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는 2018년에도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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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지난 1년간의 북한 내부 정치 상황을 점검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도 북한에서는 간부 숙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죠. 대화 국면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니 이런 소식이 많이 보도되지는 않았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에서 지난 10월 김정은의 신변 호위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의 도쿄신문이 지난 11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도쿄신문은 "지난 10월 중순 호위사령부에 대해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이뤄져 여러 명의 간부가 숙청됐다"면서 "호위사령부 내 군인들의 사상과 행동을 감시, 통제하는 호위사령부 정치부장이 수백만 달러를 소지한 사실이 발각됐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앞서 자유아시아방송도 "지난 10월 호위사령부 제1국 직속 통신중대 간부가 대북방송을 청취한 것이 발각돼 숙청됐으며, 이후 당 조직지도부의 대대적인 검열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호위사령부는 김정은 근접 호위가 주임무인 만큼 북한군 내에서도 충성심이 가장 강한 군관, 장령, 병사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특수한 조직에서 부정행위 등과 관련한 검열이 이루어진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남북, 미북 사이의 대화 국면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니 북한 내부 사정에 대한 보도, 특히 숙청 관련 소식들이 많이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인민군 총정치국에 대한 조직지도부의 검열 이후 김정은 직속부대라고 할 수 있는 호위사령부에 대한 검열과 고위 군관들에 대한 처형 소식까지 연말에 전해지면서 북한에서 공포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장성택이 처형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북한의 내부 정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장성택 처형 사건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고영환: 이달 30일이면 김정은이 집권한 지 만 6년이 됩니다. 김정은 집권 후 가장 충격적 사건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는 당연히 김일성 주석의 사위이며 김경희 전 비서의 남편인 장성택 전 행정부장의 처형입니다.

2013년 12월 13일 북한의 중앙통신은 장성택이 “장기간에 걸쳐 불순세력을 규합하고 분파를 형성해 최고권력을 찬탈할 야망 밑에 국가 전복 음모의 범죄를 감행했다”면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는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 집행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장성택 부장의 처형 직전인 2013년 11월 중순에는 장성택 부장의 최측근들이었던 이용하 행정부 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 등이 처형당했습니다. 장성택 처형을 전후하여 이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당과 국가, 군대의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처형되었습니다.

장성택과 이영호, 현영철 등 최고위급 간부들의 처형과 숙청은 자신의 절대권력 체제를 세우기 위한 김정은의 선택이었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의 사위를 그의 아내가 살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처형하고 군의 차수와 대장들까지 사형하는 것을 보면서 당과 국가, 군대의 간부들, 그리고 주민들은 “김일성의 사위도 처형하는데 우리 같은 미미한 것들은 말해 무엇하랴”고 하면서 공포에 떨었습니다. 김정은은 그렇게 절대권력을 거머쥐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장성택 부장의 처형과 이영호, 현영철 등 고위 간부들에 대한 연속적인 처형 소식은 전 세계를 흔들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고 김부자에 반대하는 발언 한마디만 하여도 체포되었으나, 김정은처럼 김일성의 친인척을 처형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북한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지도자는 없었습니다. 저는 김정은 체제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기저에는 김정은식 가혹한 공포정치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성우: 공포정치의 정점이 장성택 처형이었고, 앞서 말씀하신 호위사령부에 대한 검열 사례를 보면 아직도 공포정치는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밖에 올 한해 북한의 내부 정치를 보면 어떤 특징을 더 찾을 수 있나요?

고영환: 올해 북한 내부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4년 김여정이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할 때 사람들은 김여정의 역할이 김정은의 1호 행사를 담당하거나 오빠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김정일 시대 김정일과 김경희 비서의 역할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전망한 것입니다.

그러나 김여정이 2017년 10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2018년 2월에는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정식 임명되면서 그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김여정이 올해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 특사단의 김정은 면담,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특히 6월 12일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참석하면서 김 제1부부장이 의례, 1호 행사, 대남, 대외, 선전선동 등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방증되었습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누이동생 김경희에게는 경공업 일부 분야만 맡기고 주요 정책들은 측근들에 의거하여 진행하는 ‘측근 통치’를 하였습니다. 반면에 김정은은 고위 간부들도 믿지 못해 김여정 제1부부장과 부인 이설주 등을 데리고 ‘가족 정치’, ‘남매 정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시 믿을 것은 가족뿐이라는 생각을 김정은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왕국을 빼놓고 가족통치를 한 대표적인 나라는 부인은 당 간부 비서로, 아들은 청년동맹 위원장으로 일하며 나라를 통치하다가 민중봉기에 의하여 붕괴된 로므니아(루마니아)였습니다.

박성우: 북한에서는 현재 김 씨 일가의 가족통치와 공포정치가 행해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정치 구조 아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바로 인권 상황이죠.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은 올 한해 내내 지속됐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제재를 권고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지난 17일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채택됐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책임 있는 자'는 김정은을 말합니다.

유엔 총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했습니다.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합의로 채택된 것은 올해로 다섯 번째입니다. 결의안은 주유엔 유럽연합과 일본 대표부가 작성을 주도했고, 한국 등 61국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오랜 기간 동안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진행되고 있다"며 강제수용소의 즉각 폐쇄와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했습니다. 결의안은 특히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인권 유린에 '가장 책임이 있는 자'를 겨냥한 맞춤형 제재를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미북이 비핵화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도 ‘책임자 처벌’이라는 표현이 5년 연속 들어간 것입니다.

특이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성탄절 연회에 탈북자 지성호 씨를 초청했다는 점입니다. 지성호 씨는 미국 언론에 “백악관이 초청장까지 보내준 것은 북한 인권 문제를 백악관이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등에 밀려 수면에 잠시 잠겼던 북한 인권 문제가 또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는 점, 북한 지도부가 유념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