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문제가 논의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예전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게 한국과 미국 등의 입장이었죠. 그래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위원님, 어떤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까요?
고영환: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6·25전쟁의 끝을 알리는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문제가 토의될 것이라고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밝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했고 한국의 청와대 고위 간부도 같은 날 기자들에게 "한반도 안보 상황을 궁극적 평화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문제를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가 매번 실패하면서 전진하지 못했죠. 6.25 전쟁의 끝을 알리는 종전선언은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 중국, 한국, 북한 등 국가들이 1953년 7월에 체결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특사단에게 지난 3월 5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의 동시 추진을 검토해왔습니다.
저는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을 동시에 논의하자고 하는 배경에는 이전처럼 단계별로 쪼개서 시간을 들여가며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세월이 없는 문제이므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1년 이내로 신속하게 속도전으로 진행하자는 한국과 미국의 의지가 배여 있다고 판단합니다.
박성우: 평화협정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당사자’ 문제가 제기됐는데요. 위원님,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고영환: 정전협정은 1953년 7월 협정의 당사국들이 모두 참여해야 평화협정, 즉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가능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문제가 논의되더라도 그 내용은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청와대 고위 간부도 "남북 간 합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정전협정 당사자 간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평화협정의 당사자 문제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한국은 빠져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정전협정에 한국이 직접 사인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할 때는 한국이 평화협정 문제에서 빠져야 한다는 이유를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이고 아무런 결재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야 한국이 정전협정 사인에서 빠진 것은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여서가 아니라 한국이 정전협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은 한반도 남부에서 경제적 번영과 자유를 빛내고 있고 북한과 직접 대치해 있는 당사자입니다.
저는 남북 사이의 합의만으로는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될 수 없기 때문에 남북과 미국 혹은 남북과 미중 간 합의가 있으면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가려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풀려야 합니다.
박성우: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역시 최대 현안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인데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필요가 있었겠죠.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비밀리에 평양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김정은과 만났으며 “이 만남은 아주 매끄러웠고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고 지난 18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김정은과 폼페이오의 만남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났던 2000년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미북 간 최고위급 접촉입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의 평양 방문은 지난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복수의 한국 외교 소식통들은 "폼페이오 지명자는 김정은을 만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면서 '1대1 담판' 등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배석자를 최소화해야 정상 간에 파격적인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가능하면 통역만 두고 김정은과 단둘이 만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선언을 통해 핵 폐기 완료 날짜를 못 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말하여 6개월에서 1년 내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모든 북한 핵을 폐기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미 중앙정보국장을 만나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속으로 하였을까 하는 게 가장 궁금합니다. 김정은과 폼페이오의 만남을 보면서 이 세상에는 영원불멸한 것도,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박성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북한과 관련해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보면 항상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이 조건에 맞지 않으면 북한과 정상회담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말도 하거든요.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고영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플로리다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몇 주 후에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해 김정은과 만날 것이다. 우리는 남북한이 안전과 번영, 평화 속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비핵화를 달성할 경우 북한에는 밝은 길이 있다"면서 "전임 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최대의 압박 작전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의지도 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다. 결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면 회담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내가 가 있는 동안 회담에서 결실이 없으면 나는 정중하게 회담장을 떠나 우리가 해온 것을 계속하겠다"라고 명백히 밝혔습니다.
제가 지난 방송들에서 누누이 언급해 온 것처럼 미국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가 확고한지, 혹은 이전처럼 시간만 끌려고 하는지를 파악하려 들 것이며, 북한이 비핵화를 실행하는 경우에는 번영을, 시간을 끌면서 핵 개발을 지속하는 경우에는 정말로 마지막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다음 주 금요일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회담의 주요 일정을 생중계하기로 했죠. 이것도 큰 변화인데요.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남과 북은 오는 27일 열리는 2018 남북 정상회담의 첫 만남부터 회담 주요 일정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는 데 합의했다고 한국 청와대가 지난 18일 밝혔습니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기자들에게 "양측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 간에 첫 악수하는 순간부터 회담의 주요 일정과 행보를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알리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텔레비전 생중계는 한국 정부가 북측에 먼저 제의했으며 북측이 수용 의사를 밝혀 성사됐다고 한국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이 한국과 세계로는 생중계가 되겠지만 북한에는 녹화 방송으로 전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판문점 만남을 시차를 두고라도 북한에 전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정상적인 국가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박성우: 일단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지적하신대로 2018년에는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함께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