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시점을 언급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이 사상 첫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죠.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3월 한국 대통령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은 북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이를 토의하기 위하여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특사단 단장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올해 5월경에 만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미북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아마도 다음 달 또는 6월 초에 북한 김정은을 만나는 것을 여러분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있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볼턴은 북핵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온 이른바 초강경 매파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볼턴 안보보좌관 체제가 공식 시작되는 자리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시점을 처음으로 밝힌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접촉을 해 왔다"며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두 나라 관계가 아주 오래전보다는 훨씬 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하여 "만약 우리가 미북 정상회담을 5년, 10년, 20년 전에 했더라면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며 "북한과 회담을 마련했고 이는 전 세계를 매우 흥미롭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양측의 사전 접촉이 진행되고 있고, 이런 예비 접촉에서 회담 시기, 장소, 의제 등에 대해 상당 부분 협의가 진척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합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4월 9일에 진행된 당 정치국 회의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이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북남 수뇌 상봉’과 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면한 ‘북남 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 대화’ 전망을 깊이 있게 분석 평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하여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던 북한이 처음으로 이 회담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미북이 정상회담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언제 개최할 것이냐는 문제는 윤곽이 나왔고, 이제 남은 과제는 장소와 의제죠. 먼저 회담 장소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해 보죠. 위원님께서는 어디서 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 측은 미국 측에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을 고집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북한이 평양을 고집하는 데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 대통령을 평양에 끌어 들여 회담을 하게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김일성도 하지 못했던 일을 손자 김정은이 해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인식시키고 미국이 항복 문서에 사인하려고 평양에 들어왔다는 식으로 선전을 할 수 있는 호기를 북한이 절대 놓치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한편, 한국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평양에 가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북핵 비핵화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들어가는 모험을 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미국은 북측과의 비공개 논의 때 "미국 대통령 방문 전에는 수백 명의 답사팀이 현장을 구석구석 누비며 사전 점검을 해야 한다. 성조기를 단 미국산 승용차 수십 대가 평양 시내를 관통해야 하는데, 북측에서 그걸 감당할 수 있느냐"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나 제주도를 원했다는 언론 보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도, 북한도 판문점이나 제주도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는 정상회담 후보지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스위스의 제네바, 스웨덴의 스톡홀름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김정은이 기차로 갈 수 있는 울란바토르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상회담 장소 확정이 늦어지면 회담 날짜도 미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5월 또는 6월 초’라고 언급한 것도 이것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회담 준비에 필요한 현실적인 시간을 감안해 미국이 회담 날짜를 앞당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는 미북 정상회담을 결정한 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국장을 새로운 국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그러나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이 되려면 미국 의회의 인준 청문회를 마쳐야 하고, 여기서 인준된 후 취임하려면 빨라야 이달 말쯤이 되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결국 관건은 의제입니다. 특히 북한을 비핵화하는 방법이 그 핵심이고요.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북측에 해 줄 것이냐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씀해주시죠.
고영환: 미국은 다시는 북한에 속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 관리는 지난 9일 "우리는 과거와 다르게 일할 것"이라며 "지금은 비핵화를 향해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인 단계들을 밟을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밝힌 북핵 문제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에는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셈입니다.
북한은 핵 폐기를 최대한 여러 단계로 쪼개 단계마다 보상을 받는 ‘단계적’ 협상안을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비핵화를 이전처럼 짧게 쪼개는 단계적 방법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하면서 시간을 벌려고 할 가능성이 높고, 반면에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북한에 속아 왔으니 그런 실수는 반복하지 않고 검증을 철저히 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속전속결로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보상 문제에도 미북 양측의 간격이 매우 큽니다. 북한은 하나의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 미국도 그에 대응하는 보상 조치, 즉 비핵화의 매 단계마다 테러지원국 해제 같은 정치적 보상이나 제재 완화 같은 경제적 보상을 해 달라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단계별로 보상을 주다가 뒤통수를 맞는 일은 미국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저는 미북 양국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박성우: 북한 비핵화 문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인권 문제는 좀 뒤로 밀리는 듯한 인상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에서 인권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미북 정상회담 의제로 비핵화뿐 아니라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언급이 나왔습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5월 또는 6월에 북한과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보통 큰 견해 차이가 있는 나라들과 대좌해 회담할 기회가 있을 때 그 문제가 언급된다. 나는 북한 인권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언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지난 6일 “북한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도록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그러나 김정은이 기꺼이 준수할 용의가 있다고 하고, 기꺼이 노력하겠다고 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분명히 최우선 과제이고, 다른 것들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먼저 해결하고 인권문제는 뒤로 미룰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저도 현재 미국 최대의 관심은 북한 핵무기 폐기이며, 따라서 북한 인권문제 제기는 약간 뒤로 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건 환영할 일이죠. 이 대화가 북한 내 열악한 인권 상황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