면 봄에 시 주석이 평양에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 주석의 평양 방문 실현에는 여러 가지 선결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은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 시 주석이 평양에 가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 뒤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100% 협력하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북핵 문제에서 해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양에 가기가 힘들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도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입니다.
박성우: 지금은 북한 비핵화 문제의 해법 찾기가 정체된 상태죠. 여러모로 북한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을 듯합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