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채 결렬되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오중석: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오중석: 하노이에서 열린 2차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었죠? 처음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는데 공동성명 채택도 못한 채 막을 내리고 말았는데요. 이번 회담이 결렬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2월 27일-28일 양일 사이에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진행되었던 미북정상회담이 양측의 입장 차이로 결렬되었습니다. 회담결렬 후 있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 된 이유 중 하나로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는 결렬됐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로켓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하면서 “일단 이 관계를 계속 유지 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을 해체할테니 경제 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해체 이상의 추가 비핵화가 북한에 필요하다고 봤다”고 하면서 “영변 핵시설 해체를 넘어서 추가 비핵화 조치가 있으면 경제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해체를 1단계 수준의 비핵화로 상정하고, 그 이상 수준의 비핵화를 요구하였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시설 사찰을 언급하며 중요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 북한의 핵시설 소재를 미국이 파악하고 있다”고 하면서 “일반에서는 모르겠지만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시설들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성공적인 사찰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담결렬의 다른 요인에 대해 오랜 시간 언급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완전하게 제재를 해제할 준비는 안 돼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북한이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우리가 원했던 것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그는 "현재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 제재가 하나도 해제되거나 완화된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의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제재해제 입장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단은 차이가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지만 우리도 제재 해제를 해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정상회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습니다. 확실한 결렬원인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제가 보기에 2차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북한은 영변 핵기지를 폐기하는 대신에 미국과 유엔의 모든 대북한 제재들을 철폐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였고 미국이 이를 거절한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오중석: 미국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향후 만남을 고대한다”고 밝힌 만큼 양측 모두 일단 대화의 기조는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관건은 역시 제재완화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있었던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의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북한과의 핵 담판이 결렬됐지만, 앞으로 몇 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계속하여 "북한과 논의를 통해 많은 진전을 이뤘으나 끝까지 가지 못했다”고 언급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좀 더 많은 것을 하기를 모두가 원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앞으로 합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은 2차 미북정상회담이 비록 결렬은 되었지만 미북회담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며 미국과 북한이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2월 28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제재가 강력하다, 더 강화할 생각은 없다"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킬 생각은 없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언제 다시 만나 북한 비핵화 협상을 계속하느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 향후 미북회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래 안 열릴 수도 있다"면서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미북 양측의 전략 변화에 따라 후속 협상이 빠른 시일 내에 열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담의 실패로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다 같이 지도력에 타격을 입은 만큼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양측의 커다란 입장 차이도 줄여야 한다는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미북정상회담 합의 불발에 대해 가장 아쉬워하는 쪽은 아마도 한국정부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이번 회담 결렬이 한국정부의 소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 미국과 북한 모두 회담 결렬에 대해 아쉬워 하겠지만 한국정부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은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소득이 없이 끝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즉, 한반도 평화과정 정책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미북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 주력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 진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미북정상이 일정 수준의 대북제재 완화에 합의하면 이를 발판으로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비핵화의 입구 단계에서 미북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거나, 향후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의 토대를 마련해 비핵화를 추동하겠다는 계획 역시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되었습니다. 미북정상 간 합의가 이뤄지면 김정은의 서울 답방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으로 믿었던 바램도 실현되기 어려워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간 비핵화 대화를 회생시키는 방안을 찾는 데 다시금 주력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보입니다.
오중석: 이번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윁남(베트남)의 하노이가 갖는 상징성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담판에 임하면서 베트남의 개혁개방과 경제적 성공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영환: 베트남을 방문하고 있는 북한 대표단 중 일부가 지난 2월 27일 베트남의 유명 관광지인 하롱베이와 산업단지가 있는 하이퐁을 시찰했습니다. 오수용, 리수용 등 당 부위원장 등 수행원들은 이날 오전 하롱베이에 도착,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였습니다. 이어 북측 수행단은 베트남 항구도시 하이퐁으로 이동해 베트남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 공장, 휴대전화 업체인 '빈스마트'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국 투자 기업이 몰려 있는 하이퐁은 베트남 경제 발전을 선도한 지역으로,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를 상징하는 곳으로 꼽힙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월27일 '경제 발전에 힘을 넣고 있는 베트남'이라는 기사를 통해 베트남의 경제 발전 상황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오늘 베트남에서는 농업에 치우쳐있는 경제의 편파성을 극복하고 다방면적인 공업구조를 완비하기 위한 사업이 힘있게 추진되고 있다"면서 "재생산업 발전에 힘을 넣어 산림 벌채와 공해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대표단과 북한 언론이 보인 일련의 태도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구가 중인 베트남을 모법으로 상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들을 나오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고 지난 과거 미국과 싸웠지만 미국과 협력하여 경제발전을 실현하고 있는 베트남을 따라 배웠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 봅니다.
오중석: 미북정상 간 두 번 째 만남에서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여정도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북한이 보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지, 미북관계가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고영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