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조선 활동, 북한 민주화에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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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제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한 ‘자유조선’이라는 단체가 최근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스페인, 에스빠냐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 단체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 위원님 안녕하세요. 지난 한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자유조선이라는 단체가 지난달 22일 발생한 스페인, 에스빠냐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내놨는데, 위원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 자유조선은 지난달 22일 벌어진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유조선은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공작에 의해 암살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맏아들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리마민방위의 후신단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올린 '마드리드에 관한 팩트들', 즉 '마드리드의 사실들' 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일은 습격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유조선은 올해 들어 김정은 체제 타도를 내건 북한 임시정부를 선언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담장에 '자유조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일어난다', '김정은 타도'라는 글을 적은 단체입니다. 지난달 22일에는 에스빠냐 주재 북한 대사관에 단체가 진입해 컴퓨터 2대, 이동식저장매체, 손전화 등을 가져가는 대담성을 보였습니다. 자유조선이 대사관을 강제로 침입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내의 긴급한 상황에 대응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FBI, 즉 미국 연방 수사국과 상호 비밀유지에 합의하고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외교사에서 해외 주재 대사관이 습격 당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실 수 십 년 동안 3만여 명의 탈북자들이 대북전단을 보내고 인권 증진 투쟁을 해 왔지만 북한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말'만으로는 북한체제를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목용재 :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자유조선 측의 의도,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자유조선은 지난달 22일오후 4시 34분스페인의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진입해 컴퓨터 등을 탈취한 뒤 당일 오후 9시 40분 대사관을 떠났습니다. 이들의 행동은 전광석화와 같이 이뤄져 스페인 경찰도 이들을 추적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왜 자유조선이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을 노렸을까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자유조선 측이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라고 밝힌 만큼 당시 북한대사관에서 어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한 측 상대방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스페인에서 대사로 일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의 규모가 작고 대사관 직원들의 수도 적어 그들을 제압하기가 쉬웠기 때문에 자유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공격 대상으로 선정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조선은 대사관에 있는 비밀 문건들을 노렸을 것입니다. 특히 암호변신체계, 즉 북한으로부터 오는 문서를 해독할 수 있는 암호 풀이 체계와 대사관의 모든 외교 및 경제 활동 자료들을 탈취해 세계에 알림으로써 김정은 체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스페인 고등법원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홍 창'이라는 인물이 북한대사관 습격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이 인물이 미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링크의 공동설립자인 '에이드리언 홍'과 동일 인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데요. 어떤 인물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자유조선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반 김정은 체제 단체인 '자유조선'이 지난달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진입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이 단체는 어떤 단체인지, 그 지휘부 성원들은 누구인지 등에 대해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스페인 법원이 발표한 '에이드리언 홍 창'이라는 사람이 자유조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AFP통신은 지난 27일 스페인 법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이 '에이드리언 홍'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기반을 두고 오랜 기간 북한인권 운동을 해온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인물은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탈북자 지원 단체 '링크', 즉 '해방 북한'이라는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지난 2006년에는 중국에서 탈북자 구출 활동을 벌이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미국으로 추방된 적도 있습니다. 저는 자유조선이라는 단체의 특성상 에드리안 홍 창이 이 조직의 지도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천리마민방위, 자유조선의 발표문들을 주의 깊게 읽어 보면 자유조선은 해외로 탈북한 전직 북한 고위간부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들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성원들의 의심을 받지 않고 진입한 사실만 보더라도 이들은 북한의 내부사정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북한 내부에도 선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치밀한 움직임을 보이는 조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목용재 : 최근들어 자유조선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북한 임시 정부 수립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자유조선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자유조선은 지난 25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조선 임시정부 사증 20만 장의 판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증 한개 당 가격은 미국 돈으로 대략 140달러입니다. 암호 화폐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증을 발급하는 경우 위조, 변조도 안 되고 전 세계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판매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자유조선의 전신인 천리마민방위는 지난 2017년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을 구출했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난달 22일에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일에는 천리마민방위라는 명칭을 자유조선 임시정부로 개칭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자유조선 임시정부는 북조선 인민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조직임을 선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광복이라는 밝은 빛이 평양에 다다르는 날까지 인민을 압제한 자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2017년 김한솔을 북한 당국의 추격으로부터 구하고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의 비밀자료들을 가져가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담벼락에 김정은 타도라는 글을 남긴 것 등을 보면 이 단체가 김정은 체제를 흔들 수도 있는 조직이라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목용재 : 자유조선은 자신들을 김 씨 일가의 세습을 끊어버리기 위해 결집된 탈북자 조직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내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이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제가 북한외교관으로 해외에서 근무할 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 대사관 사진 게시판이 정상인지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대사관 게시판의 유리가 깨져 있어도 큰일인데 이번에 '김정은 타도'라는 낙서가 발견됐다는 것은 북한대사관 직원들에게 굉장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의 비밀들이 탈취되는 전무후무한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평양은 아마 크게 당황했을 겁니다. 여기에 망명정부라는 단체까지 생겨났으니 북한 지도부는 자유조선의 관련 인물들을 추적하고 이들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이들에 대해 무력화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자유조선같은 단체들이 계속 생겨나 활동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자유조선이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뿌리채 흔들 것이라고 공언했는데도 아직 북한은 이와 관련된 입장, 반응 등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조선의 활동이 앞으로 북한 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