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평양 연설, 북 주민에 큰 인상 심어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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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2018년 한 해를 정리해 봅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2018년 ‘시사진단한반도’ 마지막 시간인데요. 지난 한 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먼저, 북한에 계신 우리 청취자들께서 보시기에 인상 깊었던 일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고영환: 우선은 올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미북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65년 만에 미국과 북한의 수반들이 처음으로 만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미북관계를 정상화하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였고, 이는 정말 큰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한 하늘을 이고 같이 살 수 없는 철천지 원쑤’라고 비판하던 미국, 그러한 미국의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 악수를 하고, 식사를 같이 하고, 회담을 하는 장면은 북한 인민들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영토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부친 김정일도 하지 않았던 일을 김정은이 한 것입니다. 군사분계선, 그 어마어마한 적대관계의 상징인 불과 5cm짜리 분단의 선을 남북 지도자들이 같이 손잡고 건너가고 건너온 장면은 북한 인민에게 큰 인상을 남겨 주었으리라고 봅니다.

세 번째로 인상 깊었던 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9월 평양 방문, 특히 5.1릉라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이 15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에게 육성으로 연설한 것이라고 봅니다. 연설에서 그동안 북한 주민들의 고생을 이해해주고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로 김정은과 합의하였다고 한 발언은 북한 인민, 특히 평양 시민에게 커다란 인상을 심어주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양에서 외국어 학원을 다닐 때 7.4 남북공동성명을 접했습니다. 그때 고등학생으로서 정말 남과 북이 통일을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울먹였던 적이 있습니다. 올해는 그러한 일들이 3월부터 주런히 이뤄지면서 북한 주민들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것 같습니다.

박성우: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 인상적이었던 일은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남한 주민들이 느꼈던 점도 북한 주민들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남북 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등을 방송으로 중계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보다는 더욱 큰 생동감을 느꼈다고 봅니다.

남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가장 생생하게 남은 장면은 아마도 지난 4월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연회가 열렸을 때 김정은이 모처럼 평양에서 냉면 기계를 가져왔고 정성스레 만들었으니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5. 1경기장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하여 김정은과 약속을 하였다고 연설하는 장면, 그리고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백두산에 올라 손을 맞잡고 높이 추켜들었던 장면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 주민들이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첫째는 김정은이 약속하였다고 하는 핵무기 폐기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없어 남북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난 9월 19일평양에서는문재인대통령과김정은 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고, 여기서김정은은남북쌍방이 "조선반도를핵무기도핵위협도 없는평화의땅으로만들기위해적극노력해나가기로확약했다"고약속하였습니다. 비핵화에 대하여 김정은이육성으로공개적으로 약속을 하였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김정은이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였는데, 올해 말이 다 가도록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유감스럽습니다. 결국 북한이 비핵화에서 머뭇거리면서 미북 2차 정상회담도, 김정은의 서울 답방도 이뤄지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남북한이 동시에 참가한 평창 동계 올림픽도 역사적인 일로 기록에 남을 것 같은데요.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고영환: 올해 초 남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던 겨울철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여 경기도 하고 응원도 같이 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였습니다.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일은 바로 남북 여자 빙상호케이(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기였습니다. 선수들 사이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집단 경기인 빙상호케이에서 남과 북은 올림픽 개막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팀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첫 경기를 불과 보름 앞두고서야 남북한 선수들이 같이 훈련을 시작하였습니다.

남북은 빙상호케이 용어부터 정리해야 했습니다. ‘패스’를 ‘연락’이라고 부르는 등 남북의 하키 용어부터 달랐습니다. 그러나 남북 선수들은 차차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캐나다 출신인 빙상호케이 단일팀의 새러 머리 감독은 “탈의실에서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한국 대중음악 춤을 가르쳐 주더라”고 말했고, 훈련 중 북한의 한 선수는 한국 대중가요인 ‘아이스크림 케이크’란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습니다. 남북 선수들은 아이스크림을 함께 사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은 숙소가 달라 훈련과 경기가 끝난 후 헤어져야 하였고, 한국 선수가 “네가 보고 싶을 거야”라고 하면 북한 선수는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고 합니다.

연습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단일팀이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남북 선수들은 그들과 맞섰습니다. 모든 경기들이 끝나면서 남북 선수들은 동그랗게 모여 팀 구호인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를 외치면서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 흘렸습니다. 이 장면이 아직도 진하게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정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알 수 있게 한 단일팀 경기였습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 울먹울먹하며 이야기를 이어가셨는데요. 남북이 다시 모여서 경기를 할 수 있는 날이 또 오지 않겠느냐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도 짚어 봐야겠죠. 뭔가 진전될 듯했지만, 현재는 멈춰선 상태입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올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 등을 보면서 세계인들은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실 북한은 오래전부터 핵무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핵무기를 한 두 번의 정상회담 등으로 중단, 폐기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 당과 군대의 간부들 역시 ‘그렇게 힘들게 만든 핵무기를 왜 폐기하겠나’라는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한국 대통령을 세 번이나 만나고 미국 대통령도 사상 처음으로 만나 약속을 한 것이니 김정은이 비핵화를 하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도 북한 비핵화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미국 정부도 계속하여 북한을 상대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묵묵부답입니다. 저는 내년 2~3월까지가 북한 비핵화를 결정 짓는 마지막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만일 김정은이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을 하지 않고 주춤한다면 미국이 더 기다려 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북한의 용단을 기대해 보면서 올해의 마지막 방송을 끝냅니다. 지난 한 해 고마웠습니다. 새해 축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이 지적하신 점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더 궁금해집니다. 신년사에 대한 분석은 다음 주 이 시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위원님, 올 한해 수고하셨고요. 저도 새해 축하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